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경제학의 기회와 위험

리커창이 중국 국무원 총리에 오른 지난 3월 현지 진보 성향 주간지 남방주말은 “‘리커창 경제학’이 정부 권력을 시장 궤도에 다시 올려놓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리커창 경제학’을 내건 보고서와 보도가 줄을 이었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의 ‘리커노믹스(리커창의 성과 경제학의 영문명 이코노믹스의 합성)’ 보고서를 시작으로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등 외국계 기관들도 이 대열에 가세했다. “개혁이 최대 보너스”라고 주장하는 리커창은 1990년대 시장경제 체제의 기초를 세운 주룽지 총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중국 첫 경제학 박사 출신 리커창 총리가 이끄는 중국호의 향방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개혁에 따른 단기적인 고통은 충격파로 다가오지만 개혁 성공이 이끌 새 경제 모델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YONHAP PHOTO-1971> (130315) -- BEIJING, March 15, 2013 (Xinhua) -- Xi Jinping (R) shakes hands with Li Keqiang at the fifth plenary meeting of the first session of the 12th National People's Congress (NPC)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in Beijing, capital of China, March 15, 2013. Li Keqiang was endorsed as the premier of China's State Council at the meeting here on Friday. (Xinhua/Ma Zhancheng)(hdt)/2013-03-15 12:46:55/
<????沅??? ?? 1980-2013 ???고?⑸?댁?? 臾대? ??? ?щ같? 湲?吏?.>
(130315) -- BEIJING, March 15, 2013 (Xinhua) -- Xi Jinping (R) shakes hands with Li Keqiang at the fifth plenary meeting of the first session of the 12th National People's Congress (NPC)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in Beijing, capital of China, March 15, 2013. Li Keqiang was endorsed as the premier of China's State Council at the meeting here on Friday. (Xinhua/Ma Zhancheng)(hdt)/2013-03-15 12:46:55/
바클레이스는 무(無) 경기 부양, 부채 축소, 구조 개혁을 리커창 경제학의 3대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지속 발전 가능한 경제구조로 개혁하기 위해 성장 감속을 용인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도 중국의 저성장에 적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리스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리커창 경제학을 관통하는 철학은 “시장의 규율을 존중하고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공산당 18대 보고)”이다. 휘발유와 같은 자원성 가격과 금리와 같은 금융시장 가격처럼 정부 규제를 받아 시장을 왜곡하는 데 대해서는 규제 혁파로 시장화를 추구한다. 반면 반독점법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벌금이 최근 중국 내외의 분유 회사들에 부과된 것처럼 시장에서 자연 발생한 가격 왜곡은 정부가 적극 통제에 나선다.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칼날에 노출되는 것도 리커창 경제학의 리스크다. 리커창은 주룽지처럼 부패와의 전쟁을 기득권 저항을 막는 개혁 수단으로 활용한다. 중국식 접대 관행을 현지화로 오인한 외자 기업에 그 불똥이 튈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영국 제약 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고위 임원 4명이 부패 혐의로 잡혔다.


리커노믹스의 전진기지 ‘상하이 자유무역구’
그렇다고 움츠러들기만 하면 리커창 경제학이 만들 기회 선점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상하이자유무역구 설립을 결정했다. 금리, 환율, 자본계정태환, 외자 금융사 설립 등이 완전 자유화되는 지역이다. 1980년대 중국 신성장 동력의 출발점인 선전의 경제특구처럼 중국 금융특구 1호가 되는 셈이다. 외자 금융회사엔 중국 금융시장 선점의 발판을 제공한다. 5월 말 리커창 총리가 참석한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 베이징 서밋은 서비스업 육성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과도한 투자가 경제 체질을 망치는 주범으로 찍히고 있지만 낙후 지역의 도시 인프라, 경제 업그레이드, 공공 서비스 등 민생에 도움을 주는 영역에는 중앙정부의 투자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국무원이 최근 온라인 쇼핑 같은 정보기술(IT) 관련 소비를 진작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인프라 강화 차원에서 연내 4G 통신 사업자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광대역 통신망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물론 기초 통신 사업자에 민간 자본 진출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민간 자본을 성장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리커창 경제학의 특징이다. 철도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선이나 일부 도시 구간을 시작으로 민간 자본에 투자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리커창 경제학의 핵심 중 하나인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을 도시민화하는 신도시화는 새로운 성향의 소비 군단을 창출한다. 리커창 경제학에서 리스크와 기회를 함께 봐야 할 때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