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애널리스트는 메신저다.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애널리스트 가운데 이번 평가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이들이 있다.

‘장수로 치면 문무를 겸비했다.’ 이종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계량분석 1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이 애널리스트는 금융 관련 지식이 탄탄할 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도 풍부하다. 실제 그는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에서 경영학 학사, 고려대에서 투자경영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리서치센터 금융공학팀에서 퀀트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당시 이 애널리스트는 퀀트 애널리스트의 대가로 통하는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아래서 4년간 일을 배웠다. “업계 최고로 통하는 사수에게 일을 배운 것이 가장 큰 힘이며 자부심”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후 2011년 LIG투자자문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다가 2012년 8월 현재 위치로 복귀, 4개월 만에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당당히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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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험 십분 발휘

그는 “틈틈이 시간을 내 국제공인재무분석사(CSA)·국제대체투자분석사(CAIA)·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등 국제 재무 자격증을 따며 지식을 쌓았다”며 “퀀트는 펀드매니저의 주관과 통념보다 객관적이고 이론적인 데이터가 최우선시되므로 풍부한 금융 이론과 직접 뛴 현장 경험이 업종 분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 애널리스트가 이번 하반기 평가에서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 같은 장점이 십분 발휘됐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초 ‘어닝 서프라이즈의 모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평균적으로 조회 수가 낮은 퀀트 리포트임에도 불구하고 에프엔가이드(Fnguide) 주식 전략 파트 조회 수 2위에까지 올랐다. 이 보고서에는 직관적인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2012년 2분기 실적 발표 후 추천했던 큰 폭의 초과 성과를 기록해 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매일 오전 5시 반에 출근해 6시 반에 퀀트 데일리를 서비스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데일리(daily)지만 심도 있는 내용, 운용자가 궁금해 하는 내용, 즉 상승·하락주와 이유, 공매도·실적속보·새로운 리포트 등을 정리해 서비스한다. 그는 “퀀트 애널리스트지만 개별 종목을 아는 것이 힘”이라며 “펀드매니저 시절 업체를 300회 이상 탐방하는 등 다양한 경험이 일반적인 컨센서스 변화뿐만 아니라 개별 국내 모든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변화까지 정리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말한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신용 분석 3위)의 등장도 놀랍다. 서강대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김 애널리스트는 4년 전 등장 이후 첫 상위권 집입이다. 2003년 동양증권 기업금융(corporate banking)팀에서 기업 여신 업무를 통해 기업 대출 업무를 맡았다. 이후 2009년부터 3년 동안 동양자산운용 크레디트 운용팀에서 일했다. 그의 저력은 현장에서 뛴 공으로 평가된다.
여의도 증권가 야경
/허문찬기자  sweat@
여의도 증권가 야경 /허문찬기자 sweat@
요즘 증권계는 채권 운용 역량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빡빡해진 업황을 헤쳐 나갈 돌파구를 채권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채권 운용에 능한 전문가인 김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돋보인 배경이 되기도 하다. 그의 분석 철칙은 ‘투자자쪽에서 고민하자’다.

단순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막연한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당장 액션을 취해야 하는 투자자의 고민을 같이하고 분석하려고 노력한다”며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전고점 또는 전저점 수준에 도달할 때 ‘내가 운용역이라면 어떻게 할까’와 같은 고민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뛰었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매수 타임 등 투자자의 채권 운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필요한 지표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인지 그가 2012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시한 식견은 고전하고 있는 투자사에 큰 위안이 됐다. 최근 채권 운용 수익이 강화되며 짭짤한 고수익을 내는 곳이 많아지며 그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는 10위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이는 베테랑 애널리스트들도 눈에 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건설·시멘트 3위)의 아성은 굳건했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교보증권 시황 담당으로 애널리스트 업계에 입문한 20년 차 베테랑이다. 1994년부터 건설 섹터를 맡아 한 우물을 파 온 그는 교보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현대증권에서 지금의 KB투자증권으로 몇 차례 회사를 옮겼지만 건설은 놓지 않았다. 그의 생존 경쟁력은 애널리스트의 기본이 되는 ‘리포트’다. 지난 11월에 쓴 ‘한국 탑티어, 일본보다 저성장에 대한 대응력 우수’ 리포트는 한국과 일본의 건설업 시장을 비교·분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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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귀환…허문욱·이경수 맹활약

그가 예상하는 건설업 산업 전망은 어떨까. “전 세계적으로 발전 플랜트 시장이 호황이지만 경쟁 심화로 공사 수주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어 “중동은 유럽 재정 위기 등의 여파로 공사 발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나타나는 와중에 인지도가 높은 한국의 대형 건설사와 대형 중공업 업체끼리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어 국내 업체끼리 서로 수익을 갉아먹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번 투표에서 반가운 얼굴은 허 애널리스트만이 아니다. 투자 전략 부문 4위를 차지한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다. 이 애널리스트는 토러스투자증권에서 2012년 4월 신한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13년 주식시장 전망의 핵심으로 ‘자산 간의 상대적 선택’을 언급하며 예상 코스피 밴드를 1830~2360으로 제시했다.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소순환 경기 반등, 안정적인 물가, 초저금리 구도의 탈피, 유동성 지속, 강한 정부의 부활 등 다섯 가지를 꼽고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GS·CJ·호텔신라 등을 추천했다.

이 밖에 11년 차 경력의 신민석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틸리티(가스·에너지·전력) 부문 3위,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및 타이어 부문 7위에 올랐다.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철강 2위, 하나금융연구소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유신익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거시경제 및 금리 3위에 오르며 뒷심을 발휘했다.

오정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석유화학 부문 3위에 올랐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교 IR팀에서 애널리스트 세계에 발을 들여 현재 8년째 활약하고 있다. 오 애널리스트는 2011년 상·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12위, 2012년 상반기 8위에 올랐다.

10위권 내 새로 진입한 주니어들의 약진도 활발하다. 그중 LCD·디스플레이 부문 5위에 오른 2년 차 박유악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눈에 띈다. 그는 담당 섹터의 현업 경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동안 KDI국제정책대학원 MBA 과정을 밟으며 현장과 학문을 이어나갔다. 이후 한화투자증권에 입사해 애널리스트로서의 새로운 커리어를 쌓기 시작해 최근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