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찬기 민찬기운동처방연구소 소장

“30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나오고 나니 참으로 암담하더군요. 당장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큰 고민이었죠.”
[1인 연구소 전성시대] 은행원서 운동 코치 변신…수입도 ‘짭짤’
민찬기 운동처방연구소 소장은 퇴직 후 제2의 인생으로 ‘1인 연구소’를 선택했다. 지금이야 운동처방사로 여기저기에서 찾는 이가 많은 운동 전문가지만 사실 10년 전만 해도 그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은행원이었고 운동은 그저 좋아하고 즐기는 취미에 지나지 않았다.

은행원으로서는 꽤나 승승장구한 편이었다. 모든 은행원의 꿈이랄 수 있는 지점장의 위치에까지 올라가 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2003년 7월 그는 평생을 몸담아 온 직장에서 내몰리고 말았다. 흔히 말하는 ‘구조조정’의 희생자가 된 것이었다.


취미인 ‘운동’에서 새 길 찾아
“많은 퇴직자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재취업이냐, 사업이냐의 갈림길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쉽지 않았다. 30년 동안 은행원으로 쌓은 경력을 살려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회사가 없었다. 각종 구직 사이트 및 일자리 신문을 찾아 구직 신청을 해봤지만 연락이 오는 곳이라고는 제품 판매, 다단계 판매, 보험 영업 등의 일이 전부였다.

“지인의 주선으로 모 회사의 자금 담당 상무이사로 취업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회사에서 요구한 건 제 일적인 능력이 아니라 ‘자본 출자’라는 형식으로 돈을 투자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곳을 퇴사하고 대학 친구가 경영하는 물탱크 제조 회사에서 영업을 하기도 했고 지인이 운영하던 아스팔트 재포장 공사를 하는 중소기업을 맡아 경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게 5~6년을 방황한 것 같아요. 그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은 많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오랜 고민의 시간 끝에 결국 그는 자신이 가진 역량, 자신의 장점을 살려 창업하는 것만이 실패하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경쟁력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20년 넘게 취미로 즐겨온 운동이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은행에 다닐 동안 취미 삼아 따뒀던 운동처방사 자격증에 생각이 미쳤다. 자신이 오랜 시간 운동을 하며 느끼고 배웠던 점들을 바탕으로 운동처방사로 활동한다면 분명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운동처방사는 상담과 관찰을 통해 상담인의 생활 패턴과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상담인의 나이와 체력 등에 맞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나쁜 습관을 바로잡아 주는 운동 도우미거든요. 큰 자본 없이 할 수 있는 일인 만큼 1인 창업, 1인 연구소에 딱 맞는 분야다 싶었어요.”

결심을 굳히고 나서 2009년부터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에서 상담 받고 소상공인진흥원의 시니어 창업 지원 기관인 ‘시니어 비즈플라자’에서 창업 관련 교육을 받았다. 멘토링 서비스, 시설, 경영, 회계 자문 등의 지원을 받아 전문 컨설턴트가 되기 위한 바탕을 닦아 나갔다. 특히 치중한 부문은 체계적인 이론 정립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운동 처방은 병이나 부상 이후의 재활 치료가 아니라 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실시돼야 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운동 처방 중에서 그가 가장 주목한 것은 바로 운동 각이다.

“운동 각은 움직이는 스타일에 따른 몸의 기울기를 말하는 것으로, 이 운동 각이 몸에 미치는 영향만 잘 활용해도 우리 몸이 느끼는 불편함을 크게 개선할 수 있고 또 몸의 부상이나 질병을 예방할 수 있거든요.”
[1인 연구소 전성시대] 은행원서 운동 코치 변신…수입도 ‘짭짤’
이 밖에도 ‘마음의 근력 운동’, ‘신체 스타일에 따른 운동법’, ‘지속적인 운동 방법’ 등 다양한 관련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공부할 때, 운동할 때 끊임없이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컨설팅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론적인 바탕을 세우고 또 어떤 식으로 해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순간순간 생각나는 모든 아이디어들을 메모장에 담았죠.”


시니어 창업 기관서 도움 받아
창업 컨설팅 교육 외에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발달시키기 위해 그는 다양한 부문의 공부를 병행했다. 1급운동처방사·체형관리지도사·창업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땄고 ‘한국체육과학원 스포츠시설업 경영관리·마케팅· 에이전트 과정’, ‘리더십 매니지먼트 인터내셔널 EPL 과정’ 등을 수료하며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넓혀 나갔다. 이후 시니어 비즈 플라자 창업 과정을 모두 마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내건 1인 연구소인 ‘민찬기운동처방연구소’를 열었다. 그리고 유아 운동에서부터 청소년·주부·시니어 등 세대별 맞춤 운동 처방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운동 처방 관련 강의 활동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 강의 콘텐츠에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많았죠.”

하지만 다른 콘텐츠들과 차별화된 부분을 강조하며 대화와 설득을 통해 자신의 운동 처방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설명하는 그의 진정성을 결국 많은 이들이 알아주기 시작했고 점차 많은 곳에서 그에게 강의와 운동 처방 관련 프로그램을 의뢰해 오기 시작했다.

“현재는 학교·공공기관·기업 등을 중심으로 건강관리 강연을 다니고 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운동 처방을 가르쳐 주면서 한 달에 20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 그리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수입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자신의 1인 연구소가 꽤 성공적인 실버 창업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현재 연구소 사무실이 마포 시니어비즈플라자에 있거든요. 컴퓨터실, 교육장, 공동 작업 공간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연구소 운영에 따로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이죠. 1인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드는 지출 비용이요? 운동 관련 공부와 연구를 위해 사들이는 책값이 제일 많이 들죠.(웃음)”

요즘 그는 운동 처방 말고도 창업과 관련한 강의 제의를 많이 받는다. 퇴직 후 재취업과 실버 창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 1인 연구소나 1인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에게서 조언을 듣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들려드리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당장의 수입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길게 보라는 이야기예요. 재취업한다고 해도 우리 나이에 몇 년이나 더 일할 수 있겠어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20~30년, 꾸준히 수익 창출이 가능한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더 낫죠.”
[1인 연구소 전성시대] 은행원서 운동 코치 변신…수입도 ‘짭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