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난영(가명) 씨는 6세 자녀의 한 달 유치원비가 103만300원이나 든다. 한 달 교육과정 교육비 77만5300원에 방과 후 교육비 22만5000원을 합친 금액이다. 입학 때에는 입학금 29만5000원을 더해 132만5300원을 냈었다. 김 씨는 “맞벌이를 그만두고 싶어도 자녀 교육비를 생각하면 일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같은 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연강(가명) 씨가 자녀 유치원 교육비로 지불하는 금액은 1만9670원이다. 게다가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무료로 자녀 교육을 시키는 셈이다. 박 씨는 “저렴한 국공립 유치원만 찾아 지원했다. 사람이 많이 몰려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힘들게 당첨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

정보 공시 사이트 ‘유치원 알리미(e-childschoolinfo.mest.go.kr)’를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시내 가장 비싼 유치원과 싼 유치원은 무려 100만 원 가까운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차이는 극과 극이다. 소득 하위 70% 이하에 주어지는 정부 지원금을 더하면 교육비 부담이 없는 곳에서부터 지원을 받아도 매월 80만 원 수준의 교육비를 내야 하는 곳도 있었다. 이는 주로 사립 유치원과 국·공립 유치원의 차이다.
<YONHAP PHOTO-0930> 2012 어린이 꿈나무 큰잔치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2일 서울 번동 강북구민운동장에서 지역 19개 유치원 원아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2012어린이 꿈나무 큰잔치'가 열렸다. 참석한 어린이들이 주최측에서 준비한 마술쇼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2012.10.12

    jjaeck9@yna.co.kr/2012-10-12 14:02:4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2 어린이 꿈나무 큰잔치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2일 서울 번동 강북구민운동장에서 지역 19개 유치원 원아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2012어린이 꿈나무 큰잔치'가 열렸다. 참석한 어린이들이 주최측에서 준비한 마술쇼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2012.10.12 jjaeck9@yna.co.kr/2012-10-12 14:02:4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울·경기·인천순으로 교육비 비싸

교육과학기술부 분석에 따르면 전국 사립 유치원 교육비가 대학 등록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에 9월과 10월 공개한 전국 8370개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 경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7개 시·도 유치원의 만 3세 평균 교육비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형태 등으로 운영되는 국공립은 교육과정 교육비 4만2994원과 방과 후 과정 교육비 2만8816원을 합쳐 월 7만1810원이었지만 사립은 42만8793원으로 국공립보다 약 6배 비쌌다. 유치원 평균 교육비는 유치원 교육과정 교육비와 방과 후 과정 교육비로 구성된다.

만 4세의 유치원 교육비도 국공립 월 10만2728원, 사립 월 44만3252원으로 집계됐으며 만 5세 이상은 국공립 월 8만8637원, 사립 월 44만395원으로 나타나 각각 4.3배, 4.9배까지 차이가 났다. 월 교육비와는 별도로 1년에 한 번만 납부하는 입학금도 국공립이 3701~4922원인데 비해 사립은 15만2980~15만8962원으로 최고 41배까지 비쌌다.

유치원비 1년 치와 입학금을 모두 합친 사립 유치원비는 3세가 529만9401원, 4세 547만7986원, 5세 이상 543만 7720원으로 웬만한 국공립 대학 등록금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가 올해 2월 발표한 대학들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0만6000원으로 국공립대가 415만 원, 사립대가 737만3000원이었다.

시도별 사립 유치원비를 보면 만 3세는 서울이 월 50만 원으로 가장 비쌌고 경기 48만 원, 인천 44만 원, 대전 43만 원, 경남 41만 원 수준이었다. 제주가 30만 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만 4세는 서울이 52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남이 35만 원 수준으로 가장 낮았다. 만 5세는 서울이 51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충남이 35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 조사는 9월 공시된 유치원 원비 현황 및 유치원 회계 결산서 등의 주요 내용을 분석해 학부모가 부담하는 원비 현황을 학생 1인당 평균값의 최빈값(일정한 통계 자료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변량의 값)을 적용한 것이다.

