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협 SBS 아나운서 출신 KU골프 파빌리온 대표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요? 역시 온 국민을 감동시켰던 박세리 선수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경기죠. 저 역시 중계하면서 너무 감동한 나머지 울었던 기억이 나요.”

현재 파주에 있는 KU골프 파빌리온의 운영을 맡고 있는 유협 대표는 SBS 전 아나운서 국장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프로골프협회(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등은 물론 국내외 주요 경기들의 중계를 도맡아 온 스타 골프 아나운서였다. 그런 그가 2011년 4월 방송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골프장 최고경영자(CEO), 그것도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 골프장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골프장의 CEO로서 매출 창출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었다. 또한 취임할 당시에도 골프장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고 구입하지 못한 토지들도 있었고 주변 이웃 주민들과도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많았다.

이를 위해 그는 돌파구로 ‘정직하고 투명한 경영’을 내세웠다. 작은 것 하나를 결정하는 데도 심사숙고하고 항상 정직하게 모든 문제에 대응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경영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웃 주민들을 설득할 때도 그저 입에 발린 약속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해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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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은 서비스업…멀티 플레이어를 꿈꾼다

이 밖에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고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이벤트나 각종 프로그램들을 마련하며 신뢰를 쌓아 나갔다.

“진정성 있는 약속을 하고 하나하나 실천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많이 믿어주시더군요. 그 덕분에 주민들과 화합도 원만히 이뤄질 수 있었고요.”

골프장 CEO로 취임한 지 아직 만 2년이 되지 않은 현재 그는 지금까지의 자신을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80점’이라는 점수를 매겼다.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로 미진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뒀죠. 그 덕분에 이제부터 진짜 CEO로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 같습니다. 신설 골프장 치고는 조기 안정화를 꾀했다는 점에도 만족하고요. 너무 후한 점수인가요?(웃음)”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파주에 있는 KU골프 파빌리온 골프장을 찾은 날은 공교롭게도 갑작스러운 함박눈이 쏟아진 다음 날이었다. 그 때문에 눈부신 푸름으로 가득했어야 할 골프장은 마치 스키장인 양 온통 새하얀 설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그는 다른 골프장 직원들과 함께 작업복 차림으로 직접 눈삽을 든 채 제설 작업에 한창이었다.

“대표라고, CEO라고 폼만 잡고 앉아 있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눈이 쌓였으면 대표든 말단 직원이든 함께 눈을 치워야죠. 그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작은 일 하나에도 앞장서 솔선수범하는 그는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디테일’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골프장은 서비스업이에요. 아주 디테일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고객 만족을 위하고 직원과의 소통을 이룰 수 있도록 직접 나서 꼼꼼히 챙기는 편이에요.(웃음)”

그 디테일함으로 그는 직원들에게 스스로 멀티플레이어가 될 것을 주문한다. 골프 아나운서로 활동할 때부터 골프 환경이 변화돼 가는 모습을 보며 그 스스로가 느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골프가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려면 가격부터 인하해야 돼요. 골프장의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골프장의 조직이 슬림화돼야 하고 비용적인 측면에서 거품이 빠져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라도 직원들이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는 것이고요.”

실제로 KU골프 파빌리온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에만 능통한 것이 아니다. 대표의 차를 운전하는 운전사는 직접 마케팅 영업도 하고 전산 관리도 하며 골프장 업무를 익히고 있다. 총무 직원은 총무부 일뿐만 아니라 코스 관리에서부터 손님 접대, 프런트 업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또 경기팀과 마케팅팀은 순환 보직 시스템을 통해 서로의 업무를 배우고 익혔다.

“이렇듯 조직원이 멀티플레이어가 되면 서로의 업무 공백을 채워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들의 스펙도 높일 수 있어요. 이 밖에 아웃소싱을 통한 효율적인 인력 관리 방안이라든지, 인근 골프장과의 작업 장비 공동 구매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 중이기도 하다.

“다행히 골프장 운영에 직접 뛰어들기 전 6개월 이상 회계상의 영업이익, 영업비용, 결산 보고 등 기초 회계를 공부한 것이 경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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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프로들의 골프 레슨…일반인에게 문호 개방

그렇다고 단순히 비용을 절약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소아암 어린이 돕기 골프대회’를 비롯해 ‘체리티 프로암 골프대회’ 개최를 통해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 등 골프 대중화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올해에는 2012년에 개최된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대중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다.

“우리 강사진은 골프 전문 방송사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 레슨 프로에서부터 국내 1부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골프 선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그 면면들이 화려하거든요. 주중에 진행되는 무료 강좌인 C프로그램(C-Program)에 참여하고 간단한 레슨 신청서만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프로들과의 실전 필드 레슨 라운드에 무료로 초청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 및 시니어 골퍼 할인, 지역 주민 할인 등을 통해 좀 더 많은 골퍼들에게 경제적인 가격에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기도 하다.

“꼭 제가 CEO라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골프인으로 봐도 KU골프 파빌리온은 참 매력적인 골프장이거든요. 거리는 길지 않지만 코스 자체가 첫 홀부터 마지막 홀까지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가진, 에스컬레이터 같은 형식이어서 각 코스를 공략하는 재미가 있죠.”

그는 이런 KU골프 파빌리온만의 장점을 살려 회원제 못지않은 대중제 골프장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가격과 시스템은 대중제이지만 서비스는 회원제 못지않은 명품 골프장, 골퍼가 바라는 모든 것이 현실로 이뤄지는 골프장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글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