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서울의 중심인 명동은 제2의 중흥기라고 불릴 만큼 하루 종일 사람들로 넘쳐난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한국어보다 일본어와 중국어로 호객하는 점원들이 더 많다.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상권을 부흥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수는 2009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2012년에는 1000만 명이 넘고 2014년에는 1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쇼핑센터과 화장품 가게 등이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덕에 명동 상가의 임대료는 매년 꾸준히 상승해 세계에서 9번째로 높다.

관광 특수를 누리는 곳은 또 있다. 바로 호텔이다. 서울 도심의 호텔들은 밀려드는 외국 관광객들로 주말과 주중이 따로 없다. 현재 서울 호텔의 객실 수는 2만8000실에 불과해 예상 수요인 4만4000실에 턱없이 부족하다. 도심 호텔을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수도권 호텔에 만족해야 한다.
명동밀레오레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20822
명동밀레오레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20822
민박·호텔 등 다양한 숙박 시설 등장

국내에 거주하는 한 일본인은 전화기에 일본 전화번호가 뜨면 가슴이 뜨끔하다고 한다. 그런 전화의 대부분이 서울에서 묵을 호텔을 구해 달라는 일본 지인의 전화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일본인들 사이에는 호텔을 잘 구해 주는 게 진짜 ‘능력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숙소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문제는 서울 도심에 있는 호텔이 대부분 특급 호텔이라는 점이다. 관광객의 대부분이 새벽에 나가 늦은 밤에야 숙소로 돌아온다. 이 때문에 굳이 비싼 특급 호텔은 필요가 없다. 그런 이유로 요즘 명동 일대는 개인 주택을 게스트 하우스로 개조하거나 빈 상가나 소형 빌딩을 비즈니스 호텔, 부티크 호텔 등으로 용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N.포시즌 서울은 변화하는 명동 지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원래 이곳은 5층짜리 소형 건물이었다. 류병기 대표는 오랫동안 섬유업을 했는데 사업이 사양화되면서 건물을 새롭게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처음에는 유행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리모델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이 생각만큼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부티크 호텔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외국 관광객만을 상대로 하는 부티크 호텔을 짓기로 하고 내부 인테리어까지 공사 기간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이렇게 탄생한 N.포시즌 서울은 660㎡ 대지에 전체 건평이 2211㎡다. 지하 객실층을 포함해 7개 층, 총 43개의 객실을 갖춘 비즈니스 호텔로 탈바꿈했다.

객실 규모는 객실당 23.1㎡ 수준이다. 3.3㎡당 건축비는 평균 약 600만 원이 들었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과 침대, TV 등 소품 비용을 합하면 3.3㎡당 약 1000만 원이 들었다. 현재 오픈 이벤트 중으로 객실 단가는 12만 원이다.

류 대표는 11월 정식 오픈 전 2개월간 가오픈했는데 공실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비즈니스 호텔과 달리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에 신경을 많이 쓴 덕에 손님의 대부분이 패키지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개별 관광객이었다.

부티크 호텔은 비즈니스 호텔보다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운영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객실비만으로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없다. 이 때문에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에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

류 대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자체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해 또다른 수익원을 개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N.포시즌 호텔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이와 유사한 부티크 호텔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주변 땅값도 뛰었다. 호텔 가오픈 직후 3.3㎡당 2000만~2500만 원 하던 땅값이 2500만~3000만 원으로 뛰었다.
숙박 시설로 변신 중인 명동 상가·빌딩, 호텔 개조 붐…연 수익률 10% ‘ 대박’
객실당 투자비용 1억5000만 원 정도

N.포시즌 서울과 달리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이들은 여전히 비즈니스 호텔을 선호한다. N.포시즌 서울이 명동 상권에서 벗어나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있다면 비즈니스 호텔들은 명동 한복판에 있다. 명동을 중심으로 장충동·등촌동 등 도심에 비즈니스 호텔이 들어선 것은 3~4년 전이다. 갑작스레 늘기 시작한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서울시가 호텔 허가를 쉽게 내줬다. 초기에는 호텔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거의 없었다.

이때 발 빠르게 들어선 곳이 스파이파크다. 밀리오레 옆 상가 건물 중층부를 호텔로 개조해 오픈한 스파이파크 원은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스파이파크는 뒤 이어 2호점, 3호점을 내며 비즈니스 호텔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스파이파크 호텔이 들어선 초기 객실가는 8만 원이었다. 관광객이 늘면서 객실료는 꾸준히 상승해 현재는 객실당 12만~15만 원에 이른다. 스파이파크 호텔을 설계한 제이건축사무소 강희달 소장은 “8만 원 때 수익률이 8%였다면 지금은 12%로 오른 셈”이라고 했다.

호텔은 일반 건축물과 달리 전체 건축비 대비 수익률이 아니라 객실당 수익률을 본다. 일반적으로 호텔 객실당 투자비용은 1억5000만 원 정도다. 객실료를 12만 원으로 가정하고 월 20일 정도 객실이 찬다고 계산했을 때 연 수익은 2880만 원 수준이다. 호텔업의 특성상 마진율 50%를 적용하면 객실당 연 1440만 원을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익률로는 약 10%다. 현재 주말,주중 할 것 없이 비는 방이 거의 없고 객실료도 오르는 추세를 감안하며 실제 수익률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도심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4~5%, 도시형 생활주택이 약 7%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률이다. 이렇다 보니 유동자금이 호텔 투자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4개 리츠가 최초로 호텔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올 들어서도 호텔에 투자하는 리츠 1개가 설립됐다. 이들 리츠는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돈을 모아 사옥이나 오피스 빌딩을 비즈니스 호텔로 개조한다.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목표 수익률은 평균 7~8%다.

일반 투자자들도 호텔 투자에 가세하고 있다.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맞은편에 들어선 호텔명동은 일반인에게 객실을 분양해 인기를 끌었다. 객실 분양가는 1억2000만~1억9000만 원이었다. 호텔명동처럼 직접투자 방식은 전문 운영 업체에 객실 운영을 위임하고 일정 수익을 받는다. 확정 수익을 받는 상품과 일정 확정 수익에 객실 가동률에 따라 추가 수익을 받는 상품도 있다.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 컨설턴트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호텔 투자는 중·단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전제한 후 “하지만 한 건 하고 빠지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실질적인 소유권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호텔이 개별 등기된다고 하지만 객실 하나만 개별적으로 운영할 수 없고 전문 운영 업체에 위탁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에서 투자자의 운신의 폭이 좁다. 객실이 자신의 소유지만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다. 시장에 투자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매매하고 싶을 때 오피스텔에 비해 바로 대체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셋째, 주기적인 리모델링 비용이 필요하다. 오피스텔은 일정 기간 후 도배와 장판 정도의 비용이면 지속적인 임대가 가능하지만 호텔은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임대 수익에서 일정 부분은 리모델링 비용으로 따로 적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운영 업체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호텔 사업은 객실 가동률과 객실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운영 업체가 중요하다. 부동산 투자는 단기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 후 매매를 위해 급조된 회사인지, 장기적으로 믿을 만한 회사인지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