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국 경영대학 랭킹
경영대학의 인기는 취업률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기업들의 경영학과 선호 현상으로 경영학의 인기는 덩달아 올라갔다. 복수 전공, 부전공 1순위가 경영학이며 다른 학문에 경영을 접목하는 학문 간 융합 움직임이 가속화된 게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이다.하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경영대학이 충분히 배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높아진 경영대의 위상만큼 교육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경영 교육의 방향성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
최근 주목할 만한 경영 교육의 화두는 글로벌화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면서 글로벌 관점을 지닌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논문도 유명 저널에 게재된 것을 활용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영어 강의 비율을 늘리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경영대에서 국제화가 강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를 펼치면서 글로벌 시각을 경영학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는 1980년대 포터 앤드 매키빈(Porter&Mckibbin)의 연구에서도 지적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양한 구성원들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경영 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화의 ‘질적 성장’ 추구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세계화는 연세대 경영 교육 이념의 세 가지 방향 중 하나”라며 “글로벌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영대는 글로벌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유겟(uGET)’을 통해 매년 하계·동계 방학 시즌, 학생들을 미국·중국·유럽·인도 등 해외 기업 및 비영리 재단 등에 파견하고 있다. 학생들은 실제 프로젝트에 팀으로 참여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훈련할 수 있다.
한양대는 영어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영어 전용 트랙’을 개설했다. 지원과 선발을 통해 학생을 뽑아 전공과목의 70~80%를 영어 강의로 듣게 하고 일정 부분 장학금, 해외 연수, 교환학생 선발 시 가산점을 주는 형태다. 한양대 경영대의 모든 수업은 필수적으로 영어 강의를 개설하게 돼 있어 원한다면 100% 영어 강의로만 학점을 채울 수도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하는 졸업생에게는 이수증을 수여한다.
국제화에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배양이다. 많은 대학들이 국제화를 경영대학의 사활 과제로 여기면서 해외 대학과의 학생 교류를 활발히 전개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학생 숫자 증가에 따라 영어 강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같은 대학 내에서도 유독 경영대학의 영어 강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영어 강의는 경영학계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영어의 생활화로 전반적인 실력이 향상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실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영어 강의 확대는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영어 강의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대 국제 인증인 세계경영대학협의회(AACSB) 인증은 대학 경쟁력을 증명하는 하나의 요소가 됐다. 인증을 받으려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영어 강의 비율, 외국인 교원 확보 등이 필요하다.
주요 경영 대학에서는 국제화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그간 해외 대학과 잇따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양적 확대를 해오는 데 주력했다면 최근 1~2년 사이에는 명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베이징대·도쿄대 경영대학원과 협력해 ‘캠퍼스 아시아’라는 복수 학위 단기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올해에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예일대와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고려대는 하버드·와튼스쿨·스탠퍼드· MIT 등 명문 경영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계 유수 대학에서 교수 재직 경험이 있는 석학들을 교수진으로 확보하며 세계 수준의 연구 역량과 강의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익 배분 중시하는 분위기 형성돼
최근 들어 눈에 띄는 경영 교육은 바로 ‘윤리 경영’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로 투자자의 이익을 최대 가치로 여기던 가치에 점차 변화가 일고 있다. 사회·가계 등 각계각층에 이익을 배분하는 것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슈가 부각되면서 대학 경영 교육에서부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 경영 등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단체가 UNGC(UN Global Compact)다. 국제협약이자 단체인 UNGC는 노동·인권·환경·반부패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10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07년 UNGC 정상회의에 제안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인식을 경영 교육 분야에 초점을 맞춘 유엔 책임경영교육사무국(PRME) 기구를 출범시켰다. 국내에서는 경희대·아주대·카이스트 등이 이 단체에 가입했고 경희대는 선도적으로 ‘책임 경영’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호창 경희대 경영대학장은 “학교의 전략 계획을 수립해 가는 과정에서 5가지 핵심 가치 설정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책임(responsibility)”이라며 “신입생을 대상으로 ‘경영학 원론’ 대신 ‘책임 경영’ 과목을 기초 과목으로 이수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개설된 이 과목은 기업의 CSR, 사회 공헌 활동, 탄소 문제, 녹색 에너지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세 가지 핵심 교육 방향으로 세계화·창의성·윤리를 설정하고 기업 윤리 관련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사회적 기업의 이해’, ‘사회적 기업 창업론’, ‘사회적 기업 육성론’ 등의 과목을 개설했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관련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했다. 민동권 숙명여대 교수는 “관련 교과목을 개설하지는 않더라도 마케팅·재무·회계·인사 등 분야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윤리 경영을 이슈로 다루는 대학이 많다”고 말했다.
‘경영학은 결국 인간 중심의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기업이 대학 졸업생들에게 스펙뿐만 아니라 인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의 한 몫을 담당한다. 이진규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고려대 경영대 학생들의 경영학에 대한 지식수준은 다른 학교 못지않다고 보지만 플러스알파로 학생들에게 특히 인성 교육과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윤리 경영 교육을 강조하는 대학이 적지 않은 반면 아직 정식 커리큘럼으로 자리 잡은 곳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거에 비해 윤리 경영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세부 전공별로 교육이 이뤄지는 국내 경영대의 현실에서 통합적 접근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한 커리큘럼으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아카데믹한 리서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고 관련 교과서도 집필돼야 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경영 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해 초 ‘공유가치 창조(CSV: 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을 내놓은 이후 국내에서도 관련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는 등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밖에 ‘액션 러닝’을 강조하는 경영 교육도 주목을 받는다. 기업 실무와 대학 이론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상황을 제시하고 대처 능력을 훈련하는 액션 러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부학장은 “기존에 MBA에서 많이 하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학부 과정에도 늘림으로써 실무형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양대에서는 내년부터 팀 과제만을 위한 교과목으로서 한 학기 동안 경영 사례를 분석해 실제 적용 가능한 결과물을 만드는 신규 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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