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소리 없이 통화 부양책을 시행 중이다. 인민은행의 공개시장조작 횟수가 빈번해지고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을 두고 현지 전문가들이 내놓은 진단이다. 지난 7월 초 인민은행이 올 들어 두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시장에서는 중국 경기 회복이 늦춰지면서 통화 당국의 추가 금리 인하나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시장의 예측은 어긋났다. 그 대신 인민은행은 국채와 단기채권을 매입하는 식으로 하반기 들어서만 1조 위안에 가까운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지급준비율을 1% 포인트 정도 인하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급준비율 위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 온 중국의 금융 영역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이 시장화에 더 다가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국채를 통해 단기자금을 공급하고 회수하는 공개시장 업무는 1996년 4월 시작됐다. 국채 발행이 갈수록 늘고 은행 간 채권시장이 발달하면서 공개시장조작이 주요 통화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난 9월 마지막 주 인민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3650억 위안을 시중에 순공급했다.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어 10월 30일엔 금리 경매 입찰 방식으로 3950억 위안을 시중에 공급했다. 단일 규모로는 최대를 기록한 것. 11월 들어서도 지난 6일 공개시장에서 2770억 위안을 풀었다.  

인민은행이 통화정책 수단으로 공개시장조작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뭘까. 궈톈융 중앙재경대 중국은행업연구센터 주임은 최근 증권일보에 올린 기고문에서 “공개시장조작이 은행 지급준비율 조정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크고 조정의 유연성과 정확도가 더욱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공급한 유동성은 만기가 짧기 때문에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쉽게 다시 회수될 수 있다. 한 번 조치를 취하면 다시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은 지급준비율이나 금리의 조정과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소리없이 통화 부양책 왜? 공개시장조작 횟수‘빈번’ …규모도 커져
궈 주임은 중국 경제가 여전히 비교적 큰 불확실성에 놓인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계속된 공개시장조작이 통화정책의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민은행이 공개시장조작에 의존할수록 중국 경제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공개시장조작 선호는 기업의 은행 대출 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 중국에서 기업은 필요한 자금의 80%를 은행을 통해 조달했지만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회사채 등 다양한 자금 조달 경로가 점차 발달하면서 은행 대출이 기업의 융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줄었다.

FT는 인민은행의 공개시장조작 배경에 정치적 요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금리는 중앙은행이 아닌 국무원(중앙정부)이 결정하고 인민은행은 자문 역할 정도만 한다는 것이다. 지급준비율은 인민은행이 혼자 결정할 수 있지만 조치를 취하기 전에 국무원에 보고해야 한다. 지난 11월 8일 베이징에서 개막된 18차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시장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지도부의 의중이 공개시장조작을 선택하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개시장조작은)중국 정부가 조용히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방식을 택한 것(RBS의 루이스 쿠이지스 이코노미스트)”이라는 진단은 “10년 만에 지도자가 바뀌는 역사적인 당 대회를 앞두고 성급하게 금리를 내리거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것은 경제를 통제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FT)”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빈번해지는 인민은행의 공개시장조작에서 불투명한 중국 경제의 앞날과 시장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서려는 중국 발전 방식의 전환을 읽게 된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