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보육 재원 분담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논란은 지난 5월 말 서울시가 무상 보육 예산이 사실상 바닥났다며 두 손을 든 데서 시작됐다. 양육 수당과 보육료로 구성되는 무상 보육 예산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예산을 편성한다. 서울시는 ‘정부가 추가 지원해야 한다’고 하고 정부는 ‘서울시의 의지가 없다’고 한다. 0~5세 자녀를 둔 시민들은 가슴이 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서울시에 따르면 서초구를 비롯한 서울 25개 자치구의 양육 수당은 지난 5월 25일 기준으로 모두 소진됐다. 서울시는 보육 예산을 임시방편으로 활용해 양육 수당을 시민들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도 오는 9월엔 무상 보육 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보육 수당과 양육 수당을 합친 서울시의 무상 보육 예산은 1조656억 원이다. 시가 올해 편성한 예산은 6948억 원으로 3708억 원이 부족하다.

서울시는 정부의 추가 보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지원은 없다’고 맞섰다.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자 정부는 ‘지자체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의지만 밝히면 상응하는 국비 예산을 정부가 즉각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재정이 어려워 추경이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보면 서울시의 이 같은 태도는 문제가 있다. 국비와 지방비 분담 비율은 법적 의무라는 점에서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보육 사업을 정부와 지자체의 공동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YONHAP PHOTO-0648> 마포구, '마포어린이 축제'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어린이날을 맞아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난지잔디공원에서 열린 '마포어린이 축제'에서 어린이들이 힘차게 뛰고 있다. 이날 행사에 마포구 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들이 1만 명 정도가 모여 다양한 놀이체험을 했다. 2013.5.3
    jieunlee@yna.co.kr/2013-05-03 13:12:41/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마포구, '마포어린이 축제'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어린이날을 맞아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난지잔디공원에서 열린 '마포어린이 축제'에서 어린이들이 힘차게 뛰고 있다. 이날 행사에 마포구 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들이 1만 명 정도가 모여 다양한 놀이체험을 했다. 2013.5.3 jieunlee@yna.co.kr/2013-05-03 13:12:41/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준비 안 된 무상 보육에 부모들만 속 타


물론 서울시도 할 말은 많다. 국회와 정부는 소득 하위 15% 가구에만 지원하던 양육 수당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2013년 0~5세 전면 무상 보육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13일 중앙 부처와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김황식 당시 총리는 “보육 체계 개편에 따른 지방비 추가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한마디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서울시는 이 말을 ‘무상 보육이 아무리 확대되더라도 지방비 부담이 늘어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올해 지방비 분담액을 ‘2012년도 정부 예산안’ 수준(3872억 원)인 3875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서울시가 실제 편성해야 하는 지방비(7583억 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문제의 2012년 정부 예산안은 2011년 가을 국회에 제출됐다. 무상 보육이 확대되기 전에 짠 예산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김 전 총리의 발언 내용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진 복지부 보육사업기획 과장은 “당시 정부의 약속은 올해 지방비를 ‘2012년 정부 예산안’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2012년 무상 보육에 사용된 지방비를 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만 속이 타는 모습이다. 국회는 무상 보육비 국고 보조율을 서울은 현행 20%에서 40%로, 서울 이외 지역은 50%에서 70%로 올리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7개월째 계류 중이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개정안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치킨게임이 그전에 마무리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주용석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