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900명이 뽑은 ‘10년 후 한국의 대표 기업·대표 CEO’

최근 국내 건설업계는 풍전등화처럼 위태롭다. 그러나 기업은 각자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불황을 극복해 가고 있다. ‘10년 후 한국을 대표할 1등 기업’ 1위에 뽑힌 현대건설은 해외 플랜트 사업에 나선 국내 건설사 중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는 시장점유율 1위인 이마트가 올랐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이 ‘전통의 강자’인 대형 마트를 넘어설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기능성 식품, 반조리 식품, 바이오산업 등이 떠오르는 식품 업계 1위는 CJ제일제당이 차지했다.
[건설·유통·식품] 현대건설·이마트·CJ제일제당 ‘톱’
▶건설= ‘플랜트 특화 전략’. 이번 ‘10년 후 한국을 대표할 1등 기업’ 건설 부문에서 10위권 내에 진입한 기업의 공통점이다. 1위는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이 18.4% 득표율을 얻었고 뒤를 이어 포스코건설(13.9%)·삼성물산(13.2%)·GS건설(12.0%)·SK건설(7.8%)·현대산업개발(7.2%)·삼성엔지니어링(6.5%)·대우건설(6.3%)·두산건설(5.4%)·대림산업(4.2%)순으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이들 업체는 건설업계의 ‘블루오션’으로 통하는 플랜트 프로젝트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해외 토목건축 시장 선진 기업들의 시장 확대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업체별 플랜트 매출 비중은 삼성엔지니어링(97%)·대림산업(95%)·GS건설(90%)이 90%를 넘었고 SK건설(89%)·대우건설(83%)·포스코건설(83%)·두산건설(76%)·현대건설(68%)·삼성물산(42%)이 그 뒤를 이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상위 건설사 대부분이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미 해외에서 플랜트 사업으로 큰 성과를 낸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대림산업·포스코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의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플랜트 상품 비율은 18%를 차지한다. 건축은 50%, 토목은 25%로 성장 폭을 늘리기 어려운 데 비해 유일하게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분야다. 산업 특성상 규모도 크지만 그만큼 물량도 많기 때문이다. 플랜트의 상품군은 크게 에너지와 비에너지로 나뉜다. 에너지는 화공(석유·정유)·가스·전력 등을, 비에너지는 석유화학·수처리·철도·제련(금속)을 포함한다.

화공 플랜트는 전체 플랜트 사업에서 15%를, 가스는 13의 비율이다. 32%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력 분야를 주목해 볼만하다.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 등의 경쟁력이 우수하며 이 밖에 대림산업·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2%로 마진율이 높고 22%를 차지하는 수처리 분야도 각광받는다. 철도 역시 12%로 굉장히 큰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다. 제련(금속)은 2% 비율이다.

허 애널리스트는 “현재 다수의 상위권 건설 업체가 도산 위기에 처해 있어 이들의 10년 후 존재 여부마저 모호한 실정이지만 플랜트 사업의 핵심 설계 기술과 폭넓은 경험, 우수한 기술 인력 등의 역량이 갖춰져 있다면 플랜트사업 진출이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통= 이마트(17.0%)가 ‘10년 후 한국을 대표할 1등 기업’으로 꼽힌 것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가장 가깝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약 225조 원의 소매시장에서 대형 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 수준으로 가장 크다. 이 가운데 이마트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2위인 롯데쇼핑은 백화점 부문 시장점유율 약 36%의 독보적인 수준인 만큼 현재의 대표성이 미래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국내 유통 업체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백화점·마트·홈쇼핑·편의점·슈퍼마켓까지 전 채널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안정성이 높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득 구조나 정보통신 기술, 교통이 발달하면서 소비 패턴과 채널도 변화하게 되는데 국내 유통 업체는 모든 채널을 한데 아우르는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향후 실적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목해야 할 업종은 설문 조사에서 G마켓·CJ오쇼핑·GS홈쇼핑 등이 오프라인 쇼핑몰과 수치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온라인 쇼핑의 비중 확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신세계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이 작년보다 10% 증가한 35조7000억 원대로, 대형 마트(38조3000억 원)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홈쇼핑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 업체가 이와 같은 고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가격 경쟁력과 쇼핑의 편리성 덕분이다. 기존 공산품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다면 이젠 신선식품과 생활필수품, 명품 카테고리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이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의 경쟁자로 부상한 것이다.

더욱이 정보통신 인프라 개선에 따른 소비 패턴의 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업태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성장 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G마켓은 지난해 생필품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28% 뛰었으며 가공식품류는 25%, 신선식품은 10% 정도 증가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보급률 확대로 인터넷 온라인 유통 비중이 크게 상승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모바일 쇼핑이 연간 두 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 ­­­생활수준 향상과 웰빙 열풍으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증대됐다. 이에 따라 영양 섭취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업체별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매년 약 10% 이상 성장세를 나타내며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생산액은 2조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식품 업체들의 시장 진입과 경쟁이 눈에 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든 대표적인 식품 업체는 대상(대상웰라이프)·CJ제일제당(CJ뉴트라)·동원F&B(천지인·GNC) 등이 있다. 이들 업체는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를 마련해 브랜드를 갖춰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건강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로 건강기능식품과 제품 프리미엄화 등이 향후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또한 “단독 가구 증가, 고령화 증가로 반조리식(레토르트 식품), 포장 가공식품의 성장세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하는 제품을 통해 앞으로 식품 업계에서는 포장·바이오·기능성식품 제조의 차세대 기술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17.3%의 득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한 CJ제일제당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그린 바이오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 1위 품목인 핵산(식품 조미 소재), 선두권 경쟁이 치열한 라이신(사료용 아미노산) 등 바이오 시장 지배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초로 친환경 바이오 공법으로 생산하는 메치오닌(사료용 아미노산) 사업까지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문은 지금까지 연간 30% 가까운 성장을 지속하며 지난해 1조4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