크게 입학 경비와 교육과정 교육비, 방과 후 과정 교육비 세 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입학 경비에는 입학금, 원복비, 기타 경비 등의 1인당 평균값의 최빈값의 시·도 교육청 전체 평균값이 적용됐다. 교육과정 교육비와 방과 후 과정 교육비에는 수업료·간식비·급식비·교재비·재료비·차량운영비·현장학습비·기타경비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공시에는 전국 4만여 곳의 어린이집과 올 4월 이후 문을 연 유치원이나 휴·폐원한 유치원·학원으로 분류되는 영어 유치원이 제외돼 이를 포함하면 실제 학부모의 부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교과부 집계 자료는 통계적인 평균값을 사용하고 있어 개별 유치원 차이는 이보다 더 큰 격차를 보일 수 있다. 기자가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시내 개별 유치원 차이는 가장 비싼 곳과 싼 곳이 각각 월 103만300원과 월 1만9670원으로 100만 원가량 차이가 나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유치원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아이를 지원함에 따라 학부모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국공립 3세와 4세는 소득 하위 70%까지, 5세는 전 소득 계층에 대해 교육과정 5만9000원, 방과 후 과정 5만 원 등 최대 10만9000원이 지원된다. 자녀가 국공립 유치원에 다닌다면 학부모의 부담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사립 유치원 3~4세는 교육과정 19만7000원, 방과 후 과정 7만 원 등 26만7000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5세는 교육과정 20만 원 등 27만 원을 지원받아 전체 교육비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내년부터는 사립 유치원의 교육과정 교육비 지원 규모가 22만 원으로 늘어 방과 후 과정을 합쳐 총 29만 원의 정부 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지만 사립 유치원 교육비가 이를 훨씬 웃돌고 있어 등록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일부 사립 유치원이 내년 교육비를 더 올릴 계획을 갖고 있어 정부 지원이 사실상 사립 유치원의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공비행’ 사립 유치원 교육비 왜? 대학 맞먹어…제재할 법적 근거 없어
사립 유치원 원비 결정 권한은 원장에게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의 교육비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원비를 정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공립 유치원은 교과부와 각 시·도 교육감이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사립 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시행규칙 6조에 따라 원장이 정하게 돼 있다. 교과부에서 납입금 동결을 위해 운영비나 인건비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값을 올려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 가격 차이에 따라 교육의 질 차이도 있는 걸까. 교육 전문가들은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의 차이를 ‘교육의 질’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각각의 특장점이 있고 선택은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국공립 유치원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교육비에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유치원 모집 시즌인 10~11월께면 추첨을 놓고 학부모들의 열띤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국공립 유치원의 교사들은 임용고시를 통과한 검증된 교사들이며 커리큘럼도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준수한다. 반면 안정적인 근무 환경이 오히려 교육 측면에서는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사립 유치원의 가장 큰 특징은 자체적으로 특성에 맞는 교육활동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준수하지만 재량껏 특성화된 자체 프로그램을 병행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시내 가장 비싼 유치원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내세우는 장점은 자연 친화 프로그램, 프로젝트 수업, 영어 강화 수업, 탐구 강화 수업 등의 특성화 프로그램이었다. 반면 단점은 역시 비싼 교육비로 지적된다.

자녀가 부모의 품을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인 만큼 학부보들에게 유치원 선택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권정윤 성신여대 교수는 좋은 유치원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교구가 흥미 영역별로 잘 구성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교사의 자격증 종류, 경력, 재교육 현황 등의 전문성과 교사당 원아 수, 실제 유치원 교육 환경, 짜임새 있는 교육 활동 계획서, 위생 상태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과부가 지난 9월 말부터 운영을 시작한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에 접속하면 전국 8370개 국공립 및 사립 유치원의 원비 현황, 교원 현황, 예·결산서, 급식 현황, 환경·위생관리 현황, 안전 점점 및 교육 현황, 통학 차량 운영 현황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