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포토’로 편집…과거 여행하듯
요즘엔 사진을 가지고 노는 게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입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고 카카오톡을 이용해 친구에게 보내주기도 합니다. 20대 제 조카는 여행에서 돌아오면 사진 파일로 앨범을 만들어 책상에 꽂아놓더군요.이처럼 사진이 넘치는 시대에 살면서도 10년, 20년 전에 찍은 사진은 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카메라 기술이 발달해도 과거로 돌아가 촬영할 수는 없으니까요. 책상 서랍에 잔뜩 쌓인 과거 사진, 과거 필름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한두 달 전에 ‘필름 디지타이징(디지털 변환)’을 시작했습니다.
필름을 사진관으로 가지고 가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뜻입니다. 사진보다 먼저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것은 필름에 화학약품이 묻어 있어 변색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디지털로 변환된 사진을 보면서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고 있습니다. 사진관에 필름을 맡길 때는 한 번에 대여섯 통만 맡깁니다. 한꺼번에 맡기면 정리할 때 번거로울 것 같고 곶감 빼먹는 재미를 오래 즐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매주 한 차례 사진관에 맡기고 있어 서랍에 쌓인 필름을 모두 디지타이징하려면 서너 달은 걸릴 것 같습니다. 필름을 맡길 때는 대부분 어떤 사진인지 모릅니다. 나중에 디지털 사진을 보고서야 ‘맞아, 이 사진도 찍었지’하며 반색합니다.
최근에 디지타이징한 파일에서 장모님을 모시고 행주산성 꼭대기에 올라가 찍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장모님은 치매로 10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누워 계시다가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치매에 걸리기 전에도 몸이 비대해져 거동이 불편했죠. 그랬던 분이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행주산성 꼭대기까지 올라 가셨다니…. 마누라는 돌아가신 분의 사랑이 느껴졌던지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필름 디지타이징을 하다 보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진을 잘못 찍은 것 같아 인화하지 않았던 필름에서 ‘멋진 사진’을 뽑을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사용하기 쉬운 사진 편집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고 기울기를 조절하고 밝기를 조절하면 멋진 사진으로 바뀝니다. 아마추어가 찍은 사진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치면 원본보다 훨씬 좋아집니다.
저는 애플 ‘맥북프로’ 노트북에 ‘아이포토’라는 프로그램을 깔아 놓고 사용합니다. 아이포토는 애플이 개발한 프로그램인데 누구든지 쉽게 사용법을 익힐 수 있죠. 디지털로 변환한 사진 파일을 노트북에 내려 받은 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듬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사진 속 장면을 회상하고 아이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다듬은 사진은 뭉텅이별로 자동으로 정리됩니다.
사진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다듬어 정리해 둔 사진을 보다가 사진 속 인물에게 e메일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10년 전 함께 제주도 갔을 때 찍은 사진인데 이제야 준다’며 간단한 메모를 곁들여 보내면 당사자들이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은 듯 좋아합니다. 10년 전, 20년 전에 찍은 사진에서 세상을 떠난 분이나 이혼한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볼 때는 가슴이 아리기도 합니다.
필름이 많으면 디지타이징 비용이 제법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체로 사진 1장에 100원 남짓 줘야 합니다. 제가 이용하는 사진관은 1장에 100원으로 싼 편인데, 25장 필름 1통이면 2500원, 4통이면 1만 원, 40통이면 10만 원, 200통이면 50만 원입니다. 필름을 200통 이상 보관하고 있는 가정은 많지 않겠죠. 저는 디지털로 변환한 파일로 사진첩을 만들어 아이들 결혼할 때 넘겨줄까 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