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域外) 위안화 대출이 글로벌 경기 둔화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부흥을 돕기 위해 달러 원조와 대출로 시행한 마셜 플랜이나 일본이 무역 흑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1980년대 중반 엔화 원조와 대출로 중국 동남아 남미 등 개도국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줬던 전례가 중국에서 자주 거론된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효과를 넘어서는 수확을 거뒀다.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가는 기틀을 다졌고 일본은 외교 관계 개선에 도움을 받게 됐다는 평을 듣는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해외 경기 회복에 따른 중국 수출 증대 및 대외 이미지 제고에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석삼조 전략으로 역외 위안화 대출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이미 2010년 6월 우루무치의 한 강연에서 “중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오랜 기간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모두 흑자를 내 왔다. 일본이 엔화 국제화에 나선 시점과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하고 “엔화 수출 기구 역할을 한 일본해외협력기금과 수출입은행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도 현재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역외 위안화 대출의 선두 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한국계 은행, 선전의 첸하이로 달려가야 하는 까닭, 역외 위안화 대출 확대 방안 ‘솔솔’
중국판 마셜 플랜…‘일석삼조’ 효과 노려

위안화 국제화 차원에서 추진된 역외 위안화 대출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2011년부터 크게 늘고 있다. 역외 위안화 대출은 중국 내 금융회사의 해외 대출, 역외 외환시장의 위안화 대출, 다국적기업 내 계열사 간 위안화 대출 등 3가지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올해 초 중국 국가개발은행은 카자흐스탄 최대 구리 생산 기업에 3억5000만 위안을 대출했다. 구리 광산 개발에 들어가는 설비와 용역은 중국 측이 납품하고 이렇게 개발될 광산에서 생산할 구리는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중국에 구리를 수출해 받게 될 위안화로 이번에 빌린 위안화 대출을 갚기로 했다. 1947년부터 1952년까지 시행된 마셜 플랜의 달러 순환 구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국 내 금융회사의 역외 위안화 대출은 잔액 기준으로 2012년 말 현재 1806억 위안으로, 1년 전에 비해 16% 이상 늘었다. 중국 정부는 2011년 1월 해외투자 촉진 규정 속에 역외 위안화 대출 조항을 넣은데 이어 그해 11월 역외 위안화 대출 지침을 발표하는 등 제도적 기반도 갖춰가고 있다.

역외 위안화 시장을 통한 대출은 홍콩이 주무대다. 첫 번째 역외 위안화 시장인 홍콩 내에서 이뤄진 위안화 대출은 2012년 말 잔액 기준으로 790억 위안으로 1년 사이 157% 늘었다. 올해 초엔 처음으로 역외 위안화 시장 내 위안화가 대출 형태로 중국 본토에 진입했다. 선전의 첸하이에 등록된 15개 기업에 홍콩 내 15개 은행이 총 20억 위안을 대출한 것이다. 첸하이가 본토 내 첫 역외 위안화 대출 시범 지역으로 지난해 말 선정되면서 홍콩과 첸하이의 은행들이 상대 지역 기업의 실물 프로젝트에 위안화 대출을 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푸젠성의 샤먼도 대만과 이 같은 역외 위안화 대출을 추진 중이다.

역외 위안화 대출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통화팽창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새로운 자금원 확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역외 위안화 대출은 외국계 금융회사에 새 비즈니스도 선사한다. 선전 첸하이에 외국계 은행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콩 내 위안화를 첸하이의 기업에 대출하는 과정에 참여한 15개 은행 명단에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도 있다. 역외 위안화 대출 경력을 쌓기 위해서다. 안타깝게도 홍콩이나 첸하이 또는 샤먼에서 위안화 국제화라는 흐름에 올라탔다는 한국계 은행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