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최고가 되었나③-개그맨 김병만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야말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리를 이끄는 리더의 존재와 능력이 절실하다. 즉,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되는 순간은 난관에 부닥쳤을 때다. 개그맨 김병만은 SBS TV ‘정글의 법칙’을 통해 이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리더십을 보여 왔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가 제한되고 주위에 각종 위험이 도사리는 정글에서 조직을 이끌며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이 감동했다.

그동안 정글에서 김병만이 보여줬던 리더십을 살펴보면, 우선 전체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투혼의 리더십’을 읽을 수 있다. 김병만은 정글에서 고된 환경에 맞서는 ‘초인적 살신성인’의 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 쥐라기 숲에서 폭우를 만나 강이 불어났을 때 탈출로를 확보하기 위해 밧줄을 몸에 묶고 물로 뛰어들어 직접 건너가며 안전을 확인했다. 키가 큰 리키김이 강의 깊이와 유속을 체크하기에 더 좋은 조건일 수 있다. 현지 안내인이나 제작진이 안전을 확인해 주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하다고 해서 그는 일을 떠넘기지 않았다. 김병만은 유속이 상대적으로 느린 탈출로를 찾아 스태프들의 장비까지 함께 날라다 주고 일일이 사람들을 챙긴다. 위기 속에서 더 빛나는 강인한 리더십이다.

김병만은 일행에게 말로만 지시를 내리는 리더가 아니다. 그는 묵묵히 스스로가 먼저 몸을 던져 고된 상황에 맞선다. 김병만은 시베리아 얼음물에서도 부족원들보다 먼저 입수해 강을 건넜고 “물 건너면 춥다. 내가 불을 피워 놓을 테니 그때 건너와라”며 부족원들을 배려했다. 투혼의 리더십이 빛난 순간이었다.
[닮고 싶은 스타들의 리더십] 김병만, 묵묵히 헌신하는 ‘작은 거인’의 힘
스스로 역할을 찾을 때까지 조력만

두 번째로 늘 그는 준비하고 연습한다. 김병만은 여러 번 정글 생활을 경험했고 그동안의 노하우가 쌓여 있는 데도 끊임없이 정글에 대해 새로 공부하는 열의를 보인다. 준비된 리더의 모습은 여정을 떠나는 그의 가방에서도 발견된다. 항상 여행지에 대한 자료가 가득 들어 있는 것. 그리고 최근 새로운 정글편을 준비하기 위해 스카이다이빙, 스킨스쿠버 등을 배우기 시작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잠수 장비 없이 입수하는 프리다이빙을 위해 물속에서 4분 동안 숨 참기를 연습했다. 또한 4000m 상공에서 8일에 걸쳐 스카이다이빙 교육을 받았다. 기본 기술인 아치 자세부터 옆 돌기 배럴 롤, 고난도 뒤돌기 백 루프까지 다양한 미션들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 결과 최단시간 스카이다이빙 A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세 번째, 모두 ‘어떡하지’라고 당황하는 순간이 닥쳐도 그는 이미 판단을 마치고 벌써 행동을 취하고 행동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아마존에서 일정이 늦어져 집을 지을 수 없어 비박을 결정해야 할 때였다. 멤버들이 불평하며 걱정을 늘어놓았지만 김병만은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다. 김병만은 짐도 채 풀기 전에 큰 나무 잎사귀를 가져오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거 뭐하려고?”라는 멤버들의 말에 “바닥에 깔려고”라며 잠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부족원이었던 박솔미와 미르 등은 그의 빠른 대처 능력에 감탄을 자아냈다.

