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경제학의 기회와 위험
리커창이 중국 국무원 총리에 오른 지난 3월 현지 진보 성향 주간지 남방주말은 “‘리커창 경제학’이 정부 권력을 시장 궤도에 다시 올려놓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리커창 경제학’을 내건 보고서와 보도가 줄을 이었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의 ‘리커노믹스(리커창의 성과 경제학의 영문명 이코노믹스의 합성)’ 보고서를 시작으로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등 외국계 기관들도 이 대열에 가세했다. “개혁이 최대 보너스”라고 주장하는 리커창은 1990년대 시장경제 체제의 기초를 세운 주룽지 총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중국 첫 경제학 박사 출신 리커창 총리가 이끄는 중국호의 향방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개혁에 따른 단기적인 고통은 충격파로 다가오지만 개혁 성공이 이끌 새 경제 모델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커노믹스의 전진기지 ‘상하이 자유무역구’
그렇다고 움츠러들기만 하면 리커창 경제학이 만들 기회 선점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상하이자유무역구 설립을 결정했다. 금리, 환율, 자본계정태환, 외자 금융사 설립 등이 완전 자유화되는 지역이다. 1980년대 중국 신성장 동력의 출발점인 선전의 경제특구처럼 중국 금융특구 1호가 되는 셈이다. 외자 금융회사엔 중국 금융시장 선점의 발판을 제공한다. 5월 말 리커창 총리가 참석한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 베이징 서밋은 서비스업 육성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과도한 투자가 경제 체질을 망치는 주범으로 찍히고 있지만 낙후 지역의 도시 인프라, 경제 업그레이드, 공공 서비스 등 민생에 도움을 주는 영역에는 중앙정부의 투자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국무원이 최근 온라인 쇼핑 같은 정보기술(IT) 관련 소비를 진작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인프라 강화 차원에서 연내 4G 통신 사업자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광대역 통신망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물론 기초 통신 사업자에 민간 자본 진출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민간 자본을 성장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리커창 경제학의 특징이다. 철도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선이나 일부 도시 구간을 시작으로 민간 자본에 투자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리커창 경제학의 핵심 중 하나인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을 도시민화하는 신도시화는 새로운 성향의 소비 군단을 창출한다. 리커창 경제학에서 리스크와 기회를 함께 봐야 할 때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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