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불황, 실업과 비정규직의 양산, 심화되는 빈부 격차, 급증하는 자살률 등은 개인의 삶을 위협하고 사회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성과사회’의 그림자는 공허함·고독감·절망감 등으로 표출된다.
[Book] ‘살아야 하는 이유’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의 한복판에서 비굴해지지 않고 절망하지도 않으며 끝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힘’을 되찾기를 바라는 저자의 당부다. 전작 ‘고민하는 힘’으로 재일 교포 최초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른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만성 불안의 시대에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세계를 보는 시각과 생각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행복 방정식’에 대해 논한다는 점은 최근의 힐링 열풍과 맥을 같이하지만 강 교수는 노선을 달리한다. 그는 근거 없는 낙관론은 악덕 상술로 본다. 대신 고통을 직면하고 돌파할 때 비로소 행복이 찾아온다는 ‘정직한 비관론’을 말한다.

그저 실패를 망각하는 게 아니라 고뇌나 수고에 눈을 돌리고 그 의미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야 비로소 새로운 행복의 형태가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거듭나기(twice born)’ 개념으로, 사람은 마음의 병을 앓고 나서야 세계와 이웃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생의 의미를 포착할 수 있다.

두려워할 것도 기죽을 필요도 없이 그대로의 자신으로 괜찮다는 것,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일회성과 유일성이 있는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존엄하다는 개인적·사회적 ‘태도’를 가질 때 비로소 신생(新生)의 힘이 생긴다. 저자는 아들의 죽음과 잇단 원전 사고로 ‘납을 삼키는 슬픔’을 겪으며 절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토르 에밀 프랑클의 “그럼에도 삶에 대해 예라고 말하려 하네”라는 말을 버팀목 삼아 이 책을 썼다.

강상중 지음┃송태욱 옮김┃204쪽┃사계절┃1만1500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미래의 물리학’ 오지 않은 미래, 상상하기의 즐거움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1863년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20세기 파리’라는 작품을 썼다. 쓰고 나서 보니 자신도 황당했는지 발표도 하지 않은 채 사망하고 말았다. 130년이 지난 1994년에 그의 증손자가 원고를 발견해 책으로 만들었고 발표와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쥘 베른이 예상한 20세기는 유리로 된 고층빌딩·에어컨·TV·고속열차·인터넷 등 오늘날 파리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모든 휴대전화에는 칩이 들어 있다. 기계를 작동하는 건 물론 문자를 보내고 사진을 찍기 위해 꼭 필요한 부품이다.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 칩은 196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인간을 달에 보낼 때 사용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

3차원 컴퓨터 게임이 잡아먹는 컴퓨터 리소스는 10년 전 컴퓨터 전체를 운용하는데 필요한 리소스보다 많다. 300달러에 판매되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15년 전 100만 달러를 호가하던 군용 슈퍼컴퓨터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100년 전에 미국의 한 신문이 기업가들에게 100년 후 세상을 예견해 보라는 질문을 했다. 특허청장은 “더 이상 발명할 수 있는 물건이 없다”고 대답했고 “마차나 신발을 소유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운항 가능한 풍선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대답도 있었다. 미래 예측에 필요한 과학적 인지력을 무시하고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맞춰 세상을 예상하다 보니 생긴 황당한 결과였다
[Book] ‘살아야 하는 이유’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
그러면 100년 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미래의 물리학’에서 머리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이고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으로 자동차가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자 의학의 발달로 모든 유전병이 종적을 감추고 수백만 개에 달하는 DNA 센서가 우리 몸을 돌아다니면서 병을 치료하며 유전공학으로 노화가 멈출 것이라고 봤다. 구약 성경과 진시황부터 오늘까지 인간이 욕망했던 많은 일들이 해결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쥘 베른이 확신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도 아직은 100년 후 세상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가 상상한 이상으로 기술이 진보했던 것처럼 미래도 기대 이상이 될 것이다. ‘미래 물리학’이 그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미치오 카쿠 지음┃박병철 옮김┃616쪽┃김영사┃2만5000원





하버드 경제학자가 쓴 복지국가의 정치학
알베르토 알레시나 외 지음┃전용범 옮김┃384쪽┃생각의힘┃1만8000원
[Book] ‘살아야 하는 이유’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
미국과 유럽은 복지 정책이 왜 이렇게 다를까. 하버드대의 경제학자 두 명이 이 물음에 답했다. 결론은 정치적 세뇌의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나는 복지 정책에 대한 국가 개입의 차이는 경제적 요인들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정치 제도와 인종적 이질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회는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과 소득 재분배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 즉 이데올로기에서 차이가 난다.



타이거 매니지먼트
마틴 햄메어트 지음┃정경준 외 옮김┃256쪽┃1만4800원
[Book] ‘살아야 하는 이유’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
한국 대학에 근무하는 독일 출신 외국인 교수가 한국 기업의 독특한 경영 방식을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 성공 원인을 추적한 그는 우선 한국의 유교적 전통에서 그 뿌리를 찾았다. ‘부자유친’, ‘군신유의’ 등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통해 한국 기업이 강한 조직력을 갖게 됐고 남다른 교육열로 유능한 인적자원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저돌적인 공격 스타일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빅토리랩
사샤 아이센버그 지음┃이은경 옮김┃452쪽┃1만5000원
[Book] ‘살아야 하는 이유’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
올해 미국 대선 선거운동에서 가장 큰 화제는 마이크로 타기팅이다. 유권자 개개인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맞춤형 선거운동을 펼친다. 요즘 선거판은 행동심리학으로 무장한 선거 전략가들이 움직인다. 후보자의 매력이나 정치적 신념은 중요하지 않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 특정 인물을 뽑도록 유도되기도 한다. 설득 실험 등을 통해 단 1%의 득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변양균 지음┃262쪽┃바다출판사┃1만3800원
[Book] ‘살아야 하는 이유’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
참여정부 시절 정통 경제 관료로 활약한 저자의 진보적 경제 담론이다. 영화를 모티브로 한국 경제의 현안들을 풀어 놓는다. 그냥 흘려 넘길 수 있는 영화의 장면들에서 한국 경제의 아프지만, 감출 수 없는 불편한 진실들을 읽어낸다. ‘매트릭스’, ‘대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브라질’ 등 저자가 소개하는 20편의 영화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재벌 개혁은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 특수 계급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병제 도입을 통한 생애 노동시간 연장도 제안한다.
[Book] ‘살아야 하는 이유’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