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창조 경제’가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 경제를 첫 번째 국정 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과연 창조 경제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에서조차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채 중구난방이다.
지난 4월 3일 열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 경제의 개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 경제는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인 듯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창조 경제일까. 우리나라는 2007년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도록 이 단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 없이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은 자본과 숙련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대량생산함으로써 가능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성취는 기술 투입으로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가능했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은 지속적인 혁신(innovation)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신상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어야 가능하다. 혁신은 신제품뿐만 아니라 기존과 차별화되는 창의적인 디자인, 생산 공정, 마케팅 기법 및 서비스 등 여러 방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창조 경제를 위해 어떤 생태계가 필요할까.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혁신을 위한 4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고급 인력과 자본, 첨단 기술 등 선진 생산요소(advanced factor)를 갖춰야 한다. 둘째, 까다롭고 고급 취향을 가진 수요자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셋째,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디자인·부품 등 업스트림 산업과 마케팅 등 다운스트림 산업이 발달돼야 하고 해당 산업과 유사한 산업의 발달도 혁신을 촉진한다. 넷째, 기업 간 치열한 경쟁과 자유로운 창업 활동은 혁신을 유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네 가지 조건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이러한 창조 생태계 조성을 위해 통상 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첨단 기술이나 경영 기법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고급 인재를 유치해 요소 조건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국내시장을 개방해 첨단 부품이나 디자인, 고급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시장 경쟁을 촉진해 나가야 한다. 한마디로 물적·인적 생산요소와 상품·서비스 등이 국내외로 원활하게 이동하고 시장의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전방위 개방형 통상 정책 필요하다.
그런데 신정부가 발표한 ‘대외 경제정책 추진 방향’을 보면 수출과 해외 진출만 강조하는 중상주의적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창조 경제를 위해서는 오히려 국내시장을 개방해 선진 요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치열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서비스와 중소기업 분야는 여러 가지 규제와 보호로 인해 경쟁력이 취약한 상태다. 이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원한다면 우선 보호 장벽부터 낮춰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창조 경제’를 원한다면 통상 정책 방향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경희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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