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류 대표 기업 '왕왕식품'
1990년대 초반 2만 원대였던 롯데제과의 주가는 2006년 100만 원을 넘었다. 또 올 초에는 200만 원을 넘는 등 20년 동안 주가상승률은 수십 배 아니 배당수익률까지 포함하면 100배를 웃도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소비가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제과 시장 1등주는 어디일까.그전에 중국 제과 시장부터 알아보자. 중국 제과 시장은 13억5000만 명이라는 절대적인 시장 규모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아직 7000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미 32조 원 규모로 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제일 큰 시장이 됐다. 그러나 1인당 제과 소비액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1인당 제과 소비액은 일본이 24만 원으로 단연 1등이다. 2등은 대만으로 6만 원이며 한국은 6만 원으로 3등이다. 중국은 2만5000원 전후로 조사된다.
일본 제과 소비 금액이 높은 건 높은 소득수준과 함께 아시아 국가 중에서 서구화를 가장 먼저 경험했고 서구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으며 고급 과자 소비가 대중적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인도 과자 소비가 많지만 서구식 스낵류보다 시장 등에서 판매되는 가내수공업에 의존한 재래식 과자가 70%를 차지하고 있어 제과 회사들의 향후 장기적인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자는 재래식 쌀과자(센베이와 재래식 사탕) 등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어디서든 생산하기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지방에서 뻥튀기와 사탕 묶음을 파는 상인을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 같은 시장이 아직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재래식 쌀과자를 서구화된 방식으로 위생적인 제과로 생산해 낸 기업이 바로 중국 1등 쌀과자 기업 왕왕이다. 왕왕은 본래 대만 기업이다.
1962년 농산물 가공 기업으로 설립됐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1983년 일본 3위의 쌀과자 기업(옌종)의 투자를 받아들였다(지금도 이 기업은 왕왕의 주요 주주임). 대만 1위 쌀과자 기업으로 성장한 왕왕은 중국 본토의 개혁·개방 시기에 맞춰 1992년 중국 시장에 진입했다. 왕왕의 쌀과자는 중국에서 크게 성공을 거뒀다. 잠시 부동산·투자업에도 진출했지만 식품 사업을 분리해 2008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전통 과자의 대표 주자인 왕왕은 제품 고급화에 주력하는 동시에 제품 다각화와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왕왕은 쌀과자로 시작했지만 현재 쌀과자 매출 비중은 24%에 불과하고 스낵류와 음료 등 현재 종합제과 1등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과자 시장으로 성장해
2013년 대만 최고 부자이자 중국 내 외국인 최고 부자는 바로 중국 왕왕그룹의 차이옌밍 회장이다. 지난 5월 말 포브스지는 왕왕그룹의 차 회장의 재산이 106억 달러(약 12조 원)라고 밝혔다. 왕왕그룹은 포브스의 ‘아시아 베스트 50 기업’에 2009년부터 4년 연속 선정됐다.
왕왕그룹은 1992년 중국 시장에 투자하기 시작해 중국 대륙에서 처음으로 상표를 등록한 대만 기업이며 가장 많은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1994년 후난성 창사에 첫 생산 공장을 설립,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홍콩·싱가포르·일본 등에 영업망을 두고 있으며 2012년 말 기준으로 중국 내륙에서 8000여 개의 판매 대리점과 356개 영업망, 36개 생산기지, 96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1만여 개의 판매 대리상을 보유하고 미국·캐나다·유럽 등 세계 40여 개국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왕왕(旺旺)’이라는 이름의 쌀과자와 스낵류 과자·사탕·어린이 유제품·음료이며 식품 분야 외에도 의료 서비스, 요식 프랜차이즈, 농업, 호텔, 부동산 등 영역에 진출해 있다.
대표적인 쌀 크래커는 ‘왕왕설병’과 ‘왕왕센베이’는 왕왕의 상징이며 중국 시장점유율 40%의 왕자이우유 또한 강한 독점력을 갖고 있다. ‘왕왕선물세트(왕왕 쌀 크래커 선물 세트)’는 춘절에 중국 어린이에게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정도다. 2012년 순수익 30% 늘어나
쌀과자 독점기업 왕왕의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은 어린이용 음료다. 2012년 상반기에만 왕왕그룹의 유제품 음료 영업 매출액은 7억6900만 홍콩 달러에 달하는 등 이미 그룹 전체 수익의 50%를 웃도는 주력 사업이 됐다. 대표 음료인 ‘왕자이 우유맛 음료’는 중국의 유제품 대표 기업인 멍뉴(蒙牛)·이리(伊利)를 제치고 40.6%라는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다. 왕자이 우유맛 음료가 유제품 시장에서 멍뉴와 이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멍뉴와 이리가 각각 제품 안전 부문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식품위생과 안정성에서 차별화된 이미지를 확보한 게 큰 이유로 분석된다.
왕왕은 순수한 유제품이 아닌 유사 유제품(즉 우유 가루를 물에 희석하고 여기에 다른 맛을 첨가해 만드는 음료)으로 차별화를 시도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어린이용 음료라고 하는 특정 소비 계층을 상대로 위생적인 포장·광고까지 어린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왕왕의 유제품 음료 가격이 4~5위안대로, 기타 경쟁사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비싼 편이지만 왕왕그룹의 좋은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로 1, 2선 도시 시장에서 3~4선 도시 시장으로 확대하면서 왕왕그룹은 잠재력이 큰 어린이용 음료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2012년 왕왕식품의 영업 상황을 보면 매출액 비중이 쌀 크래커 24.2%, 스낵 식품 24.7%, 우유 등 음료 50.9%였고 2012년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했으며 음료 부문의 고성장이 지속됐다. 매출 총이익률은 일부 원재료 가격 하락과 2011년 하반기부터 제품 가격 5~10% 인상으로 전년 대비 4.7% 포인트 상승한 39.5%를 기록했으며 매출 총이익의 개선과 판관비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36% 증가했다. 성장이 높았던 음료 부문을 보면 주력 제품인 왕자이우유 매출액이 전년 대비 23.3% 성장했고 기타 음료 중 유산균 음료 등이 전년 대비 43.4%나 성장했다. 이에 따라 2012년 왕왕의 순이익도 30% 이상 성장했다.
한편 왕왕식품은 장기적인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내륙지역 인건비 상승에 대비해 생산 자동화 방안을 시행해 왔다. 또 중국 내수 시장 성장에 맞춰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일부 생산 라인을 자동화, 생산성이 높고 원가율이 낮은 공장 지역으로 집중 생산 체제를 갖추는 등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고 있다.
왕왕식품은 향후에도 수익성이 높은 차별화된 신제품을 통해 2013년에는 쌀과자와 스낵 및 음료의 3개 부문에서의 전체적인 판매 증가율을 20~25%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 2013년 1분기 실적을 볼 때 회사의 계획과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왕왕식품은 수년간 연평균 20%가 넘는 이익 증가세를 보이며 주가도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고 있다. 왕왕식품의 주가수익률(PER)은 30배가 넘을 만큼 주식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주가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보면 왕왕식품은 중국의 도시화와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 시장 확대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돼 지속적으로 관심을 둘만한 중국 제과 1등 주식으로 판단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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