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는 1962년 처음 도입된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 기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곳곳에 낡은 규제가 널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산업단지 내 서비스업 진입 제한 규제다. 현재 산업단지에는 지식산업과 정보통신업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제조업만 입주할 수 있다. 산업단지 입주 기업에 주어지는 세제 감면 혜택 등을 제조업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달라진 기업 환경과 거리가 멀다. 갈수록 서비스업이 중요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의 융·복합 추세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밀접하게 결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콜센터, 자동차 튜닝 숍, 도시 광산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소유주가 개인 취향에 맞게 자동차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자동차 튜닝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 공장 옆에 있으면 부품 조달이 쉬워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제조업 원칙’ 규제 때문에 산업단지에 들어설 수 없다. 정부가 앞으로 이런 규제부터 손보겠다고 한 이유다.
산업단지 내 용도별 입주 업종 제한도 기업들의 불만 사항 중 하나다. 현재 산업단지 내 토지는 공장 등을 지을 수 있는 산업시설구역과 주거·문화·환경시설을 지을 수 있는 지원시설구역, 공공시설구역, 녹지구역으로 나뉘는데 용지별로 입지 제한이 걸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렇다 보니 제조·판매·관광이 한 구역에서 이뤄지는 융·복합 산업은 산업단지에 입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 대상에서 서울이 빠져 있는 것도 대표적 입지 규제 중 하나다. 산업단지는 크게 국가산업단지·일반산업단지·도시첨단산업단지·농공단지로 나뉘는데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첨단 업종 유치를 위해 만든 단지다. 고급 인력이 많은 대도시에 지정되는 게 일반적인데 서울은 정작 빠져 있다.
서비스업 진입 허용할 듯
정부가 산업단지 입지 규제 전반을 뜯어고치기로 한 이유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31일 경제 현장 점검 차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투자 활성화 대책 다음에 할 것은 산업단지의 입지 문제”라며 “중앙과 지방의 산업단지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목적에 따라 입지가 선정돼 (적합한 기업이) 못 들어오게 돼 있다”며 “어떤 데는 산업단지가 형성돼 있어도 기업이 들어오지 않고 어떤 데는 서비스업이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산업단지 규제의 또 다른 핵심은 수도권 규제다. 수도권 투자를 가로막는 입지 규제와 환경 규제 등을 손봐 기업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되풀이돼 왔다. 지방의 반발이 거센 만큼 쉽지 않은 사안이다.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수도권이라는 공간이 아닌 산업 기능별로 접근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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