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를 원하세요?”라고 묻는데 “아니오”라고 답할 사람이 있을까.

열 명이면 열 명 다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다수는 “불행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그렇다.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다. 더구나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경쟁 사회다. ‘하하 호호’ 웃으면서 스물네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숙명으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인간은 운명을 개척하는 지혜를 갖춘 존재다. 그래서 ‘행복은 선택’이라고 했나 보다. 여기 참행복을 선택한 네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용기를 냈다. 부자·성공의 철탑을 오르는 위태로운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산속 오솔길 같은 향기로운 길을 택했다. 그 길을 걷는 그들만의 행복을 담았다.

[행복의 조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조건
“돈·권력·명예 중 하나는 가져야 아내한테 구박받지 않는다.”

중년의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이뤄도 소위 출세했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직장에서, 시장에서, 국회에서 피 터지는 ‘전투’를 벌인다. 이들은 가족·친구·사회적 약자 등을 두 번째로 제쳐두고 오직 일에 매달린다. 그리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돈과 권력, 명예는 한정돼 있다. 나눠가질 수도 없다.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이루지 못했는데 행복할 수 있겠는가.

지난 대통령 선거의 화두는 통합·복지였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통합과 복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를 설명해 주는 쉬운 용어가 양극화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었다. 가계소득으로 환산하면 평균 8000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 8000만 원 이상인 계층은 상위 10%에 지나지 않는다. 10%가 국민소득의 42.4%를 가져가고 90%가 나머지 57.6%를 갖고 이전투구하고 있다.

일례로 임금근로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고 이들이 같은 조건에서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60%에 불과하다. 더구나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각종 사회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데다 청년 실업, 노인 빈곤율 등의 문제도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러니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미끄럼틀을 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갤럽이 조사한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이 148개 국 중 97위를 했다거나 OECD 국가 중 행복지수가 24위에 머물렀다는 기사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래도 국민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누리는 자의 것이다. 서울 중계동에 사는 이경택·이미혜 씨 부부는 다니는 직장도 그만두고 두 딸과 함께 1년간 세계 일주를 했다. 1년간 이 가족이 전 세계를 돌면서 얻은 것은 ‘가족애의 부활’이다. 그렇게 얻은 가족애는 이 가족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서울 도심의 높은 빌딩에서 근무하다가 귀농한 이우성 씨 가족도 스트레스로 찌그러진 얼굴 대신 환한 미소를 얻었다. 가족이 서로를 보면서 웃자 행복이 햇살처럼 스며들었다. 세계적 기업 삼성전자의 사장을 역임한 한용외 인클로버 재단 이사장은 은퇴 후 더 바빠진 사람이다. 사재를 털어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를 세운 데다 카메라를 메고 전국을 누빈다.

자신의 노동으로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한다. 한 지붕 아홉 가족의 특별한 동거도 들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홉 가족이 공동주택을 지어 함께 살면서 더불어 사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네 가족의 이야기가 지친 현대인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