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변화는 산업 구도를 뒤바꾼다. 인구구조는 그만큼 결정적인 기여 변수다. 인구변화가 주력 산업의 기상도를 바꾼 건 일본 사례에서 잘 확인된다. 일본의 노인 비율(23%)은 세계 최초로 20%를 넘겼다.

반면 청년 인구는 감소세다. 드라마틱한 성장 활력은 옛말이 됐다. 111조 엔의 건설을 비롯해 자동차·도소매 등 거대 시장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압권은 레저 시설이다. 버블 절정 때 앞다퉈 건설한 테마파크는 공급과잉 속에 저출산 역풍까지 맞으며 사실상 개점 폐업에 봉착했다.
[일본] 도쿄디즈니랜드 ‘성공 마법 30년’ ‘인구변화’ 극복…어른 고객 집중 공략
젊은 층 인구 급격 감소로 ‘휘청’

주목해야 할 건 예외적인 성공 사례다. 인구변화의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전략을 수정해 폐업 위기를 성장 기회로 역전시킨 사례다. 오락실은 시간과 금전을 갖춘 노인 고객을 새로운 공략 타깃으로 선정해 방문 유도를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총동원했다. 장시간 게임을 즐기도록 푹신한 의자로 대체했고 전담 직원을 배치하기까지 했다.

돋보기 무료 대여는 기본 서비스다. 치매 방지에 좋은 새로운 게임 구색도 갖췄다. 입소문이 나면서 경로당처럼 변질(?)된 곳이 적지 않다. 일부는 전용 휴게실까지 설치했다. 노인 사교장으로의 변화 시도다. 그 덕분에 노인 타깃의 접객 서비스에 충실한 회사일수록 매출 증가는 공통 현상으로 거론된다.

테마파크의 선두 주자는 ‘도쿄디즈니랜드’다. 회사의 성공 스토리는 고령화(저출산)·저성장의 변화된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애초 디즈니랜드는 출산비율이 떨어지면서 생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됐다. 1.5배 크기에 독특한 네덜란드 거리를 재현해 화제를 모은 ‘하우스텐보스’가 최근까지 악화 일로의 경영 성적을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다양한 재건 시도 속에 최근에야 안정세 회복).

이런 점에서 디즈니랜드 성공 스토리의 핵심 줄거리는 ‘철저한 고객 연구와 눈높이의 맞춤 운용’으로 요약된다. 즉 인구변화를 토대로 한 고객 성향의 세분화된 자료 축적으로 중년 이상의 신규 고객을 확보한데 이어 한결 감동적이고 환상적인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아낼 수 있었다.

우선 주요 언론의 평가부터 보자. 2012년 ‘도쿄디즈니랜드’의 광고는 반백 노인이 등장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과거 추억을 떠올리는 영상으로 마무리됐다. 일생에 걸친 디즈니랜드에서의 추억 공유를 호소한 셈인데 꽤 설득적이었다. 일부 주력 시설은 노인 눈높이에 맞춰 운영했다.

주간현대는 “놀이터조차 미끄럼틀·그네 대신 스트레칭 기구나 통증 경감 의자로 바뀌는 마당에 테마파크의 주력 시설이 건강한 노인 인구에 맞춰 바뀌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TV도쿄는 “추억의 명소라는 이미지 마케팅이 중년 이상 고령 인구의 마음을 움직인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마저 즐길 수밖에 없는 마법의 연출 결과다.

당장 어른 고객의 접근성을 낮췄다. 시니어 티켓 할인 등 특전 제공이 대표적이다. 디즈니랜드 1일 입장권은 60세 이상 시니어에게 5500엔으로 제공된다. 대인(6200엔)보다 할인된 가격이다. 연간 입장권도 4만 엔으로 대인(5만2000엔)보다 저렴하다. 그뿐만 아니다. 2007년엔 ‘디즈니성인 여행’이라는 대박 상품을 터뜨렸다.

