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맥스 니키아스 서던캘리포니아대 총장 “해외 인재 유치 위해 직접 찾아갑니다”
약력 : 1952년생. 1977년 그리스 국립 아테네공과대 전기기계공학과 졸업.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 전기공학 석·박사. 1982년 코네티컷대 교수. 1985년 노스이스턴대 교수. 1991년 USC 교수. 2001년 USC 공과대학 학장. 2010년 USC 11대 총장(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는 세계적 명문 대학 중 하나다. 공학·예술·경영·국제무역에 국제적 명성을 가진 교육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USC는 미국 대학 중 가장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는 학교다. 이 때문에 USC 졸업생의 활약이 전 세계적으로 각 분야에서 돋보인다. 인종과 국적을 넘어선 동문 네트워크가 확대되다 보니 정기적인 콘퍼런스로 자리 잡기도 했다. 매년 2년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개최되는 ‘USC 글로벌 콘퍼런스’는 바로 동문 모임이 발전돼 세계 주요 이슈를 논의하는 콘퍼런스로 발돋움한 것. 지난 5월 23~25일 서울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맥스 니키아스(C. L. Max Nikias) USC 총장을 만나 USC의 저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니키아스 총장은 취임 후 2년간 총 20억 달러(2조2000억 원)의 대규모 발전기금을 유치해 ‘타고난 기금 모금자’로 불리기도 한다. 기금 모금의 노하우를 그에게 물어봤다.

미국 대학 중 외국인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대학으로 알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1880년 설립 당시부터 학생 53명 중 2명이 유학생일 정도로 해외 유학생은 학교의 역사와 처음부터 같이했다. 올해로 133주년을 맞은 USC는 전통적으로 유학생을 적극 유치해 왔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캠퍼스를 기준으로 전교생의 25%가 외국인 유학생이다. 약 9000명에 달한다. 전 세계 115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작은 지구촌’을 형성하고 있다. 일례로 교내 종교 단체만 해도 90개가 넘는다. 유학생들은 재학 기간 동안 다른 문화의 학생들과 소통하며 인생에서 아주 값진 글로벌 감각을 갖출 수 있다.

글로벌 인재 육성에 대한 학교 혹은 니키아스 총장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USC는 세계 정상급의 커리큘럼을 갖춘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학교 차원의 여러 가지 참여 프로그램, 동아리 활동, 해외 연수 등을 통해 USC의 졸업장에는 많은 부가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대학이 단지 이론적인 교육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미국 국적이든 한국 국적이든 글로벌 시민을 양성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글로벌 시민으로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서울을 비롯해 도쿄·상하이·상파울루·멕시코시티 등 주요 도시에 현지 사무소를 두고 세계 각 도시의 고등학교와 접촉해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 약 2000개 고등학교에 직접 우리 학교의 직원이 방문해 지원자 추천을 받는다. 단지 우리 학교에 지원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학교가 먼저 적극적으로 인재를 불러오기 위해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자매결연 해외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에게도 유학을 권유하고 있다.

USC 졸업생이 세계 각국에서 어떤 활약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말해 달라.

우선 한국에서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USC 동문이다. 한국 대기업의 임원 중 USC 동문이 상당수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의 푸청위(傅成玉) 회장을 비롯해 부동산 거물급 인사인 로니챙,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USC 출신이다. USC는 경영학·공학·영화학·디지털미디어 등이 특화돼 관련 산업에 진출한 졸업생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고 했는데….

USC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연구 중심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다. 학생들의 벤처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대학 연구에서 시작해 주요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16개다. 4억 달러의 투자 자금을 유치했고 약 55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USC 내 스티븐스학술센터는 학생들이 갖고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연구 지원하고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내 연구는 미국 정부·기업·연구재단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다. 매년 연구비 규모는 6억 달러에 달한다. 한편 기업가 정신을 북돋고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전교생이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기업가 프로그램이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분석, 경쟁사 분석, 사업 제안 방법 등을 경영전문대(MBA) 학생이 아니더라도 이공계 학생들도 들을 수 있다. 이는 다른 대학에는 없는 USC만의 프로그램이다.
맥스 니키아스 서던캘리포니아대 총장 “해외 인재 유치 위해 직접 찾아갑니다”

한국과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USC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695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8.8%를 차지한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가장 많다. 이제까지 수많은 한국인 졸업생을 배출해 왔다. 또한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바로 아시아학 연구다. 한국학에서는 한국의 역사와 시대별 영웅의 철학·업적 등을 가르치고 있다. USC 캠퍼스 내에 도산 안창호 선생이 가족과 머물렀던 자택이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과는 인연이 깊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는 한국 고서와 고지도 등 희귀본도 소장돼 있다. 한국의 유산과 USC의 연결고리가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한국학은 최근 인기가 높아져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대학 발전기금 모금에 탁월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노하우가 있는가.

사립대이므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내가 총장으로 취임한 3년 전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7년 안에 60억 달러(6조7000억 원)를 모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총장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기업가 마인드를 갖고 발로 뛰어야 한다. 지난 2년간 이미 20억 달러를 유치했다. 기금 모금에서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기부할 때 학교가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운영·연구 등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국 대학들도 최근 해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조언을 한다면….

간단하다. 영어는 국제 언어다. 세계 많은 학생들이 영어로 학문을 닦고 있다. 영어 강좌를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면 그만큼 유학생 수가 늘 것이다. 이와 함께 높은 수준의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 이 또한 영어로 진행돼야 해외 인재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