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일하는 박모(40) 과장은 가족들끼리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낸 지가 수년째다. 국내보다 해외로 나가는 게 아무래도 ‘폼’나 보이고 무엇보다 가장으로서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생색내기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고민이 좀 된다. 집값 대출금도 부담이 되고 아무리 해외여행 경비가 싸졌다고는 하지만 여름휴가 기간에 다녀오면 몇 달은 자금 걱정을 할 것 같아서다. 오가며 면세점 쇼핑까지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 마음을 미리 알았는지 얼마 전 아내가 “이번 여름휴가는 고향과 가까운 농어촌 마을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해외여행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체험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나 쓰고 몸 피곤해져 돌아오는 것이라면 안 가느니만 못하다. 그리고 지인에게 줄 선물도 부담스럽다”는 아내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아이들도 커가고 돈 들어갈 일도 많아지니 휴가비용부터 줄여보자”는 아내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

최근 박 과장처럼 경기 불황으로 휴가비를 줄이려는 알뜰족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들의 즐거운 추억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여름휴가, 알뜰하면서도 유익한 프로그램은 없을까. 여름에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와 국내 여름휴가지를 비교해 봤더니 최대 10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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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비용 10분의 1이면 돼

예를 들어보자. 국내 주요 여행사의 방콕·파타야 가족 여행, 체험 테마 상품 3박 5일은 성수기에 1인당 여행 경비가 100만~130만 원대다. 12세 미만의 아이는 할인 혜택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유류 할증료까지 포함하면 순수 여행 경비만 1인당 120만 원대다. 여기에 현지에서 추가로 하게 되는 옵션 투어 경비와 쇼핑 경비까지 포함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소 500만 원 정도를 예산으로 잡아야 한다. 아무리 가족을 위한다고 해도 외벌이 가장의 급여로 살아가는 가족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비용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보면 훨씬 더 다양하고 즐거운 체험을 하면서도 해외여행의 10분의 1 가격인 50만 원대로 다녀올 수 있는 여름휴가지가 국내에 즐비하다. 최근 ‘1박 2일’이나 ‘아빠! 어디가?’ 등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곳곳에 숨겨진 작고 아름다운 농어촌 마을이 새로운 여행지로 부각되고 있다.

농어촌 마을로 여름휴가를 갈 때 경비는 어느 정도 들까. 1박 2일 촬영지로 알려진 삼척시 신리 너와마을을 예로 들어보자. 신리 너와마을은 강원도 산간 오지 마을의 화전민이 자연부락을 형성한 마을로, 현재 총 3채의 너와집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33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이곳에서 숙박할 수 있으니 역사적 공부까지 하게 되는 셈이다. 너와집 재료인 나무를 너와로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는 너와 쪼개기나 옛날 삼을 삶던 방식으로 장작에 자갈을 달군 뒤 땅속에 넣어 수증기를 이용해 토종닭·달걀·감자·고구마를 쪄 먹는 삼굿 구이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하루에 한 가지씩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고 남는 시간에는 가까운 인근 동활계곡이나 덕풍계곡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보며 무더위를 쫓고 한국 100대 명산으로 불리는 육백산을 등산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3박 4일 기준으로 4인 가족 50만~60만 원이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농어촌 마을 여행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어야 할까.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좋은 정보들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여름휴가를 알뜰하고 신나게 체험할 수 있는 농어촌 체험 마을을 여행지로 추천하고 있다.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뗏목 타기와 같은 체험거리와 올갱이국수·곤드래나물밥 등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여름휴가지를 미리 경험해 보고 싶다면 농어촌공사가 마련한 ‘2013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전국 9개 시도, 83개 시군에서 300여 개 농어촌 체험 마을이 참여해 현장에서 가족 특성에 맞는 휴가 상담 및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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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

각종 체험 행사 수두룩…특산품도 싸게 구입 가능

한국농어촌공사(사장 박재순)가 도시민과 농촌의 활발한 교류를 위한 축제의 장이 될 ‘2013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이 7월 4일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막을 올린다. 2013년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하는 행사다. 이 행사에는 전국 9개 시도, 83개 시군에서 300여 개 농어촌 체험 마을이 참가한 가운데 7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개최된다.

올해 8회째를 맞는 농어촌 여름휴가 페스티벌은 ‘여름휴가지로 온 가족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콘셉트로 농어촌 주민과 도시 관람객이 함께하는 ‘즐거운 잔치 한마당’을 마련한다.

도별 지자체관에서는 여름휴가를 미리 맛볼 수 있도록 전국을 테마 여행하듯 즐거운 관람 동선을 제공한다. 먹을거리·즐길거리·쉴거리·살거리로 구성되고 지역별로 나눠진 체험마을 부스에서는 향토 음식 시식 및 유기농 농산물과 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체험 행사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식물체험장과 농산물을 직접 수확·체험하면서 작물에 대한 설명으로 교육적 효과를 줄 수 있는 농사체험장이 함께 운영된다.

각 도별 체험마당에서는 솟대 만들기, 꽃사탕 만들기, 모시 베틀 체험, 떡메 치기, 미꾸라지 잡기 등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과 한과·치즈·강정 등 전통 음식 만들기도 펼쳐진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농산물 경매 이벤트, 농산물 쿠폰 제공, 문화 공연, 방문 기념 스탬프 모으기, 체험마을 여행권 등 다양한 이벤트도 실시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우리 농어촌 체험마을의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알리고 휴가지로의 매력을 소개할 것”이라며 “가족에게 알맞은 여름휴가지 컨설팅도 받고 깨끗한 환경, 저렴한 비용, 알찬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농어촌 마을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한편 농어촌과 도시 간의 지속적인 교류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도·농 간 균형 발전과 공동체 형성 등에 기여하기 위해 ‘도농 교류의 날(매년 7월 7일)’이 올해 처음 지정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일산 킨텍스에서 도농 교류의 날 선포식을 페스티벌 행사와 함께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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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