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은 지난 10월 홀세일 부문장을 맡던 윤경은 부사장을 신임 각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한 데 이어 11월 22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각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한다. 임시 주총에서 윤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현 김신 사장과 윤경은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아 경영을 이끄는 투톱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윤 신임 대표는 증권 영업부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탁월한 성과를 거둔 전문가”라며 “글로벌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대증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책임 경영을 확대하기 위한 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했다”고 말했다.
2인 대표 체제 공식화 현대증권 속사정, 윤경은 사장 영업·기획 총괄…힘 쏠려
업황 악화에 따른 해결사로 윤 대표 선택

현대증권의 2인 대표 체제 전환은 다소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현 김신 사장이 취임한 지 8개월도 안 돼 2인 대표 체제로 전환한 배경을 두고 말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지난 2월 미래에셋증권 대표이던 김신 사장을 영입할 때만 해도 현대증권은 기업금융 명가 부활에 희망을 걸었다. 이에 부응하듯 취임 후 김 사장은 채권 사업 강화에 주력했다. 국내 채권 통화 상품(FICC)의 선구자로 꼽히는 성철현 전 우리투자증권 상품운용본부장을 캐피탈마켓부문장으로 영입하고 채권사업본부를 채권운용본부와 채권영업본부로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를 5일 전에 갑작스레 취소하면서 현대그룹과의 불화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그룹의 솔로몬투자증권 인수설과 현대증권 매각설이 나오던 시점이어서 그 파장은 컸다. 그즈음 현대그룹은 솔로몬투자증권 대표 출신 윤경은 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오너와 경영진의 갈등설·내분설 등이 나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2인 대표 체제 전환을 오너와 경영진의 갈등만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한 감이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2인 대표 체제로 전환한 직접적인 원인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증권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액·영업이익 등이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4~6월) 분기 자료를 보면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64%에 그쳤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이 1%를 웃도는 삼성증권·KDB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경은 홀세일부문장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그는 국제, 법인선물 옵션 영업과 주식연계증권(ELS)에 강점을 지닌 트레이딩 전문가로 꼽힌다.

1962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윤 사장은 파리바은행(현 BNP파리바)·LG선물·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을 거쳐 솔로몬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대증권이 지난 10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 관리 대형 점포(WMC)’를 오픈한 것도 ‘소그룹 영업의 귀재’로 불리는 윤경은 대표이사 선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WMC 출범과 함께 현대증권은 영업권이 중복되는 거여·부띠크모나코·동대문·중계·분당정자동 지점을 통폐합해 대치·압구정·분당·남울산 WMC로 오픈했다.

윤경은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김신 사장의 퇴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이어 “김신 사장은 현대증권의 대표이사로 기업금융·자산운용과 리서치·리스크 관리, 법무 및 감사 분야 등을 맡고 윤경은 사장은 영업 전반과 캐피탈·기획 등을 총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