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화색이다. ‘아베노믹스’의 훈풍이 부동산 시장에 확연하다. 총리로선 드물게 취임 이후 지지율까지 오를 정도로 경제 재건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아베노믹스’는 그 실천 수단이 ‘3개의 화살’로 비유된다. 통화정책(금융 완화), 재정정책(공공 투자), 성장 전략(규제 완화)이다. 놀라운 건 무제한의 의지 표명이다. 이들 화살 3개는 낯설지 않다. 장기 불황의 터널 안에서 자주 동원된 카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경제학이 심상치 않은 것은 묵묵부답의 시장을 움직였다는 점이다. 눈치껏 어영부영 잔 펀치만 날리던 그간의 실패 관행을 깨고 무제한·총동원의 강력한 의지 표명은 시장을 감동(?)시켰다.

아베노믹스의 최종 목표는 사실상 부동산 시장의 부활로 정리된다. 강력한 파워로 심장에서 뻗쳐나간 성장 혈액의 타깃이 열도 곳곳의 미세혈관이기 때문이다. 즉 ‘공공 투자→엔저 유도→물가 상승→수출 증대→투자(소비) 증대→경기 회복’의 선순환 수혜가 확인되는 최종 지점이 부동산이다. 근린 빈곤화 정책으로 비난받는 엔저 유도도 그 숨은 뜻은 멈춰선 돈을 움직여 소비와 투자로 돌게끔 하는 수단일 뿐이다. 요컨대 인플레이션 유도다.
아베의 최종 목표는 사실상 부동산 띄우기

논란을 던진 아베의 충격(?)적인 승부수는 꽤 성공한 듯하다. 엔저 유도 성과가 뚜렷이 확인돼서다. 2012년 9월 78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2월 중순 95엔까지 치솟았다.

‘디플레→인플레’의 전환 노력은 아직 확언하기 어렵지만 방향 자체는 가능할 전망이다. 물가 상승률 2%를 포함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3% 달성까지는 힘들어도 엄청난 엔화 공급과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볼 때 일정 부분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자던 부동산을 깨운 직접적인 수혜 정책은 광범위하다. 엔저 유도와 물가 상승의 거시 환경이 거들어 주는 가운데 직접적인 부양 정책이 속속 발표됐다. 먼저 5년 연장된 주택 대출 세제 감면이다. 감면 규모는 가구당 200만~500만 엔으로 한층 확대된다. 또 연소득 600만 엔 이하로 대출액이 적어 감면 혜택을 별로 누리지 못하는 서민 계층에는 아예 현금(포인트)을 챙겨줄 요량이다.

한마디로 집을 사면 공돈을 주니 서둘러 사라는 얘기다. 여기엔 소비 증세가 고려 사항이 됐다. 현행 5%의 소비세는 2014년(8%)과 2015년(10%)에 연거푸 인상된다. 즉 2015년 이후에 사면 지금보다 5% 세금이 추가된다. 이 때문에 이후엔 오히려 주택 구입이 중단될 수 있다. ‘거래 절벽’ 우려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살 수 있도록 추가 혜택을 내놓은 것이다.

돈이 무제한 풀린다니 앉아서 당할(?) 현금은 없다. 인플레만큼 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서다. 당장 자산 시장이 꿈틀댄다. 이 결과 가계 자금의 블랙홀이던 국채 가격이 하락세다. 국채에서 돈을 빼 부동산·주식으로 갈아타려는 수요 덕분에 국채(장기) 금리는 오름세다. 물꼬를 튼 건 주식이다. 증시로의 개인 회귀가 본격화되면서 계좌 신규 개설이 늘었다.

외국 자금 유입 확인 후 개미군단의 참전 열기도 높아졌다. 개인 비중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늘어 30% 전후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중순엔 20% 이하였다. 온라인 증권사(카부닷컴증권)의 신규 계좌는 1개월 만에 2배 늘었다.

부동산도 비슷하다. 타깃 인플레(2%)가 선포되자 주택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이다. 당장 모델하우스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일부 물건은 분양 광고 직후의 매진 사태까지 보도된다. 업계는 기억조차 가물대는 100% 판매 행진을 기대한다.

대화에서 사라진 부동산이 메인 이슈로 떠오른 것도 변화다. 이를 뒷받침하듯 건설 관련주는 취임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30%까지 뛴 건설주가 적지않다. 가령 스미토모건설은 취임 직후 94엔에서 1월 중순 110엔대에 육박했다.

34%의 상승률이다. 선두 주자인 노무라부동산홀딩스도 약 10% 상승했다.

