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코스피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가 부각되면서 20일까지 7.5% 하락했다. Fed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 조정에 강력한 지지선으로 불리는 코스피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1910)도 힘 한 번 못 쓰고 무너졌다.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의 조정은 6월 1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벤 버냉키 Fed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Fed의 양적 완화 종료와 관련한 상세한 로드맵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시장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불식하기 위해 많은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뉴욕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 큰 혼란에 빠졌다. 마치 버냉키가 아무리 ‘사랑의 매’(?)라고 설명해도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Fed의 양적 완화 종료 로드맵의 고통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따져보면 6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조정의 주체는 ‘주식’이 아니다. 이번 조정의 주체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과도하게 고평가된 채권시장이 대상이다. 그 결과 6월 신흥국 국채 대비 선진국 국채 금리가 급등해 신흥국 국채와 선진국 국채 스프레드인 신흥시장채권지수+(EMBI 플러스) 스프레드는 6월 11일을 정점으로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또한 미 Fed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가 부각되기 시작했을 때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급등한 일본 닛케이 지수가 조정 받기 시작했다. 즉 금번 글로벌 금융시장 조정은 상반기 중 고평가 논란이 심한 자산이 대상이다.
[투자의 맥] '억울한' 코스피 어디로? 오른 게 없으니 충격도 덜하다?
에너지·증권·유틸리티·반도체가 매력 커

사실 이번 글로벌 주식시장 조정에 따른 코스피 급락에 우리는 상당히 억울한 면이 있다. 상반기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등하는 동안에도 코스피는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6월 코스피 하락 수준은 글로벌 주요국 주식시장에서 평균 정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따져보면 6월 코스피가 조정을 받는 동안 국내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S4 판매 부진설에 따른 조정이 있었고 중국 경기 지표 부진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았다. 즉 삼성전자 실적과 중국 경기 우려를 제외하면 실제 6월 코스피 조정 중 글로벌 금융시장 조정에 따른 영향은 크기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향후 글로벌 주식시장이 Fed의 3차 양적 완화(QE3) 종료 우려로 다시 한 번 조정 받아도 코스피의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의 조정 국면으로 코스피도 바로 반등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조정이 마무리 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하반기 주식시장은 다시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수익률이 결정될 전망이다.

6월 21일 현재 코스피가 1810까지 하락해 밸류에이션 수준은 PBR(12개월 선행) 기준으로 0.94배에 불과하다. 2011년 9월 미 신용 등급 강등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PBR 1배를 밑돈 후 회복한 것과 같이 이번에도 코스피는 PBR 1배를 회복할 것이다. 코스피가 1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6월 낙폭이 과대했던 에너지(-13.4%)·증권(-12.6%)·유틸리티(-11.6%)·반도체(-8.6%) 업종에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 애널리스트 Joongwon.kim@merit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