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보여준 ‘깜짝 퍼포먼스’는 세종 청사에서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1박 2일 경제현장 삼천리길’ 첫날, 새만금자유경제구역 열병합발전소 건설 부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투자하는 분들은 업어드려야 한다”며 김재신 OCISE 대표를 번쩍 업었던 일이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기자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경제 수장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기업 대표를 업은 사진은 다음 날 아침 신문을 장식했다.
<YONHAP PHOTO-0695> 투자 기업인 업는 현오석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경제현장 삼천리 길' 첫 방문지로 새만금을 방문, 새만금 투자 기업인 OCISE(주) 김재신 대표를 업고 있다. 2013.7.31 << 기획재정부 >>
    photo@yna.co.kr/2013-07-31 13:22:10/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투자 기업인 업는 현오석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경제현장 삼천리 길' 첫 방문지로 새만금을 방문, 새만금 투자 기업인 OCISE(주) 김재신 대표를 업고 있다. 2013.7.31 << 기획재정부 >> photo@yna.co.kr/2013-07-31 13:22:10/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현 부총리는 이 사진을 꽤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환갑을 넘긴 공직자의 파격. 그것도 경제 살리기의 절실함이라는 메시지까지…. 대통령 비위 맞추기냐는 싸늘한 시각도 있지만 국민들에겐 수십 가지 대책보다 사진 한 장이 더 큰 호소력으로 다가간다. 좀더 ‘비하인드(뒷이야기)’를 꺼내자면, 당시 현 부총리는 김재신 대표를 두 차례 업어야 했다. 처음 업었을 때 기자들이 사진 찍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 호전되면서 자신감 충전
이틀간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청을 비롯해 군산산업단지, 전주대 창업보육센터, 포스코 광양제철소, 마산어시장, 울산온산산단 등 1156km를 소화하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동행한 기자들은 “현 부총리가 내내 ‘업(up)’된 표정이었다”고 떠올린다. 일정을 마치고 KTX 열차로 복귀하던 지난 8월 1일 저녁 현 부총리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의 출발점이란 점을 다시 확인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하반기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을 전한 것이다.

현장 방문의 보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현오석 호’의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현 부총리의 리더십을 문제 삼는 여론이 많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출신으로 학자 분위기를 벗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불황의 그림자를 정면에서 걷어내야 하는데 경제 수장으로서 존재감이나 돌파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핵심을 에둘러가는 특유의 화법은 성질 급한 기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꿋꿋이 ‘마이웨이(my way)’를 강조하던 현 부총리는 최근 조용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포함해 산업단지 입지 정책을 수정하겠다며 투자 활성화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현 부총리는 울산 온산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희망버스’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꺼냈다. “기업인들은 노심초사하면서 국가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데, 그것에 지장을 초래하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며 노사문제를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측 입장만 반영해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일각에선 예전보다 힘을 준 부총리의 화법에 주목했다.

현 부총리의 자신감 아래엔 최근 경제 상황이 있다. 경기가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솔솔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8월 6일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회복 조짐’이라는 용어를 올해 처음 꺼냈다. 그린북은 “물가 안정 흐름 속에 고용 증가세가 확대되고 광공업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지표가 개선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그린북 첫 페이지에선 ‘저성장’이란 단어에 무게가 실렸었다. 7월엔 저성장이란 말이 빠지고 완만한 개선을 조심스레 점쳤다.

실제로 지난 6월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만 명 늘어났다. 두 달 만에 30만 명대를 회복한 것이다. 6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4.5% 증가했다. 향후 경기 동향을 시사하는 경기선행지수와 현재 경기를 담은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모처럼 동반 상승했다. 하반기 경제 활성화에 모든 걸 걸겠다는 현 부총리가 연말에 함박웃음 사진을 보여줄지 지켜볼 부분이다.


김유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