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월 11일 올해 42세인 제이슨 퍼먼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내정했다. 퍼먼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일하다가 2008년 오바마 대선 캠프의 경제정책 팀장을 맡으며 오바마와 인연을 맺은 오바마의 오랜 ‘심복’이다.

CEA 위원장은 상원의 인준을 거쳐야 하는 중책으로 내각 멤버다. 각종 경제 현안을 대통령에게 직접 브리핑하고 자문하는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을 한다. 오바마 정권에서 CEA 의장은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대 교수,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 등 명망 있는 교수가 맡아 온 것을 고려하면 40대 초반의 비(非)학자 출신 기용은 파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요직에 잇따라 40대 초반의 ‘젊은 피’를 기용하자 워싱턴 정가에서 “40대의 오바마 이너서클이 미국을 움직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파격 인사는 올 1월 자신의 오랜 외교·안보 참모인 데니스 맥도너(43)를 백악관 비서실장에 발탁하면서 시작됐다. 오바마는 이달 초 ‘오바마의 여인’으로 불리는 수전 라이스(48) 유엔 주재 미 대사를 미국의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했다. 그러면서 사만다 파워(42)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유엔 대사에 내정했다.

두 여성의 파격 인사에 국무부가 술렁거렸다. 지난해 오바마 재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신예 젠 사키(33)가 국무부 대변인 자리를 꿰찬 지 채 두 달도 안 돼 유엔 대사마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기 때문. 사키 대변인은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물러나면 1순위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오바마의 신임이 두텁다.



‘실세들’ 속속 전면 등장해

백악관 국무부뿐만이 아니다. 국방부에도 오바마의 ‘젊은 피’가 투입됐다. 오바마의 상원의원 시절 인 외교·안보 보좌관을 지낸 마크 리퍼트(40) 전 국방부 아·태담당 차관보다. 그는 국방장관이 공화당 출신의 척 헤이글로 바뀌자 오바마의 특명을 받고 국방장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바마의 40대 이너서클이 국무부와 국방부를 물밑에서 움직이고 존 케리(69)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66) 국방장관은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이너서클의 실세들은 상원의원 시절 보좌관 및 선거캠프 참모, 그리고 하버드대 동문들이 주축이다. 백악관 비서실장인 맥도너와 국방장관 비서실장인 리퍼트는 2005~2006년 오바마 상원의원 시절부터 외교안보 가정교사 역할을 해 오면서 ‘좌(左) 맥도너, 우(右) 리퍼트’로 불릴 만큼 실세 중의 실세다.

2003년 ‘미국과 대량 학살의 시대’란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파워 유엔 대사 내정자는 오바마와 오랜 동지적 관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시절에 오바마 상원의원 자문 역할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8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 당시 오마마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해 ‘괴물’이라는 표현한 것이 문제가 돼 경선 참모에서 사퇴하기도 한 인물이다.

퍼먼 CEA 위원장과 사키 국무부 대변인, 머리 하프(31) 국무부 부대변인은 선거캠프 참모 출신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돼 상원 인준을 앞두고 있는 마이크 프로먼(50)은 1990년대 초 하버드 로스쿨에서 오바마와 함께 공부했던 ‘절친’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만큼 이제는 좌고우면 없이 자신의 국정 운영 기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정치적 동지를 요직에 전면 배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