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열도에선 불교가 인기다. 정확히는 승려가 관심 대상이다. 주체는 청춘 여심이다. 이젠 절이나 승려와 관련된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사찰 소녀’니 ‘불상 여성’ 등이 그렇다. 그렇다고 승려 전체가 관심권은 아니다. 잘생긴 청년 승려에 한정된다. 자연재해와 경기 침체 등 여성 특유의 시대 불안이 한몫했다. ‘불안감’에 ‘꽃미남’이 어울린 치유 키워드의 힘이다.

원래 절은 정년퇴직 후 단골 여행지였다. 그런데 이젠 달라졌다. 화려한 컬러의 등산복을 입은 2030세대 여성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대부분은 불안한 독신 여성이다. 순수한(?) 종교 의탁만은 아니다. 절을 찾고 승려를 만나려는 건 일석이조의 노림수가 있다. 이왕이면 잘생긴 청년 승려에게서 삶의 위안과 만족을 얻으려는 속내다. 동년배 느낌으로 상담하며 안심이 드는 게 매력 포인트다.
[일본] 열도 휩쓰는 불교 ‘붐’ 시대 불안 ‘한몫’… 꽃미남 승려‘인기’
지난해 출간된 책이 인기몰이 주도

선두 주자는 고이케 류노스케(小池龍之介)라는 승려다. 한국에도 번역된 ‘생각 버리기 연습’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출현과 인기 이후 승려 저자나 불교 입문서가 속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간 번뇌와 오감 수련의 메시지를 공유·공감하는 여성 지지의 강력한 파워 덕분이다.

꽃미남 승려의 수요는 곳곳에 넘쳐난다. 잡지 중 상당수는 이미 불교 특집을 연재한 지 오래다. 격월간 ‘프리스타일 승려들’이란 잡지까지 나왔다. 전국의 청춘 승려를 소개하며 자유로운 메시지를 전해 인기다. 승려가 주인공인 여성 만화까지 경쟁적으로 등장했다.

꽃미남 승려의 붐을 주도한 것은 지난해 출간된 책 때문이다. ‘꽃미남 승려도감’인데 상식을 깨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선을 끌었다. 저자는 ‘일본 꽃미남 승려 애호회’다. 책을 낼 정도로 일찍부터 미남 승려에게 꽂힌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책은 파격적이다. 열도 전역에서 40명의 잘생긴 젊은 승려를 선정, 소개한다. 이들 꽃미남 승려는 유명 스타에 버금간다. 이미 50여 개 이상의 매스컴이 취재·보도했다.

아예 속세로 내려온 꽃미남 승려도 많다. 이들은 기존 시선에서 보면 파격 그 자체다. 술을 팔고 기념회를 개최한다. 일례로 도쿄 신주쿠엔 ‘승려 바(bar)’가 있다. 5명 스태프가 전원 승려로 구성됐다. 실내에는 불단을 설치해 매일 독법을 행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퇴근길의 여직원들로 만원이다. 승려가 접객해 유명해진 ‘가미야초 오픈 테라스’도 큰 인기다. 기세를 몰아 도심 인근 사찰엔 체험 교실이 부쩍 늘었다. 30대 승려가 중심이 돼 좌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인터넷 절’도 유명하다.

불교 교단에서도 반긴다. 안심·위로·희망이라는 종교 본래의 기능 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려의 세대교체도 포인트다. 절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청춘 신도를 늘리려는 의도와 결부된다. 대지진의 여파도 물론 뺄 수 없다. ‘주간동양경제’는 “잘생기고 친절한 승려들이 일과 연애, 인생에서 고민하며 헤매는 여성들을 치유하고 응원해 준다”고 분석한다. 혼미한 현대 일본이 원하는 시대의 필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