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신용평가정보·한경비즈니스 공동 선정


‘논어’에 ‘사불가이불홍의(士不可以不弘毅)’라는 말이 있다.
넓은 식견과 강한 의지력으로 곤경에 굽히지 않아야 한다는 말로 ‘리더의 자격’을 뜻한다.
이런 자격을 겸비한 한국 경제의 주역은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가 NICE신용평가정보와 공동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최고경영자(CEO)와 기업 100개를 선정했다.
국내 주식시장 상장 기업 1780개 중 지난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곳을 순서대로 가려 뽑았다.
극심한 경제 불황으로 위기에 놓였지만 이들 기업과 그 기업을 이끈 CEO의 리더십은 더욱 빛났다.

취재=김보람·권오준·이현주·김민주·우종국 기자
사진=서범세·김기남 기자
2013 KOREAN SUPER COMPANIES & CEO 100
선정 방법
한경비즈니스와 NICE신용평가정보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대한민국 100대 기업·CEO’는 시가총액·매출액·당기순이익 등 3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1780개 기업을 대상으로 3가지 요소별로 1위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긴 뒤 이를 합산해 총합이 작은 순으로 종합 순위를 산정한다.

이번 조사는 조사 대상 1780개 기업 중 뮤추얼 펀드 등 특수 기업(펀드, 리츠, 선박 투자회사 포함) 52개와 관리대상 기업 54개(유가증권시장 16개, 코스닥시장 38개)를 제외했다. 2012년 이후 신규 상장된 기업 44개는 2012년 전체의 영업 활동을 비교하기 어려워 뺐다.

2차 선정 과정은 이렇게 걸러낸 16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결산월이 12월이 아닌 회사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12월로 조정했다. 따라서 3월 결산법인은 순위표에 제시된 각 수치가 기업의 공식 자료와 차이가 날 수 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연결재무제표가 아니라 개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다.

일반적으로 모든 회사는 법적으로 독립돼 있어 회사별 개별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는 법적으로 독립돼 있지만 경제적으로 동일체의 성격을 갖는 연결 실체를 하나의 회사로 보고 작성한 재무제표를 의미한다.


2013 KOREAN SUPER COMPANIES & CEO 100
2013년 ‘대한민국 100대 기업· CEO’ 1위는 권오현(61)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가 이끄는 삼성전자다. 한경비즈니스가 2001년 처음 조사를 시작한 이후 12년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현대자동차·포스코·기아자동차가 지난해에 이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전자·자동차·철강 등 각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현대차그룹·포스코’의 ‘삼두 체제’가 굳건히 자리 잡았다.

1위인 삼성전자는 시가총액·매출액·당기순이익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시가총액 224조1895억 원, 매출액 141조2063억 원, 당기순이익 17조3985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 대비 매출액은 16.88%, 순이익은 73.87% 늘었다. 2위인 현대자동차와 비교하면 시가총액·매출액·당기순이익 모두 3~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과의 밑바탕에는 기술력과 수장의 남다른 경영 수완이 있다.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CEO는 권 부회장이다. 그는 삼성 내에서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모두 잘 아는 보기 드문 CEO다. 1997년 본업이던 메모리를 떠나 시스템LSI사업부 제품기술실장(상무)으로 발령 나면서 10년 동안 비메모리 사업도 경험했다. 2000년대 권 부회장이 시스템LSI 개발실장으로 있으면서 닦아 놓은 터전은 최근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바탕이 됐다.

3년 연속 2위 자리를 지키는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시가총액 48조1304억 원, 매출액 43조1624억 원, 당기순이익 5조2734억 원을 올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 전문가’인 김충호(62) 현대자동차 사장이 현대차의 국내 판매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내수 시장의 극심한 침체와 수입차의 역공 속에서도 신차 출시, 브랜드 고급화와 고객 서비스 향상 등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3위를 차지한 포스코는 시가총액 30조4282억 원, 매출액 35조6649억 원, 당기순이익 2조4995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철강 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을 여파로 2011년 대비 매출액은 8.95%, 순이익은 21.62% 떨어진 결과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철강업체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데는 정준양(65) 포스코 회장이 주도한 꾸준한 혁신 활동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창립 44주년 기념식에서 철강·소재·에너지를 3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2020년 매출 200조 원 달성’과 ‘글로벌 100대 기업 진입’이라는 ‘포스코 패밀리 비전 2020’을 발표하고 경영에 앞장선다.

100대 기업 중에서도 알짜 중의 알짜인 ‘톱 10’에 LG화학과 현대모비스가 5, 6위를 차지했다. 이어 톱 10에 처음으로 진입한 삼성생명이 7위에 이름을 올렸고 현대중공업(8위)·S-OIL(9위)·SK텔레콤(10위)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올해 톱 10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생명보험의 약진이다. 삼성생명보험은 16계단을 뛰며 톱 10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2011년 대비 매출액이 18.32%, 순이익이 547.56% 불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삼성생명보험의 수장 박근희(60) 부회장은 ‘영업 현장’을 두루 챙기는 현장형 CEO다. 경영이 어려워질수록 영업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평소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고객과의 접점인 현장 위주로 조직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상품·마케팅·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13 KOREAN SUPER COMPANIES & CEO 100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