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 경제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나타낼 것이다.’

연초 정부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외 경제 연구 기관들의 전망이다. 한국 경제가 2013년 상반기까지 조정을 받다가 하반기에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최근 양상은 하반기에도 성장률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한 최근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주식시장이 요동치며 불안 요소가 커지고 있고 부동산 시장도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환율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도 상반기의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인가, 아니면 보란 듯이 반등세를 타고 한국 경제에 밝은 빛을 비출 것인가.
하반기 글로벌&코리아 경제 대전망 디플레이션 현실화되나
2013년 상반기 한국 경제는 총체적으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경제성장 동력이 약화된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2013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9%,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해 2011년 2분기 이후 8분기 연속 0%대 성장세다. 내수 경기 침체, 투자 환경 악화 등 전형적인 불황 국면 경제의 특징을 띠고 있다.

최근 6월 들어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우선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2000 선을 회복하며 마감했던 코스피 지수가 6월 들어 1900 선마저 위태롭더니 6월 13일 1800대로 떨어졌다. 환율도 불안하다. 지난 5월 말 112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6월 중순 1133.60원으로 오르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가 외환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한국 금융시장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6월 들어 외국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한 물량은 12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 불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최근 벌어진 삼성전자 급락 이슈다. 최근 삼성전자는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등이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며 급락했다. 글로벌 1위 스마트폰 메이커 업체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에 속절없이 추락했다. 6월 12일 삼성전자는 138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불과 6월 첫째 주만 하더라도 150만 원대를 웃돌던 주가가 지난 6월 7일 6% 넘게 급락하는 등 닷새 만에 무려 10% 가까이 빠지며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도 지난해 말 절반을 넘어섰으나 최근 48%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전체 시가총액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대장주이지만, 한 기업의 주가 폭락도 견디기 힘든 게 국내 주식시장의 현주소다.



저성장·저물가로 디플레이션 경고등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 축소 우려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논의되며 글로벌 유동성이 감소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가 뒤를 이었다. 글로벌 시장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한국 금융시장의 특성상 글로벌 유동성 감소에 대한 우려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심은 앞으로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냐의 문제다. 경제 전문가들도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망하라’는 조언이 주를 이룬다.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마땅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경제 상황을 예의 주시할 뿐이다.

내수로 눈을 돌려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2년 둔화됐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1.0%로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성장에 저물가 현상이 겹치면서 경제가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드는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또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4·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잠시 거래가 늘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6월 들면서 취득세 감면 일몰을 앞두고 매수자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 절벽(재정 절벽에서 파생된 말로, 부동산 거래가 사라지는 현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시원한 경기 회복의 빛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 동행 지수, 경기 선행 지수를 볼 때 2013년 2월을 기점으로 국내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다시 성장 국면으로 돌아서고 경기가 활성화되기에는 각 부문별로 성장 동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기대를 거는 것은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견고해진다는 점이다. 여전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 일본 아베노믹스의 부작용, 중국 경제의 둔화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 요인은 있다. 하지만 G2 경제가 더 나빠질 게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교역량 확대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하반기 글로벌 경제에 대한 긍정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그간 부진을 보였던 신흥국 경제의 회복이 가시화된다면 국내 경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취재=이진원·이현주·김보람 기자
사진=서범세·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