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한 심리묘사 돋보여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
[영화]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
감독 리 다니엘스
출연 니콜 키드먼, 잭 에프론, 존 쿠삭


미국 남부 플로리다의 끈적한 더위. ‘페이퍼보이’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이 뜨거운 날씨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영화의 배경이 된 1969년, 인종차별이 극을 치닫는데다 고립된 플로리다의 폐쇄적인 성격, 그 안에서 뒤엉켜 살아야 하는 인간 군상의 모순을 드러내 주는 온도와도 같다. 전직 신문기자였던 피터 덱스터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영화화하기 위해 10년간 눈독을 들였다는 것으로도 관심을 불러 모았다.

영화는 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뭉친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기술한다. 신문기자 워드(매튜 매커너히 분)는 사형수 힐러리(존 쿠삭 분)를 사랑하는 여인 샬롯(니콜 키드먼 분)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바로 보안관을 죽인 죄목으로 뚜렷한 증거도 없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된 사형수 힐러리의 구명을 위한 취재를 의뢰한 것이다. 샬롯은 펜팔을 통해 힐러리와 알게 됐고 사랑에 빠진 관계다. 워드는 파트너 야들리와 함께 취재에 나서는데, 여기 샬롯에게 첫눈에 반한 워드의 동생 잭(잭 에프론 분)이 합류한다. 하지만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이들 관계 역시 꼬여간다.

살인 사건이 구심점이지만 영화는 각 인물들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잭의 입장에서 보면 순수했던 그가 샬롯을 사랑하는 통증을 통해 청년이 되어 가는 성장기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엮인 인물들 간의 애정 관계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의 사회 분위기, 매스컴의 방향이 개입하면서 영화는 복잡하게 얽혀 나간다. 리 다니엘스 감독은 욕망이 한껏 투영된 이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가 다소 불쾌해 보이더라도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영화의 공기를 나타내 주는 것은 바로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특히 두 형제를 곤경에 빠뜨리는 요염한 여인 샬롯을 연기한 니콜 키드먼은 관능적 연기로 전에 없던 모습을 선보이는데, 짙은 화장과 섹시한 의상, 천박한 말투의 연기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소한 모습이 놀랍다. 키드먼이 샬롯 역할을 맡기 위해 반라로 찍은 사진을 찍어 리 다니엘스 감독에게 보낼 정도로 이번 배역을 맡기 위해 적극성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페인리스
[영화]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
감독 후앙 카를로스 메디나
출연 데릭 드 링, 알렉스 브렌데뮬

스페인 내전 발발 전야, 한 시골 마을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정신과 수용소에 격리된다. 시간이 흘러 현재, 백혈병 선고를 받은 신경외과 의사 다비드는 골수이식을 받기 위해 친부모를 찾아 나서면서 아이들이 겪었던 끔찍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베이트
[영화]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
감독 킴블 랜달
출연 자비에르 사무엘, 샤니 빈슨

쓰나미가 덮친 폐허에서 생존자 13명이 그들을 노리는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스토리.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미끼로 던져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 주는 긴장과 스릴의 연속. ‘레지던트 이블3·인류의 멸망’의 제작진이 참여한 재난 공포 영화.



죽지 않아
[영화] 페이퍼보이: 사형수의 편지
감독 황철민
출연 이봉규, 차래형, 한은비, 이무생

유산을 노리는 20대 손자가 날이 갈수록 젊어지는 ‘할배’를 완벽하게 보내 버리기 위해 용 쓰는 안쓰럽기 짝이 없는 과정을 담은 코믹 심리 스릴러.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우수 한국 독립영화에 수여하는 ‘LG하이엔텍 어워드’ 수상, 영화제 폐막 때 추가 상영된 화제작이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