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리더십이 각광받나

그야말로 리더십 홍수의 시대다. 공룡 제너럴일렉트릭(GE)을 되살린 잭 웰치의 리더십을 본뜬 카리스마 리더십, 신인이나 다름없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발견한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 예능 프로그램에서 합창단원들을 아우르며 외유내강이 무엇인지 보여준 박칼린 음악 감독의 리더십 등등. 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리더십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리더십 이론만 크고 작은 것을 다 합쳐 5만 개에 이른다고 하니 말해 무엇할까. 왜 이렇게 리더십 이론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을까. 물론 당연히 그만큼 리더십이 중요해서일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그 조직의 흥망성쇠가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를 대자면 리더십이라는 게 그만큼 어려워서일 수도 있다.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리더십의 해답을 도무지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잭 웰치를 따라 하자니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히딩크를 따라 하자니 문화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박칼린을 따라 하자니 리더들의 화병만 도지게 한다. 이것이 문제다. 어떤 리더십이 좋아 보인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다 보면 본전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리더십도 조직이 처한 시대와 상황에 맞는 게 따로 있다.

우리가 보통 ‘~사회’라고 부를 때는 그 앞에 붙는 말이 그 시대 ‘부의 원천’이다. 농경사회는 땅이 부의 근원이었다. 그래서 농사를 짓듯 우직하게 순리에 맞추는 게 중요한 리더십이었다. 그다음 온 산업사회는 공장에서 부가 생산됐다.

따라서 공장의 기계를 어떻게 효율적·생산적으로 돌릴 것인지가 중요하고 리더십도 그에 맞춰졌다. 지금은 지식사회 또는 창조사회라고 한다. 지식이나 창조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다. 이에 따라 사람 한 명 한 명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해졌다. 그래서 요즘 리더십 분야의 최고 고민은 구성원들을 자발적으로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목표를 명확하게 주고 중간 중간 모니터링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보상하는 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산업사회에 보다 부합하는 방식이다.
[닮고 싶은 스타들의 리더십] 창의력·자율성 중시…‘가치 리더십’ 뜬다
내적 동기 불러일으켜야

요즘처럼 사람의 창의력과 자율성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는 이와 다른 리더십을 요구한다. 즉, 스스로 일의 가치를 찾아 내적 동기에 의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승진·연봉·복리후생 등 외적 동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리더십의 요체는 바로 ‘가치’다. 이른바 밸류 베이스트 리더십(Value-based Leadership), 즉 가치 기반의 리더십이다. 가치를 통해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적 동기는 어떻게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내적 동기를 일으키는 가치 기반 리더십의 첫 번째 방법은 무슨 일을 하든, 어떤 목표를 갖든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이다. 요즘 뇌과학계에서 발견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의 뇌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이다.

한 실험에서 A그룹에는 펜을 어금니로 물게 하고 책을 읽게 했다. B그룹에는 펜을 입술 끝으로 물게 하고 똑같은 책을 읽게 했다. 그 결과 A그룹은 그 책이 재미있다고 답했고 B그룹은 재미없다고 답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들도 한번 따라 해 보라. 펜을 어금니로 물면 양쪽 관자놀이 근처의 근육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이른바 미소근육이다. 이 미소근육이 일정 시간 올라가 있으면 우리 뇌는 ‘웃고 있다, 기뻐한다, 행복하다’라고 판단해 버린다. 반대로 입술 끝으로 물면 뾰로통한 표정이 된다. 이 표정이 일정 시간 지속되면 ‘시무룩해 있다, 슬프다, 지루하다’라고 뇌가 판단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를 ‘안면 피드백 이론’이라고 한다.

즉, 우리 뇌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은 따라 간다. 의미 있고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 일을 할 때 즐거운 감정이 생긴다. 실제로 상하이의 발 마사지 숍이 몰려 있는 골목에서 유독 손님이 많은 가게가 있었다. 그 집에만 손님이 몰리는 이유가 궁금한 한 경영학자가 직접 방문해 보고 그 답을 찾았다. 일하는 종업원들의 생각이 달랐던 것. 그들은 자기들이 ‘에너지 전도사’라고 했다. 피곤에 지쳐 여기에 오는 손님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게 자기 일이라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지만 남의 발이나 주무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에너지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태도부터 확연히 다르다. 그것이 손님들에게 전달된 것은 물론일 터. 결국 고객 만족과 매출 증대라는 성과로 연결된다.

두 번째 방법은 조직 내 불필요한 갈등과 논란이 없게 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른데 어떻게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조직에서 갈등과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자. 양쪽 또는 다자가 각자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주장들이 다 나름대로의 이유와 근거가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긴다. 따라서 각자 개인의 생각이 아닌 조직의 공통된 생각을 우선순위로 합의하게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가치 기반 리더십은 우리 조직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어 내는 것이다. 그래야 모두가 헷갈리지 않고 공통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미래의 ‘끝 그림’ 보여줘야

고객 서비스로 유명한 미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100% 무조건 환불,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찾아준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창업자 존 노드스트롬(John N Nordstrom)이 강조한 가치다. 이 때문에 백화점이 손해 보는 금액 또한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존 노드스트롬이 구성원들에게 알려준 원칙은 만약 돈을 버는 것과 고객 서비스가 충돌되는 순간에는 서비스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반면 불황에 빠진 항공 업계에서 30년 이상을 흑자 운영하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최고경영자(CEO) 허브 켈러허(Herb Kellerher)에게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 제공이 원칙이다. 그래서 음식, 고정 좌석, 무료 신문 등의 서비스를 다 줄였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헷갈릴 때 명확한 가치가 있으면 구성원들은 윗사람 눈치 보느라 정신없는 대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지을 수 있다. 이럴 때 내적 동기가 생기는 것이다.

마지막 가치 기반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법은 구성원들에게 구체적인 미래의 끝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1000개의 퍼즐을 그냥 맞출 때보다 완성됐을 때의 그림을 보고 맞추면 훨씬 쉽게 끝낼 수 있다. 진나라 말 한신(韓信)의 끝 그림은 천하를 통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평소 무공을 쌓는 데 열심인 그에게 동네 불량배들이 시비를 걸었다. 자신들을 이기지 못하면 가랑이 밑을 지나가라는 것. 한신은 충분히 이길 수 있었지만 그 굴욕을 감내한다. 이겨봤자 또 다른 패거리들의 시비가 끊이지 않을 테니 천하 통일이라는 끝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 지금 당장의 굴욕을 감수하는 편이 나았던 것이다. 결국 한신은 유방(劉邦)을 도와 한나라를 세웠다. 이를 표현한 고사성어가 과하지욕(跨下之辱)이다.

우리나라 벤처 1세대의 신화 휴맥스의 변대규 대표는 1990년대 말 조그만 사무실 하나를 빌려 쓸 때에도 ‘무찌르자 소니’를 주장했다. 그들의 끝 그림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으고 앞으로 무엇이 될지 명확한 꿈을 꾸게 해줬다. 그리고 그 꿈은 이뤄졌고 휴맥스는 연매출 1조 원 이상의 회사로 성장했다.

우리 주변에도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다. 솔선수범·신뢰·긍정 등 ‘○○ 리더십’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지식 창조의 시대,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뚜렷한 시대에 맞는 리더십의 본질은 비슷하다. 구성원들에게 의미를 가르쳐 주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그들이 성공한 2013년형 리더십이다.



조미나 IGM 세계경영연구원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