1박 2일 숙박 상품으로 1인당 최대 7만 엔의 고가지만 특별 좌석과 우선 탑승 등의 혜택을 제공해 화제를 모았다. 그 덕분에 2011년 입장객 중 40세 이상이 전체의 19%까지 올라섰다. 1997년에는 10%에 불과했다. 더타임스는 디즈니랜드가 마케팅 주력층을 가족 고객에서 실버 계층으로 옮긴 것에 ‘테마파크의 주인공은 노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디즈니랜드 ‘성공 마법 30년’ ‘인구변화’ 극복…어른 고객 집중 공략
시니어 티켓 할인 등 차별화 마케팅 구사

도쿄디즈니랜드는 올해 개장 30년이 됐다. 그간 방문객만 5억 명을 넘겼다. 회사 매출액(3600억 엔)은 전체 유원지·테마파크(4587억 엔)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2011년). 업계 최강이다. 남녀노소 단연 인기 최고의 테마파크란 데 이견이 없다. 30주년 이벤트의 활용 방법을 살펴보면 디즈니랜드 장기 성장의 힌트를 찾아낼 수 있다.

핵심 도구는 축제 일색의 퍼레이드와 관련 이벤트의 개최다. 비즈니스의 성공 열쇠는 여기서 비롯된다. 가령 30주년 분위기에 맞춰 해당 상품을 파는 데 역점을 둔다. 식사부터 선물까지 모든 것에 ‘30주년’이 인쇄·각인되며 특별함을 선사한다. 디즈니랜드의 상징인 팝콘 용기의 30주년 기념품은 인기 절정이다. 지금까지 팝콘 용기만 150종류 넘게 생산됐는데 이는 그때그때 이벤트를 철저히 활용한 결과다.

회사는 이를 “디즈니의 가치를 파는 것”으로 갈무리한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시(Sea)를 합해 상품 라인업은 연간 3만 건에 달한다. 그중 5000~6000점이 신상품이다. 이벤트마다 신규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단골손님에게조차 질리지 않는 신선함을 더했다.
[일본] 도쿄디즈니랜드 ‘성공 마법 30년’ ‘인구변화’ 극복…어른 고객 집중 공략
그 덕분에 반복 고객(repeater)이 90%에 달한다. 요즘엔 조부모와 동반한 1·3세대 방문 고객이 적지 않다. 할아버지나 손자나 모두에게 즐거운 디즈니랜드의 존재감을 어필한 덕분이다. 그 근거는 맞춤 서비스다. 철저한 고객 조사를 빼놓을 수 없다. 회사는 입장객 설문 조사를 매일 실시해 방문 빈도와 목적을 청취, 이를 비즈니스에 완벽하게 반영한다. 이는 30년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또 다른 고객 확보 전략은 종업원이다. 내부 고객의 잠재성에 주목한 셈이다. 전체 종업원 2만 명 중 90%는 아르바이트다. 전형적인 단기 근무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최강의 서비스 제공 집단으로서 손색이 없다. 요컨대 충성심이 아주 높다. 회사가 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비밀 장치를 완비한 덕분이다.

가령 일상의 바람직한 행동을 권하는 ‘파이브 스타 카드(Five Star Card)’를 보자. 직원이 회사 가치에 맞는 행동을 했을 때 주어지는 칭찬 카드다. 자신감을 갖게 해 반응이 뜨겁다. 수령자는 연 2회 특별 파티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르바이트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아이 해브(I have) 아이디어’도 일할 맛을 높인다. 아이디어를 내고 이게 상품화되도록 적극 장려한다. 인재 육성을 위한 이런 독자 시스템이 접객 품질을 높이는 건 물론이다. 또 연간 행사로 폐원 후 파크를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개방하는 ‘생스데이’도 유명하다.

직책을 넘는 팀워크가 고객에게 압도적인 행복감을 안겨준다는 차원에서 정규직이 아르바이트와 그 가족을 위해 서비스를 안겨주는 행사다. 임원이 음식을 나르고 사장이 청소한다. 대접받는 느낌은 가족의 만족감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주효했다.

결국 디즈니랜드의 30년 우상향(↗) 성공 스토리의 비밀은 고객 접점에서 찾아진다. 고령화·저성장으로 테마파크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고객 변화 및 성향 분석에서 비롯되는 맞춤 서비스로 압축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원류다. “디즈니랜드는 영원히 완성하지 않는다”는 창업자의 말처럼 일상적 도전의 반복일 뿐이다. 그 도전은 향후 시니어와 함께 해외 고객에 방점이 찍힌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