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철 이노윙 대표

위치를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줄기차게 개발된 분야다. 서비스는 제법 나왔었고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대박’을 친 회사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든 지역 기반의 서비스는 아직도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이노윙이라는 회사는 이 ‘지역성’이라는 것을 좀 더 커뮤니티적으로 접근했다. 지역에 우연성이 아닌 좀 더 친밀한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고 서비스를 기획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지역 기반 ‘소셜 앱카페’ 세계를 열다
창업에 대한 오랜 열망

이노윙의 창업자 서진철 대표는 직선 대로를 따라 창업하지는 않았다. 충남대 전자재료공학과 92학번인 서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후지쯔에 입사했다. 전자재료공학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그는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학과 공부와 별개로 혼자 컴퓨터를 공부했고 후지쯔에 입사해 시스템 엔지니어링 일을 맡아서 했다. 그는 2002년까지 이 회사를 잘 다니다 뜻밖에 좀 엉뚱한,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된다. “컨벤션 있죠, 국제회의를 국내에 들여오고 이에 필요한 각종 실무를 했죠. 꽤 오래 했어요. 2007년까지 꼬박 5년을 한 셈이죠.”

그가 이 일을 한 이유는 좀 다른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대를 나와 엔지니어로 일하다 보니 그에겐 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회사를 경영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러기엔 엔지니어라는 백그라운드만 갖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에 진학해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마친 뒤 컨벤션 기획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기도 했다. 그가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것은 서울대 MBA에 있으면서부터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궁리하기 시작했죠.” 그래도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할 때에 비해선 시간이 좀 있었다. 서비스를 구상하고 일종의 SNS를 구상해 특허 등록까지 했다.

그가 BMD(Best Marketing Development)에 있을 때 한국에서도 아이폰이 출시됐다. 이어 안드로이드 폰이 나오고 세상이 스마트폰 열풍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사업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생각하면서 사업을 구상한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고 그것을 써 보니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생각지도 못했는데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었죠.”

2010년 말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서 대표. 하지만 막상 창업을 하려고 하니 막막했다. 스스로 코딩도 할 줄 알고 경영에 대한 지식도 쌓았지만 그는 혼자였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일.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템도, 창업 노하우도 아닌 함께 창업할 수 있는 동지 또는 파트너였다.

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기술 쪽 부문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왕이면 최고를 찾아보자고 생각한 그는 무작정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찾아갔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찾아가 불쑥 파트너를 찾아달라고 했어요. 조교를 통해 공고도 했죠.”

그는 처음에 서울대 재학생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많은 경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엔 자신의 창업 경력이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개발 경험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그렇게 많은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게 처음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던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만난 사람이 송수현 팀장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당시 삼성SDS에서 일하고 있던 송 팀장을 만나기 위해 서 대표가 직접 찾아갔다. 두 사람은 만나 몇 마디 말을 나누자 뜻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할 만하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사업을 함께하기로 결정, 송 팀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2011년 1월 이노윙을 창업할 당시만 해도 혼자였던 서 대표였지만 창업 동지를 찾으면서 사업 진행에 탄력이 붙었다. 그해 3월에는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정됐다. 그 덕에 사무실도 구하고 멤버들의 충원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6개월에 걸친 개발 끝에 첫 서비스 얌모를 세상에 내놓게 됐다. 2013년 1월 15일이었다.
[한국의 스타트업] 지역 기반 ‘소셜 앱카페’ 세계를 열다
웹 서비스에서 유행했던 카페 기능

얌모는 쉽게 말하면 지역 기반 SNS라고 할 수 있지만 서 대표는 얌모를 ‘소셜 앱카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얌모가 지역과 관심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웹 서비스에서 유행했던 카페와 같은 기능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역은 일회성으로 방문하는 그런 지역이 아니다. 내가 거주하는 곳, 내가 자주 방문하는 곳, 그래서 그 지역에 대해 잘 알고 관심이 있고 애정도 생기는 그런 곳이다. 친구들과 거의 매일 가다시피 하는 카페가 있다면, 혹은 식당이나 공원이 있다면 그 지역 주변이 그들의 관계에서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다.

그 지역 소식이 궁금하고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될 확률이 높다. 이런 사람들이 얌모 서비스에 들어오면 로그인 하고 자신의 관심 지역을 설정하고 타운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관심 지역 내의 일상이나 생활 주변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타운 내 구성원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예를 들어 보자. 얌모를 다운받아 가입하면 집이나 직장, 강남역처럼 주로 생활하는 지역이나 관심 지역을 ‘타운’으로 설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와 같은 지역을 타운으로 설정한 다른 회원들과 자동으로 ‘지역 커뮤니티’로 묶이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지역 커뮤니티에서 회원들은 일상이나 지역 정보, 지역 내 이슈 등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지역 기반 ‘소셜 앱카페’ 세계를 열다
앱카페는 타운 내에서 공통된 취미나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이 모여 보다 깊이 교류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서비스다. 앱카페의 신뢰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장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방장은 앱카페를 생성하면서 일반방과 비밀방 중 선택할 수 있고 사용자 벙어리 기능이나 ‘강퇴’ 기능을 행사할 수 있다. 서 대표는 “앱카페를 생성하고 운영하는 방장에게는 멤버 수에 따른 포인트를 제공, 향후 그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셀프 광고 서비스’도 있다. 여기서 얌모가 의도하는 바가 좀 더 분명해진다. 관심이 있는 그런 지역에서 형성된 커뮤니티를 그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연계하는 것이다. 사실 지역의 오래된 상점 등은 해당 지역의 지역성과 빼놓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수익 모델도 이런 지역 커뮤니티와 소상공인의 매개체인 광고에서 비롯된다.

“요즘 효과도 증명되지 않은 채 광고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소상공인들이 지역 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에서 셀프 광고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얌모는 서비스 오픈 기념으로 무료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글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