네 번째, 그의 리더십 자질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그들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역량을 넘어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멘토형 리더십’이다. 새로 영입되는 멤버들은 정글에서 자기가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병만은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김병만 혼자 다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는 것일뿐” 이라며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붙임성 있는 멤버는 부족들을 찾아가 먹을 것을 얻어 오기도, 여자 멤버는 어머니처럼 멤버를 챙기고 힘을 북돋아 준다. 하지만 리더인 김병만이 역할을 정해 주는 법은 없다.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찾을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며 보살피고 조력할 뿐이다.
[닮고 싶은 스타들의 리더십] 김병만, 묵묵히 헌신하는 ‘작은 거인’의 힘
마지막으로 김병만은 리더로서 절대 흔들리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책임감이 늘 어깨를 짓누르지만 무리를 이끄는 데 인간적인 고뇌나 불평은 조직 전부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콩가개미 습격으로 기도가 막히는 위급한 순간에도 그는 멤버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지옥의 정글 로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친 박솔미가 “오빠, 얼마나 더 가야 해?” 매번 묻지만 번번이 “10분”이란 말만 되풀이한다. 곧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란 희망만 준다. ‘된다’는 에너지로 용기를 부추긴다. 조직은 언제나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원하고 그래야 그를 따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의 ‘꿋꿋한 리더십’은 마다가스카르의 그랑칭기로 향하는 내내 힘들어 하는 류담과 노우진을 북돋우며 ‘빨리’가 아닌 ‘함께’ 가자는 배려와 함께 더욱 빛났다.

정글에 막 도착하면 멤버들이 김병만의 생각과 달라 작은 마찰을 빚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김병만의 리더다운 모습에 점차 마음의 빗장을 열고 그와 뜻을 같이하고 따르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글의 법칙’의 원년 멤버인 리키김은 “좋은 리더. 좋은 사람 따라가야 하잖아요”라고 말한다. 김병만이 썰매에서 내려 발이 젖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순록 썰매를 묵묵히 이끌고 가는 김병만의 모습에 누구라도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더에 대해 구성원이 이런 인식과 신뢰를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의 곁을 지키고 함께하게 된다.
[닮고 싶은 스타들의 리더십] 김병만, 묵묵히 헌신하는 ‘작은 거인’의 힘
인터뷰

“권위 아닌 다양한 경험 토대로 구성원 이끌어”

리더십이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글에서도 내가 리더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가장 형이어서 동생들을 챙기려고 했고 앞장서 뭐든 하려고 했을 뿐이다. 정글 생활을 하다 보니 내가 늘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내가 먼저 해봤으니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정글의 법칙’을 통해 리더의 역할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어려운 일을 먼저 도맡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많이 보여줬다.

정글에서는 모든 게 생소하고 위험하다. 구성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해 보고 다쳐도 내가 다치는 게 정신적으로도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만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한편 전체의 목적을 위해 다그쳐야 할 때도 있다. 잘 못 따라오는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는가.

중도에 힘들어 포기하겠다고 하는 구성원이 나올 때 나는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경우에 따라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해 같이 가다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생을 같이 가는 데는 강하게 끌어야 할 때도 있다. 노우진은 개그맨 시험을 4번 떨어졌다. 그리고 군대 제대 후 “계속 떨어지는데 (공채 시험) 도전을 그만하겠다”고 내게 말했다. 하지만 8번 만에 붙은 경험이 있는 나는 “한 번만 더 도전해 봐라. 대신 형만 믿고 내 자취방으로 들어와라”라고 조금 화를 내기도 하며 이끌었다. 그리고 노우진은 다행히 공채에 합격했다.

강한 리더는 때로는 독단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모든 리더를 보면 산전수전을 많이 겪었다. 그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구성원들을 이끈다. 그 경험이 풍부할수록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쓸데없는 권위와는 다르다. 그만큼 자기 자신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이다. 정이 있어야 화를 내면서까지 강하게 이끌어 주는 것이다.

리더의 자질 중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리더를 볼 때 누구나 어느 정도의 고집과 소신이 있다. 그것이 없으면 그 자리까지 올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승부욕·오기·욕심 등 약간 이런 말들이 약간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것들은 지구력과 모두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개그맨 후배들 중에는 쉽게 포기하는 이들도 있어 안타깝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