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빅 USA’도 염려스럽고 ‘빅 차이나’도 염려스럽다

‘미국 정보기관이 클라우드에 올라온 남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중국 해커들이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서버를 해킹했다.’ 최근 이런 내용의 기사가 화제가 됐습니다. 내가 클라우드에 올려놓은 자료를 정보기관이 마음대로 들여다본다면…. 끔찍합니다. 그렇다면 귀찮더라도 종전대로 데이터를 외장 하드에 저장해야 합니다. 중국 해커 얘기도 꺼림칙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클라우드 데이터 훔쳐보기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클라우드는 쉽게 말하면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를 말합니다. 디지털 기기가 늘어나면서 데이터 관리가 복잡해졌죠. PC·휴대전화·태블릿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일일이 관리하는 것은 여간 성가신 게 아닙니다. 그래서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필요할 때 내려 받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로는 구글드라이브·스카이드라이브·N드라이브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닥스로 작성한 문서는 구글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애플 아이튠즈나 앱스토어에서 구매한 프로그램은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됩니다. 사용자는 굳이 저장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고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내려 받아 쓸 수 있어 좋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요한 문서를 클라우드에 올려놓기도 하죠. 그런데 이 클라우드를 정보기관이 주인의 승낙도 받지 않고 들여다본다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YONHAP PHOTO-0969> CUPERTINO, CA - OCTOBER 04: Apple's senior vice president of Internet Software and Services Eddy Cue speaks about iCloud during introduction of the new iPhone 4s at the company???s headquarters October 4, 2011 in Cupertino, California. The announcement marks the first time new CEO Tim Cook introduced a new product since Apple co-founder Steve Jobs resigned in August.   Kevork Djansezian/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1-10-05 08:34:31/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CUPERTINO, CA - OCTOBER 04: Apple's senior vice president of Internet Software and Services Eddy Cue speaks about iCloud during introduction of the new iPhone 4s at the company???s headquarters October 4, 2011 in Cupertino, California. The announcement marks the first time new CEO Tim Cook introduced a new product since Apple co-founder Steve Jobs resigned in August. Kevork Djansezian/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1-10-05 08:34:31/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 문제는 영국 언론이 떠들면서 주목받았지만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죠. 언젠가는 중국 해커들이 G메일을 해킹했는데 한국 공무원 몇 명도 당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특정 G메일 사용자가 한국 공무원이란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런 우려 때문에 정부는 공무원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부 전용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은 ‘데이터 블랙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모바일 혁명’은 애플(아이폰)과 구글(안드로이드)이 주도하고 ‘소셜 혁명’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주도하고 있는데, 모두 미국 업체입니다.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 서비스에서 만들어진 데이터와 소셜 플랫폼에 올라온 데이터가 모두 이들이 구축한 데이터센터로 갑니다. 이 ‘빅 데이터’를 분석하면 미국은 전 세계를 손금처럼 들여다보는 ‘빅 브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함께 ‘빅 2’로 불리는 중국은 이에 맞서 두 가지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 기업들이 자국 데이터를 긁어가는 걸 억제하는 전략입니다. 구글·애플·페이스북·트위터 등 ‘데이터 흡입 4인방’이 중국에서는 맥을 못 춥니다. 중국이 보이지 않게 자국 업체들을 밀어주는 정책을 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전략은 몰려 있는 데이터를 훔쳐보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킹을 조장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중국에는 현재 자생적으로 해킹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적은 돈으로 해킹 기법을 익힐 수 있는 학원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언젠가 중국의 해킹 실태를 낱낱이 취재해 보도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데이터 분석 측면에서 보나 데이터 보호 측면에서 보나 데이터 훔치기 측면에서 보나 잘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인터넷 강국’ 운운하며 각종 데이터를 인터넷에 올려놓아 해킹 타깃이 되고 있을 뿐이죠. 데이터 분석은 민간 기업들이 알아서 하면 됩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지키는 일은 정부가 ‘사이버 안보’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합니다. 국가 지도자들이 혁명적으로 발상을 바꿔야 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