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결국 장외투쟁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1일 서울광장에서 ‘천막 당사(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열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핵심 증인의 출석을 놓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민주당은 이들 증인에 대해 사전 강제 동행 명령장을 발부해 출석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정당한 사유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까지 막을 도리가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이 더 이상 국정조사를 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거리로 나섰다.
민주당은 1일 오전 장외투쟁의 하나로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천막을  설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천막 안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민주당은 1일 오전 장외투쟁의 하나로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천막을 설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천막 안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새누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휴가 차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에 가 있던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31일 밤 급거 귀경해 다음날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우리가 스스로 법을 깨는 초법적 지위에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면서도 “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증인들의 출석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자 “스스로 국정조사를 포기하는 자폭 행위”라며 비난했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누그러진 태도다.


8월 15일 광복절이 분수령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제 증인 출석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원 개혁 등 세 가지 근본적인 요구 사항들이 실현되지 않으면 장외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장외투쟁뿐만 아니라 원내에서도 여야 협상을 병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외투쟁을 대여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한편 민생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를 함축해 “한 손에는 민주주의, 한 손에는 민생, 한 발은 광장, 한 발은 국회를 딛고 서서 반드시 국민의 힘을 모아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이번 장외투쟁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 증인인 원세훈·김용판마저 출석하지 않는 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결국 새누리당이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게 명백해진 만큼 국민 여론이 민주당으로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새누리당 관계자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민주당이 이 문제로 장외투쟁까지 하는 것은 결국 대선 불복으로 비쳐질 소지가 많다”며 “설사 국정원과 경찰의 대선 개입이 사실이었다고 할지라도 선거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있다”고 반박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 시위와 달리 국정원 국정조사는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도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에 맞서 ‘민생 탐방’ 카드로 대응하고 나섰다. 날씨도 변수다. 예년보다 길어진 장마로 자주 비가 내리거나 반대로 폭염이 계속되면 아무래도 세를 결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8월 15일 광복절을 이번 장외투쟁의 분수령으로 삼고 있다. 이날 국정원 국정조사의 활동 시한이 종료되는 데다 광복절 축사를 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호기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