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기본 활동의 ‘괴력’

오래전의 일이다. 한국의 한 자동차 기업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자동차 안전 규격에 대해 배우기 위해 일본의 한 자동차 연구소에 파견 근무를 간 적이 있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 자동차 기업의 연구소장은 대단히 수준 높은 기술적 문제만 관여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연구소장은 하루도 빠짐없이 연구소 구석구석을 돌면서 정리 안 된 각종 자료집은 물론 심지어 약간 삐뚤어지게 걸려 있는 현황판의 정리 정돈 상태를 지적하며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연구소장이 아니고 정리 정돈(5S) 담당이 아닌가’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대기업 연구소장이 저런 걸 갖고 쩨쩨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필자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혁신 담당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기본 활동을 실시하는 과정을 ‘기본의 철저’와 ‘기본의 준수’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기본의 철저’는 사무실이나 공장 구석구석을 포함한 전체 기본 사항이 잘못된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고(思考)다.

다시 말해 기본이 잘못돼 있다는 판단과 개선을 실시하기 위한 개선 계획 작성에 그치는 것이다. 이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면 ‘기본의 준수’는 잘못된 기본에 대한 개선을 얼마나 빠르게 즉시 실천하는 행동이다.

‘기본의 철저’와 ‘기본의 준수’는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돼야 기본 활동이 정착될 수 있다. 이는 5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단계로 기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2단계는 억지로라도 따라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반복해 되풀이 실시한다. 3단계는 습관적으로 따라하게 된다. 4단계는 자발적으로 실행하게 된다. 마지막 5단계는 기본 철저와 준수가 실행돼 조직의 기본에 대한 사고(basic mind)가 뿌리내리게 된다.

위의 5단계를 실시하는 데는 단계마다 많은 기법이 적용돼야 하며 최소한 3년은 걸린다. 초스피드 시대에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본 활동을 행사나 구호 정도로 끝내고 만다. 기본 활동이 조직의 웨이(WAY)가 되려면 최소한 3년이 필요하다.

15년 전 컨설팅을 하러 중국에 처음 갔을 때 도로는 자전거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농담하며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자전거 타는 것이 걷는 것보다 편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는 당시 세계적 사이클 선수가 없었다. 전 인구가 평생 자전거만 타는데 왜 그럴까.

베트남에 가면 오토바이가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다. 베트남 또한 세계적 오토바이 선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본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바닷가에 살면서 어릴 때부터 수영을 했다고 하더라도 수영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처음에는 다른 초보자보다 수영을 잘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본을 철저히 배운 초보자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백대균의 日日新경영] 기본이 무너진 조직은 ‘사상누각’이다
기본 활동 정착 3년 소요

현대는 승자 독식의 시대다. 1등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바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바느질할 수는 없다. 바쁘다고 기본을 무시하고 조직을 운영하면 조직은 사상누각이 된다. 인간의 뇌는 두 개의 사물을 거리를 두고 동시에 볼 수 없으며 잡다하고 복잡하거나 긴급하면 일시적으로 활동이 정지된다.

사무실이나 공장이 정리 정돈이 안 되어 있으면 주의력이 산만해져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판단력의 저하를 가져와 실수(Human Error)가 발생해 불량·사고 등 큰 문제를 일으킨다. 운전 중에 거리에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그를 보다 주의력 공백이 생겨 사고가 나는 이치와 같다.

그러나 기본 활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기본 활동을 발견하고 ‘문제가 있다’, ‘이건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는 ‘기본의 철저’로는 안 되고 즉시 빠르고 결단력 있게 행동으로 옮기는 ‘기본의 준수’가 필요하다. ‘기본의 철저’는 ‘관리의 철저’와 ‘경영의 철저’로 이어지며 ‘기본의 준수’는 ‘관리의 준수’와 ‘경영의 준수’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그러므로 기업의 경쟁력은 ‘기본의 활동’에서부터 시작된다.

뉴욕 양키즈의 조지 스타인브레너 3세는 우수한 선수의 관리와 승률에만 신경 쓰지 않는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야구장의 기본 활동인 주차장의 주차 요원부터 몇 천만 달러를 받는 선수에 이르기까지 기본 준수다. ‘경기 시즌에는 수염을 기르지 마라’, ‘대중 앞에 나설 때는 항상 정장을 입어라’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다. 화장실과 관중석 청소 상태, 좌석 안내원의 언행과 태도, 가판대 판매원의 응대 방법, 주차 관리 요원들의 기본 사항 준수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인다.

이유는 기본 활동과 고객의 만족도는 비례하며 고객 만족도는 구장의 수익과 직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양키즈는 고객 충성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돼 세계적인 명문 구단으로 오늘날까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운운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경영전략이나 원대한 비전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정작 현재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기본의 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

기본 활동은 ‘적은 것의 괴력’이다. 태평양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서부 지역의 토네이도를 일으켜 수백 명이 사망하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주는 원인이 된다. 이처럼 작은 일을 방치하면 연쇄반응 효과를 일으키면서 결국 토네이도와 같은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카오스 이론’인데, 카오스 이론을 뒤집어 생각하면 최초 변화를 야기한 작은 원인만 제거하면 엄청난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이 기본 활동이다.

‘적은 것의 괴력’ 현상은 뉴욕의 범죄 근절 운동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80년대 뉴욕시는 최악의 범죄 전염병에 사로잡혀 있었다. 평균 연간 2000건 이상의 살인과 60만 건 이상의 심각한 중범죄에 시달렸다. 지하철에서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라는 말 외에는 달리 묘사할 방법이 없을 정도였다. 지하철 안에서 연간 1만5000건의 강력 범죄가 발생했고 1980년대 말에는 2만 건이 되었다.

그런데 1990년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범죄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강력 범죄가 75%나 줄어든 것이다. 뉴욕 경찰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범죄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1단계로 낙서 지우기 운동을 시작했다. 낙서 청소 작업은 1984년부터 1990년까지 6년간 실시됐다.

2단계로 무임승차를 철저히 근절하기로 결정했다. 낙서와 마찬가지로 무임승차와 같은 작은 기본 질서 위반사태가 사회 전체 무질서의 신호가 되어 심각한 범죄를 일으킨다고 보았다. 이 무렵 하루 17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었다.

무임승차로 체포된 사람 7명 중 1명은 전과자였으며 20명 중 1명은 무기 소지자였다. 단속이 강화되자 불량배들은 무기를 집에 두고 요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범죄가 급속히 감소되면서 치안이 확보됐다.

기본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기본(Basic) 활동은 처음에는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괴력을 발휘해 조직 전체를 경쟁력 있게 만든다. 이것이 ‘기본 활동의 괴력’인 것이다.
[백대균의 日日新경영] 기본이 무너진 조직은 ‘사상누각’이다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 매니지먼트 컨설팅 대표
wimc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