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경영 붐

건강이 최고다. 다만 이 화두가 회사에서 강조된다면 좀 어색하다. 회사가 직원 건강에 발 벗고 나섰다면 더더욱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확산된 ‘직원=비용’의 고정관념과 어긋나서다. 구조조정이 판치는 기업 부문 공기와도 배치된다. 기업으로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용 전환에 더 익숙하다. 미안하지만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해 직원의 고용 안정은 후순위로 떠밀릴 수밖에 없는 시대다.

이 와중에 ‘직원 건강=기업 가치’의 사고방식은 화제다. TV도쿄는 최근 확산 중인 ‘건강 경영’에 주목해 특집 방송을 내보내 반향을 일으켰다. 직원 건강을 유력한 기업 가치 중 하나로 여기는 경영전략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봐서다. 요컨대 ‘건강 경영’의 확대 조류다.

건강 경영의 확산 배경엔 정년 연장이 한몫했다. ‘60세→65세’의 정년 연장이 2013년 4월부터 시작되면서 고령 직원의 근로 확산이 시대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즉 고령 근로자가 건강하게 일하게 하기 위해선 회사 차원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이 시급해졌다. 가령 메디컬데이터비전은 2013년 3월부터 감량 목표를 달성하면 1일 휴가를 주는 ‘사내 다이어트 콘테스트’를 실시 중이다.
[일본] 직원 건강 챙기니 기업 실적 '쑥쑥'
정년 연장 도입되면서 건강관리 부쩍 신경

내용은 간단하다. 사무실에 체중 감량 그래프를 붙여 살을 빼려는 직원을 회사가 전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간호사 자격을 지닌 직원이 건강 내용을 체크하는 정기 보고회 성격의 검진 기회도 제공한다. 3월 중순부터 6월 하순까지 3개월 반의 1차 기간이 주어졌는데, 올해 2회를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상시적인 건강 경영의 실천이다.

직원 전체가 매일 보니 감량 효과는 의외로 훌륭하다.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게 가능해서다. 동기부여로 제격이란 평가다. 회사로선 실보다 득이 많다. 당장 의료비 억제가 가능해졌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정책투자은행은 2012년부터 ‘건강 경영 등급’을 시작했다. 기업의 직원 건강을 위한 조직·내용 등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기 위해서다. 해당 등급에 따라 우대 금리로 융자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직원이 건강할수록 우대 금리가 높아지는 구조다. “직원 건강의 배려 기업일수록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업무 효율이 향상될 것”으로 내다본 결과다(은행 관계자).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미쓰이화학은 지난 4월 일본정책투자은행으로부터 최고 등급을 받았다. 그 덕분에 170억 엔의 융자를 우대 금리로 받았다. 미쓰이화학이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건강 마일리지(Healthy Mileage) 전략’을 운영한 결과다. 매일 임직원의 산책과 운동량 등을 마일리지로 환산해 프로그램에 입력, 회사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2년 전부터 시작돼 현재 약 2000명이 참가 중이다. 전체 직원의 20% 규모다. 마일리지에 비례해 직원에겐 건강 관련 제품이 상으로 주어진다. 땀을 흘릴수록 경품이 좋아지니 의욕이 높다. 회사 주도여서 개인 관리보다 효과가 한층 좋다. 근무시간 이외엔 참가비 무료의 정기 요가 교실도 개최한다. 참가 시간은 마일리지에 누적된다. ­

건강 경영은 인센티브만 있는 게 아니다. 동일 효과를 누리기 위한 페널티도 운영된다. 유통 업체 ‘로손’은 올해부터 건강진단을 1년간 받지 않은 직원에게 보너스의 15%를 삭감하기로 했다(익년 적용). 관리 부실의 혐의(?)를 씌워 직속 상사에게도 10% 삭감 조치가 동시에 이뤄진다. “이 정도는 돼야 진심으로 직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고혈압·비만 위험이 높은 직원에겐 자사 개발의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해 운동·식사 관리를 도와준다. 검진 결과 적지 않은 샐러리맨에게 생활 습관의 개선 요구가 진단된 게 계기가 됐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