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주택 낙찰가가 하락함에 따라 경매 절차에서 임차인이 보증금 전부를 보호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 임차인이 ‘말소기준권리’보다 먼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을 갖췄다면 보증금 전부를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으로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임차인이 확정일자에 따른 우선변제권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배당액 부족으로 임차 보증금 전부를 잃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낙찰 후 매수인으로서도 주택을 인도받는 과정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예상하게 되고 이는 매수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해 미미하게나마 낙찰가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얼마 전 경매 투자에 관심이 많던 김모 씨는 부천시에 있는 아파트를 매수했다. 감정가는 2억1000만 원, 2회 유찰로 최저가 1억290만 원에 진행됐으며 권리상 별다른 하자가 없는 물건이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는 근저당권 1억3000만 원이 설정돼 있었고 보증금 1억 원에 임차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매각물건명세서상 임차인의 전입과 확정일자는 2010년 10월 5일이고 근저당권 역시 같은 날인 2010년 10월 5일에 설정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꼼꼼히 권리 분석을 하던 김 씨는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1항’에 의해 대항력은 갖추지 못하지만 전입과 확정일자가 근저당 설정 일자와 같으므로 임차인은 근저당권자와 동순위로 배당돼 임차 보증금 일부라도 회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임차인의 전입과 확정일자가 같은 경우에는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우선변제권을 판단하지 않고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 발생 시점인 주민등록(전입)일 다음 날을 기준으로 배당하게 된다.
강남구 세곡동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
/허문찬기자  sweat@  20120912
강남구 세곡동 강남보금자리주택지구. /허문찬기자 sweat@ 20120912
[대법원 1999.3.23.선고 98다46938]

구 주택임대차보호법(1999년 1월 21일. 법률 제56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은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익일부터 제3자에 대해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의 2 제1항은 같은 법 제3조 제1항의 대항 요건과 임대차 계약 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경매 등에 의한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우선해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의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당일 또는 그 이전에 임대차 계약 증서상에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같은 법 제3조의 2 제1항에 의한 우선변제권은 같은 법 제3조 제1항에 의한 대항력과 마찬가지로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을 기준으로 발생한다.


이에 따라 본건은 확정일자를 갖춘 때인 2010년 10월 5일을 기준으로 우선변제금의 배당이 이뤄지지 않고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시점인 주민등록(전입)을 마친 다음 날, 즉 2010년 10월 6일을 기준으로 임차인의 우선변제금 배당이 이뤄지게 된다. 결국 임차인은 배당 순위에서 근저당권자보다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어 매각 대금에서 집행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은 근저당권자에게 우선 배당되며 배당액이 부족한 대항력 없는 임차인은 보증금 전부를 잃게 된다.

최근 전월세 수요의 증가와 부동산 가격의 하락 등으로 더욱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차 계약 후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열람해 같은 날 새로운 권리가 설정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