주택 대출과 관련된 은행 문의도 뚜렷하게 늘었다. 변동금리가 많기에 금리 인상 이전에 빌려서 구입하려는 수요다. 아베 경제학의 수혜를 최대한 보려는 의도다. 은행권에 따르면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금리 문의가 증가했다.

대출이자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에 연동하는 변동 금리와 중·장기 국채 이자로 따지는 고정금리가 있는데 대부분 변동금리의 상품 내용을 문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0~ 0.1%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는 대출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추세다.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부동산 온돌은 2012년부터 지펴지기 시작했다. 금융 위기와 지진 피해의 후폭풍이 일단락되면서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꿈틀거렸다. 그랬던 게 ‘분배→성장’, ‘디플레→인플레’, ‘수요→공급’, ‘내수→외수’의 친시장적인 정책을 내세운 우파 정권으로의 권력 교체가 결정적인 훈풍을 안겨줬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12년 건설 착공, 수주 현황은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세다.

공공 공사 수주는 2012년 4분기에 전년 대비 14.9% 늘었고, 주택 착공은 작년 12월 현재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오피스 시장도 공실률이 줄면서 임대료의 상승 전환이 확인됐다. 도심 역세권을 필두로 일급지에 내진 강화의 신축 빌딩 착공도 늘어났다.

시중 금융회사의 부동산·건설업계 대출 규모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2년엔 전년 대비 뚜렷이 증가하는 가운데 하반기로 갈수록 대출 잔액이 증가세다. 현재 추세를 감안할 때 2013년은 대출 증가가 예상된다. 부동산에 돈이 돈 시발 지점엔 외국인 투자자가 있다. 해외 자금의 일본 유입이다.

경기 자극책 중 하나인 주택 대출 세제 감면과 소비 증세를 계기로 구매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선취매에 나선 것이다. 지금 샀다가 소비 증세 전후에 내다 팔아 이익을 보려는 포석이다. 일종의 투기 수요지만 기폭제가 된 건 사실이다.
리츠의 분위기도 후끈 달아올라

임대 수입 배당 상품인 리츠(REITs)의 분위기도 화끈 달아올랐다. 기준 평균인 도쿄리츠지수는 최근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는 중이다. 2012년 여름부터 도심부 오피스 공실률이 개선되면서 뛰기 시작하던 게 아베노믹스의 훈풍에 힘입어 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008년 11월 20일 사상 최저치 683에서 2013년 2월 6일 1244로 2배나 급등했다.

한동안 끊겼던 신규 상장이 올해에만 4건에 달한다. 부동산 투자 법인의 자금 조달 움직임도 상세히 보도된다. 세계적인 저금리에 지난해 말 기준 4.7%의 짭짤한 배당 수익이 매력적이다. 노인 전용 주택을 포함해 정부가 2011년 기준 8조5000억 엔의 리츠 시장을 2020년까지 2배로 키울 것이란 계획도 힘을 보탰다.

가계에선 재건축이 관심사다. 아베노믹스는 재건축에도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일본열도엔 노후 주택이 많다. 재건축 필요 맨션만 3만 건에 달한다. 정부가 재건축이 쉽도록 법까지 바꿨지만 건물주는 묵묵부답이다. 비용 부담 때문이다.

‘세키스이(積水)하우스’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주택 개조와 주택 일부를 3~4층으로 올려 임대 아파트로 전용하려는 문의가 급증했다. 가치 하락이 염려되는 보유 저축을 꺼내 부동산으로 돌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이 적극적인 융자 전략을 펼치는 것도 한몫했다.

신규 물건은 인기 지역에 한정된다. 지진 공포가 일상적이라 최근엔 ‘해안→내륙’으로 선호 물건이 변했다. 해안 지역의 쓰나미와 액상화(지진에 따른 상하수도·가스관 망실) 공포다. 반면 내륙지역은 수혜 지역이다. 내륙인 도쿄 동쪽의 신규 물량은 분양 성적이 확연히 개선됐다. 내진 설계도 포인트다. 리히터 규모 6.0~7.0을 버티도록 설계되고 비상 대책을 갖춘 물건이 관심권이다. 인기였던 1층 필로티 형태는 지양된다.

‘맨션+도(부)심’도 매력적이다. 도(부)심이면 통근이 편리하고 도심 회귀와도 결부돼 전매 차익이 가능해서다. 향후 전망은 쉽지 않다. 정책 초기인 데다 부동산의 후행(後行)성 때문이다. 추세 안착 여부는 6월 아베노믹스의 중간 평가까지 미루는 게 타당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