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직원 200명 ‘전문성 최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이 진통을 겪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를 떼어내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외교와 통상 기능의 분리는 헌법에 저촉된다”고 밝히는 등 외교부가 강력히 반발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통상 전문 잡지인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가 최근 “미 업계 대표들이 외교와 통상을 분리하는 한국 박근혜 정부의 조직 개편안에 대해 신중하게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잡지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의 외교와 통상 분리가 가져올 두 가지 우려를 전했다. 우선 기존의 숙련된 통상 인력의 누수가 예상된다는 점을 꼽았다. 외교부의 통상 전문 인력이 새로 출범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이동하기보다 외교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외교부에 남아 있으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YONHAP PHOTO-0038> US Trade Representative Ambassador Ron Kirk speaks during a panel discussion sponsored by Third Way discussing the US-Korea Free Trade Agreement at Union Station in Washington, DC, January 13, 2011.  AFP PHOTO / Saul LOEB
/2011-01-14 00:29:13/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US Trade Representative Ambassador Ron Kirk speaks during a panel discussion sponsored by Third Way discussing the US-Korea Free Trade Agreement at Union Station in Washington, DC, January 13, 2011. AFP PHOTO / Saul LOEB /2011-01-14 00:29:13/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 “발효 1년을 맞이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원활한 이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미 간에는 투자자국가소송(ISD)제도 재협상, 쇠고기 수입 확대 등 통상 현안이 적지 않다.

통상 교섭 기능을 어디에 두는지는 각 나라의 경제 여건과 사정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면 세계 최강의 통상 조직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어떨까. USTR는 매우 독특한 조직이다. 국무부(외교부)와 상무부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대통령 직속 기구다. 그러면서도 의회에 ‘통제’를 받는다. 미 의회의 상·하원 5명씩 USTR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데다 USTR는 정기적으로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 같은 독특한 성격은 USTR의 탄생에서 비롯됐다. 1963년 미 의회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미국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별도 기구를 창설할 것을 요구했다. 케네디는 의회 요구를 수용해 ‘특별무역대표부(STR)’를 설립했다. 1979년 의회는 STR의 책임과 권한을 더 강화하라며 백악관에 주문했고 그 결과 지금의 USTR로 확대 개편됐다.



보직 한 번 맡으면 10~20년간 한 우물 파

세계 최강의 통상 기구인 USTR의 인력은 고작 200여 명에 불과하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 직원과 엇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강으로 불리는 것은 바로 전문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변호사 또는 경제 분야 전문가들이다. 보직을 한 번 받으면 10~20년간 한 우물만 판다. 프로 통상 전문가를 키우는 과정이다. 한미 FTA 협상 때 미국 측 협상 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차관보)는 한국·일본·아시아태평양 지역만 20년간 맡고 있는 지역 전문가다.

아무리 전문성이 뛰어나더라도 200여 명이 전 세계의 통상 현안을 제대로 처리하고 대처할 수 있을까. 비결은 재외 공관망을 철저하게 국무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USTR에서는 대사관에 파견하는 별도 직원을 두지 않고 국무부의 경제 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USTR의 해외 사무소는 스위스 제네바와 최근 만들어진 베이징 사무소 두 곳뿐이다.

USTR도 상무부(우리나라의 지식경제부)와 통폐합될 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USTR와 상무부의 통상 관련 부서, 수출입은행, 해외 민간 투자 공사, 중소기업청 등을 통폐합해 ‘무역통합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회가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USTR 대표를 역임한 미키 캔터는 “무역을 진흥하는 것(상무부 업무)과 무역 협정을 이행하는 것(USTR 업무)은 분명히 다른 영역”이라며 USTR 통폐합을 반대했었다.



워싱턴(미국)=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