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의 소통 경영

명스피치는 한마디로 기억된다
머리에 박히는 한 줄, 키 메시지를 활용하라

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한 사람들은 이름과 함께 명언도 남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스티브 잡스는 ‘항상 갈망하고 바보처럼 우직하라’고 했다. 이처럼 멋진 메시지 한 줄은 스피치를 빛나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 남는다.

업무 지시나 연설 등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을 기억하는 직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스피치에는 키 메시지가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키 메시지를 활용하면 청중의 머릿속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남길 수 있다. 효과적인 키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 단순하고 강렬해야 한다.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고 했다. 스피치도 마찬가지다. 말이 너무 많으면 핵심이 흐려진다.

미국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이 선거에서 사용했던 표어는 ‘문제는 경제야! 이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였다. 당시 클린턴은 자신의 캠프에서 내세운 정책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질문보다 더 많은 답을 말했다.

그러다 보니 클린턴이 어떤 분야에 강한 대통령인지, 무엇을 하려는지 오히려 불분명해 보였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강력한 키 메시지가 바로 ‘문제는 경제야! 이 멍청아!’다. 이 한 문장의 힘은 엄청났다. 클린턴이 경제를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전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켰고 결과는 잘 알다시피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메시지는 단순, 강렬하고 감성적이어야

둘째,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꼭 감동적이거나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과 관계있는 것으로 느끼게 만들라는 것이다.

아동 전문 권리 기관 세이브더칠드런은 초기 모금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말라위의 어린이 300만 명이 기아로 고통 받는다’고 아무리 외치고 통계 자료를 들이밀어 봐도 소용이 없었다. 고심 끝에 다시 내놓은 키 메시지는 ‘여러분이 기부한 돈은 끔찍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말라위 일곱 살 소녀 로키아를 돕는 데 사용된다’였다. 여기에 ‘로키아의 후원자가 되어, 당신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로키아의 사진을 상상해 보라’고 덧붙인다. 감성적인 두 번째 슬로건이 나온 후 모금액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셋째. 키 메시지는 반복해야 한다. TV 토론에 나온 정치인들이 질문에 대답할 때 논리에 맞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키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반복은 장황한 자료를 늘어놓으며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호소력을 높일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항상 갈망하고 바보처럼 우직하라’라는 키 메시지를 세 번 반복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명스피치는 한마디로 기억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연설을 ‘항상 갈망하고 바보처럼 우직하라’로 기억한다. 전설적인 CEO 잭 웰치는 기업의 핵심 가치를 무려 700번 이상 반복해 이야기하라고 했다. 두 천재 모두 반복의 위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연설을 할 때뿐만 아니라 업무를 지시할 때도 키 메시지를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직원들이 리더의 말을 모두 기억하도록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키 메시지는 적어도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있게 해 준다. 말하기 전에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핵심을 추려내 단순하면서도 감성적인 키 메시지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반복해 보자. 혹시 아는가? 적어도 사내 명언으로 길이 회자될지도….


김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전 K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