법보다 주먹…법치주의 ‘ 흔들흔들’

얼마 전 중국 CCTV의 한 프로그램에서 나온 우스갯소리다. “중국 축구 국가 대표 감독 후보로 청관(城管: 도시 관리 공무원)이 적격이다. 왜냐하면 장애물을 한순간에 모두 쓸어버리기 때문이다.”
<YONHAP PHOTO-1808> Residents look on as riot police patrol on a street in the township of Xintang in Zengcheng near the southern Chinese city of Guangzhou June 13, 2011. Riot police fired tear gas to disperse rampaging migrant workers in southern China protesting over the mistreatment of a pregnant street hawker by security guards, media reports said on Monday, the latest in a series of protests across the country.   REUTERS/Staff   (CHINA - Tags: POLITICS IMAGES OF THE DAY CIVIL UNREST MILITARY)/2011-06-13 20: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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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dents look on as riot police patrol on a street in the township of Xintang in Zengcheng near the southern Chinese city of Guangzhou June 13, 2011. Riot police fired tear gas to disperse rampaging migrant workers in southern China protesting over the mistreatment of a pregnant street hawker by security guards, media reports said on Monday, the latest in a series of protests across the country. REUTERS/Staff (CHINA - Tags: POLITICS IMAGES OF THE DAY CIVIL UNREST MILITARY)/2011-06-13 20:02:31/
최근 중국에선 법질서 유지라는 명분 아래 청관들이 노점상을 무리하게 단속해 집단 반발 시위까지 일어났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권위주의 국가 ‘완장’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완장이 늘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베이징 하이뎬구에 있는 아파트의 한 동은 꼭대기 2개 층이 바위 산 위의 별장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집 주인이 불법 개조한 것이다. 옆집 주민들은 물이 샌다며 관리사무소에 항의했다. 문제는 이를 적발한 청관이 집 주인에게 원상 복구하라고 지시하기 위해 면담 일정을 잡으려고 했지만 한 차례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부터 공안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집주인이 출장 등을 이유로 면담을 차일피일 미뤘다는 것이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최근에야 중국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됐고 청관이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통지문을 붙이는 모습이 TV 전파를 탔다. 집주인은 베이징시 한 행정구역의 정협(정치자문기구) 위원을 지냈던 교수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힘 없는 노점상 앞에선 속전속결로 일 처리하는 청관이 힘 있는 인사 앞에선 5년까지 기다려 주는 배려를 했다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중국에서 법 앞에 평등을 전제로 한 법치주의 정착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법치와 괴리된 현장의 모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월 중순 베이징 인근에서 한국인 박홍균 씨가 운영하는 과수원에 마을 주민들이 침입해 배나무 4000그루를 잘라내는 횡포를 부린 일이 발생했다. 마을 주민들은 1999년 자신들이 공동 소유한 토지를 박 씨에게 30년간 임대했다. 그러나 최근 땅값이 급등하자 박 씨에게 일방적으로 나가 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문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안(경찰)들이 무법천지의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칭다오의 한국 업체 신신상사 공장 인근 주민들이 토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며 공장을 불법 폐쇄한 현장에 출동한 공안이 무대응으로 일관한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모습은 곳곳에 있다.


힘 있는 자에게 관대한 공권력
지난 7월 말 한국인 밀집 거주 지역인 왕징의 ‘한국성’ 건물 2층에 있는 한국 음식점 ‘화로화’에 80여 명의 폭력배가 들이닥쳐 식당 기물을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식당 주인인 박권세 씨는 “건물 관리인이 화로화에 손님이 너무 많아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으니 수백만 위안의 건물 보강 공사비를 내라고 요구했다”며 “요구에 응하지 않자 폭력배를 동원해 식당 영업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한 지인은 계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건 중국 기업 사이에도 적지 않다며 불법적인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고위 정부 관계자와의 관시 구축이라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관시보다 법치에 의존한 투명한 경제 환경 건설을 내세우는 중국의 지도부가 들으면 개탄할 얘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허한 말을 하면 나라를 망치고 실질적 행동이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덩샤오핑의 말을 반복하며 법치주의를 강조해 왔다. 요즘 중국의 입헌정치 담론이 공허하게 들리는 건 일반 시민과 외국 기업들이 법치주의를 피부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고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거나 법에 기반한 계약을 어기면 큰 불이익이 따른다는 인식이 사회에 뿌리 내리게 하는 게 실질적 법치주의를 위한 길이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