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경비즈니스가 전국 경영대 평가를 실시한 이후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은 고려대 경영대를 지난 11월 6일 찾았다. 소문이 자자한 하드웨어적 강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문 오른쪽에 있는 경영대 건물은 크게 강의·연구동인 LG-POSCO 경영관과 행정·강의동인 경영 본관으로 나뉘어 있다. 1972년 6월 준공식을 가진 경영 본관은 고려대 최초의 단과대학 건물로, 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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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현대자동차 경영관도 완공

학생들이 주로 강의를 듣고 생활하는 곳은 2003년 준공한 LG-POSCO 경영관이다. 총면적 1만4873㎡(4500평) 규모의 지상 6층 건물로 강의실, 세미나실, 교수 연구실, MBA실 라운지, 대강당, 커리어센터, 다기능 회의장 등이 있다.

100% 기업인을 비롯한 교우들이 기부해 세워진 건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강의실을 비롯한 건물 곳곳에 기부자 명단이 쓰여 있다. 휴식 겸 조 모임 공간인 ‘이명박 라운지’와 ‘박현주 라운지’가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해외 학술 데이터베이스(DB)를 포함한 2만964권의 경영학 자료를 갖추고 있는 경영 전문 도서관인 수당학술정보관에서도 학구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영학 도서 및 학술지를 열람하고 블룸버그 단말기를 이용해 세계 주식 정보를 수시로 볼 수 있는 곳이다.

고려대 경영대가 강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최고 수준의 교육 인프라로 꼽힌다. LG-POSCO관은 미국 하버드대·스탠퍼드대·버클리대 경영대학원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신라호텔에서 실내 디자인을 담당했다. 고려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대가 좋은 이유를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깨끗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건물’이 1위로 뽑히기도 했다.

내부 전체에 대리석이 깔려 있고 특히 교수 연구동은 호텔 인테리어가 부럽지 않다. 모든 강의실은 원형으로 설계했다. 일명 ‘말발굽형 강의실’로, 강단을 중심으로 반원형 모양의 책상 배열을 하고 있다.

건물 전체에 자동 마이크 시스템이 작동해 강의실에서 마이크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국제회의실 콘셉트의 강의실은 학부 강의실로는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타 대학에서 벤치마킹해 가기도 했다.

4~5층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슈펙스홀(SUPEX HALL)에서는 대내외 강연이 주로 이뤄진다. 서라운드 음향 시설과 동시통역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대니얼 맥패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 유명인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이 밖에 고려대에 찾아오는 귀빈들이 꼭 거쳐 가는 장소가 바로 LG-POSCO관으로, 교내에서도 최고의 건물로 꼽힌다.

내년 또 하나의 경영대 건물이 생긴다. 경영 본관과 LG-POSCO관을 사이에 두고 공사가 한창인 현대자동차 경영관이 그것이다. 약 1만5534㎡(4700평) 부지에 지상 5층 지하 4층 등 총 9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 또한 졸업생들의 기부금으로 지어지며 지난 10월 기준 총 3623명의 졸업생들이 기부에 참여했다. 모든 기부자의 이름은 금액에 상관없이 건물 곳곳에 새겨질 예정이다. ‘창의적 인재 육성’, ‘G50 비전 투영’, ‘최첨단 정보통신 환경’, ‘친환경 건축’이라는 차별화된 네 가지 콘셉트로 건립되며 특히 학생 자치 공간 확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오픈 시어터(Open Theater), 토론과 팀워크의 장으로 49개의 오픈 그룹스터디 룸과 층별 라운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친환경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열 냉난방 시스템, 자연 채광 시스템을 사용했다.

학생들은 ID 카드만 있으면 네트워크로 연결된 현대자동차 경영관의 정보통신망에 접속해 강의실은 물론 스터디 룸, 라커 룸 등을 예약해 사용할 수 있다. 최첨단 멀티미디어 라운지에서는 다양한 기능의 컴퓨터가 설치돼 정보 검색 및 열람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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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로 해외 인턴십 파견

세 개의 경영대 건물은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LG-POSCO관 5층은 경영 본관 4층으로 연결되며 6층은 현대자동차 경영관 5층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고려대역 1번 출구에서 LG-POSCO관으로 이어지는 연결 통로가 경영대 재학생뿐만 아니라 타 대학생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LG-POSCO관 1층은 학생 편의 시설이 모여 있는 100주년 기념관 중앙 광장으로 곧바로 연결돼 최단 동선을 자랑한다.

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만족도는 어떠할까. 이다은(석사 12학번, 마케팅 전공) 씨는 “예약만 하면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는 세미나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따로 모임 전문 공간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경영대 단과대 차원의 커리어개발센터가 있어 수시로 일대일 면담과 지원을 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영 본관 1층에는 학사지원부가, 2층에는 국제실과 홍보실이 있어 학사 관련 문의 사항이나 교환학생 등 국제 프로그램 관련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고려대 경영대의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국제화’다. 경영대를 돌아보는 동안 외국인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2012년 현재 377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학의 세계화 전략은 해외로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인 학생 수는 2001년 61명에서 2004년 87명, 2007년 128명, 2011년 364명으로 늘었다. 2012년 현재 세계 26개국 87개 대학과 단과대 차원의 학생 교류 협정을 맺고 있다. 경영대 학생이 협정교로 파견을 가는 아웃바운드(outbound)와 외국 학생이 경영대학으로 오는 인바운드(Inbound) 현황은 2005년부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늘어나는 학생 수만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외국인 학생의 주거·생활·문화 등을 세심하게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자연스럽게 영어 사용 환경이 조성돼 고려대 경영대의 영어 강의 비율은 64%에 달한다. 국내 경영대학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 앞으로 7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영대 차원에서 국제실을 두고 직접 교환학생, 해외 인턴십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명문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제기구 등 인턴십 기회를 확대할 수 있었던 데는 경영대 차원의 발로 뛰는 섭외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운영한 국제 인턴십 프로그램은 질적 성장을 이뤄 최근에는 메릴린치(Merrill Lynch), HSBC은행, 언스트앤영(Ernst & Young), 제너럴일렉트릭(GE), 블룸버그(Bloomberg) 등 세계적인 기업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해비타트 등 국제기구에도 학생들을 파견했다. 2012년 현재까지 54개국 551개 기업으로 1581여 명의 학생이 국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경영대 인턴십 프로그램 후 해외 취업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85명의 전임교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고려대 경영대의 강점이다. 교수진은 주로 스카우트를 통해 채용하며 하버드·와튼스쿨·스탠퍼드·매사추세츠공과대(MIT)·옥스퍼드·케임브리지 등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계 유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석학들을 섭외하고 있다.

국제 최상위 저널 논문 게재 장려 등 연구 지원 제도를 다변화해 교수진의 연구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는 고려대 경영대는 ‘UTD 랭킹’ 발표에서 2011년 세계 95위, 2012년 세계 86위를 차지했다. 2005년부터 국내 대학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9계단 상승했다.

올해 1위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이, 2위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이 차지했으며 아시아권에서는 고려대(86위)를 비롯해 홍콩과기대(17위), 싱가포르국립대(42위), 홍콩이공대(60위) 등 9개 대학이 100위권에 들었다.

고려대 경영대는 앞으로 해외 명문 경영대의 커리큘럼을 연구 분석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진규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세계 50위권에 진입하기 위해 앞으로도 교육 인프라는 물론 수준 높은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 등 우리 경영대학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