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제품’ 내놓느냐가 관심사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삼성이 개발한 7인치 태블릿에 대해 “DOA”라고 말했습니다. ‘DOA=Death On Arival.’ 나오자마자 죽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태블릿 크기는 아이패드에 적용한 9.7인치가 최적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후인 작년 11월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았습니다. 애플이 삼성을 따라한 셈입니다.
[광파리의 IT이야기] 애플은 ‘팔로워’로 전락하나?
최근 애플에 관한 두 종류의 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나는 CNN 웹사이트에 실린 ‘애플은 리더에서 팔로워로 바뀌고 있다’는 글이고 다른 하나는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에 실린 ‘애플은 죽어가고 있나?’란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표현이 과격하지만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죠. 요즘 애플을 보면 ‘팔로워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고 죽어가는 건 아니지만 예전만 못한 건 사실입니다.

CNN 글은 앤드루 메이어라는 디자인 컨설턴트가 썼는데 글 내용은 이렇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강력한 디자인과 과감한 혁신으로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었다. 그때는 애플 제품을 살 때 흥분하고 놀라곤 했다. 그런데 애플은 점점 팔로워로 바뀌고 있다. 삼성에 맞서기 위해 더 큰 아이폰, 더 큰 아이패드를 개발한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지금 애플한테 가장 필요한 건 과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다.

애플이 삼성을 벤치마킹해 더 큰 아이폰, 더 큰 아이패드를 개발하는 것까지 탓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소비자가 원하면 만들어야지요. 그러나 과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애플은 평범한 메이커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집스럽게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이 사라진 것도 아쉽습니다. 애플이 지난해 내놓았던 엉터리 애플지도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면 결코 공개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애플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애플은 분명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전 같지 않은 것과 죽어가는 것은 확실히 다릅니다. 쿼라 답변이 설명해 줍니다.

답변1. 얼마나 멍청한 질문인가. 애플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야후·아마존·이베이·페이스북의 이익을 더한 것보다 많은 이익을 냈고 전체 휴대전화 업계 이익의 70%를 독차지했다. 퍼스널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업계 전체 이익의 45%를 애플이 가져갔다.

답변2. 회사가 망하려면 현금이 떨어져야 하는데 애플의 현금이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을 살 수 있다. 더구나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을 사랑한다.

답변3. 스티브 잡스 때는 매년 혁신적인 걸 내놓았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애플은 1998년 아이맥을 내놓았고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내놓았다.

답변4. 스티브 잡스의 최대 역작은 아이폰도 아니고 아이패드도 아니고 애플 그 자체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내놓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말하지 않았던가. “곧”이라고.

애플이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죽어가고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애플이 리더에서 팔로워로 전락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애플에 대한 판단은 팀 쿡이 말한 “깜짝 놀랄 제품”을 보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애플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보니 실망도 큰 게 아닌지…. “깜짝 놀랄 제품”이 과연 깜짝 놀랄 정도의 제품인지 궁금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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