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이미 2010년 6월 우루무치의 한 강연에서 “중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오랜 기간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모두 흑자를 내 왔다. 일본이 엔화 국제화에 나선 시점과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하고 “엔화 수출 기구 역할을 한 일본해외협력기금과 수출입은행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도 현재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역외 위안화 대출의 선두 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한국계 은행, 선전의 첸하이로 달려가야 하는 까닭, 역외 위안화 대출 확대 방안 ‘솔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494494.1.jpg)
위안화 국제화 차원에서 추진된 역외 위안화 대출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2011년부터 크게 늘고 있다. 역외 위안화 대출은 중국 내 금융회사의 해외 대출, 역외 외환시장의 위안화 대출, 다국적기업 내 계열사 간 위안화 대출 등 3가지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올해 초 중국 국가개발은행은 카자흐스탄 최대 구리 생산 기업에 3억5000만 위안을 대출했다. 구리 광산 개발에 들어가는 설비와 용역은 중국 측이 납품하고 이렇게 개발될 광산에서 생산할 구리는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중국에 구리를 수출해 받게 될 위안화로 이번에 빌린 위안화 대출을 갚기로 했다. 1947년부터 1952년까지 시행된 마셜 플랜의 달러 순환 구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국 내 금융회사의 역외 위안화 대출은 잔액 기준으로 2012년 말 현재 1806억 위안으로, 1년 전에 비해 16% 이상 늘었다. 중국 정부는 2011년 1월 해외투자 촉진 규정 속에 역외 위안화 대출 조항을 넣은데 이어 그해 11월 역외 위안화 대출 지침을 발표하는 등 제도적 기반도 갖춰가고 있다.
역외 위안화 시장을 통한 대출은 홍콩이 주무대다. 첫 번째 역외 위안화 시장인 홍콩 내에서 이뤄진 위안화 대출은 2012년 말 잔액 기준으로 790억 위안으로 1년 사이 157% 늘었다. 올해 초엔 처음으로 역외 위안화 시장 내 위안화가 대출 형태로 중국 본토에 진입했다. 선전의 첸하이에 등록된 15개 기업에 홍콩 내 15개 은행이 총 20억 위안을 대출한 것이다. 첸하이가 본토 내 첫 역외 위안화 대출 시범 지역으로 지난해 말 선정되면서 홍콩과 첸하이의 은행들이 상대 지역 기업의 실물 프로젝트에 위안화 대출을 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푸젠성의 샤먼도 대만과 이 같은 역외 위안화 대출을 추진 중이다.
역외 위안화 대출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통화팽창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새로운 자금원 확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역외 위안화 대출은 외국계 금융회사에 새 비즈니스도 선사한다. 선전 첸하이에 외국계 은행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콩 내 위안화를 첸하이의 기업에 대출하는 과정에 참여한 15개 은행 명단에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도 있다. 역외 위안화 대출 경력을 쌓기 위해서다. 안타깝게도 홍콩이나 첸하이 또는 샤먼에서 위안화 국제화라는 흐름에 올라탔다는 한국계 은행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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