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인력뿐만 아니라 예산 면에서도 매머드급 부서가 될 전망이다. 예산만 13조5000억 원인 데다 6조 원에 육박하는 다른 부처의 연구·개발(R&D) 예산 배분 권한도 갖고 있어 한 해 미래부가 주무를 돈이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100조 원에 이르는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도 관할하게 돼 ‘제2의 기획재정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래부는 새 정부의 정체성을 결정할 핵심 부처로 꼽힌다. 박근혜 당선인의 ‘창조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무기’가 장착될지 관심사였다. 우선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에 흩어져 있던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정책이 미래부 아래 통합되면서 본부 인력만 1000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초대형 부처를 뒷받침할 예산은 약 20조 원으로 집계된다. 절반 이상은 국가 R&D 예산이다. 미래부는 국가 R&D 예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흡수한다. 과학기술위원회는 매년 부처별로 R&D 예산 요구를 모아 조정한 뒤 재정부로 통보하는 역할을 했다.
[경제부처 24시] 한 해 20조 주무를 미래창조과학부
방통위 예산도 70% 넘게 가져와

김언성 재정부 연구개발예산과장은 “과학기술위원회에서 배분한 R&D 예산 내역은 재정부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 최대한 존중된다”며 “미래부가 이 기능을 흡수하면 과학과 산업 영역에서 재정부와 같은 위상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6조9000억 원의 R&D 예산 가운데 국방 등 일부 분야를 뺀 11조2000억 원이 미래부 관할에 속한다. 국토해양부·보건복지부·중소기업청·농촌진흥청 등 대부분의 부처 R&D 예산을 미래부가 뜯어보고 조정하게 된다.

R&D 예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는 미래부가 집행까지 직접 한다. 교육부·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맡았던 약 6조 원 정도다. 김동일 재정부 교육과학예산과장은 “노무현 정부 이후 5년 만에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부문이 합쳐지면서 예산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지역 대학과 산업을 연계하는 산학협력 사업(3041억 원)도 교육부에서 미래부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예산 2184억 원은 지방 대학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LINC 예산을 바탕으로 지방 대학을 관리해 온 면이 있다”며 “미래부가 가져가면 대학의 R&D 역량이 취업보다 사업화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와 지식경제부 산하의 출연 연구기관 예산(2조5000억 원)도 미래부 몫이다.

우편·예금·보험 등 총지출 5조9000억 원에 달하는 우정사업본부도 지식경제부에서 옮겨온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한 해 예산 8200억 원 가운데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제외한 6000억 원이 미래부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를 다 합친 미래부의 예산은 총 13조~14조 원(지출 기준)으로 집계된다. R&D 예산의 배분 권한까지 감안하면 한 해 19조~20조 원을 주무른다. 기획재정부 소관 예산(19조1370억 원)과 비슷한 규모다.

다만 예산 성격을 따지면 느낌이 달라진다. 이들 세 부처는 지방 이전, 공적 연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의무 지출’ 비중이 높다. 의무 지출은 지출 대상과 규모가 이미 결정돼 있어 정부가 손대기 어렵다. 반면 미래부 예산은 의무 지출이 거의 없고 대부분 재량 지출이다. 김언성 과장은 “미래부는 예산의 권한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구조”라며 “창조 경제에 맞춰 사업 구조에 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래부의 권한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R&D 예산은 배분과 집행을 함께하다 보니 참여정부 때처럼 ‘선수와 심판을 함께한다’는 모순도 제기될 수 있다. 재량 지출이 많은 만큼 세출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심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