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들의 재정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2013년에도 선진국들의 소비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 이에 대응해 정부들이 재정지출을 확대하지만 이번 경기 둔화는 그 원인이 정부의 과다한 부채에 있는 만큼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수출 기업들은 경기가 지지부진한 상황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경영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원화 강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한국 수출 기업들에는 악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경기 회복이 가속화되기 전까지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천명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재정 위기국에 대한 무제한 국채 매입을 선언했다. 이는 선진국 통화들의 약세를 유도할 것이다. 수출 기업들은 보수적인 환율 전망 하에서 수익성을 산정하고 환차손 가능성에 대비한 환 헤지를 엄격하게 하는 등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2010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 소비 위축이 심화돼 내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례를 보면 내수 부진과 선거가 결합되면 경기 부양에 대해 기대해 봄 직하지만 이번에는 크게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차기 대권 주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경기 부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않다. 각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등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의지는 약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 박형중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소비 패턴은 ‘유혹적인’ 제품에 대해서는 쉽사리 지갑을 여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애플·삼성 등의 기업은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즉 경기 위축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기업들에는 위축에 대응한 혁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나노광반도체 연구실.
화학기상 증착장치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11.16
나노광반도체 연구실. 화학기상 증착장치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11.16
최대 규모 해외투자 이어져

물론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영의 주요 척도인 해외 직접투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0억 달러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004년 65억 달러, 2005년 72억 달러, 2006년 117억 달러, 2007년 222억 달러, 2008년 238억 달러로 신기록을 계속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부진했던 2009년에도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투자는 203억 달러로 매우 활발했으며 2010년 242억 달러, 2011년 256억 달러로 또다시 신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영의 결과로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과 매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현지법인의 매출은 2005년 전체 수출의 69.3%에서 2010년 102.7%로 크게 증가하며 478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현지법인의 영업 활동이 전통적인 수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과거의 ‘무역입국’에서 ‘투자입국’ 즉, 글로벌 경영으로 진일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국 기업의 성장 비결 중 하나는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한국의 총 연구·개발비는 2011년 전년 대비 13.8% 늘어난 6조356억 원을 기록함으로써 총 49조8904억 원, 국내총생산(GDP)에 비해서는 4.03%로, 사상 처음으로 연구·개발 집약도가 4%를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집약도가 4%를 넘는 국가는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최초다.


민간 부문의 연구·개발 투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2011년 전년 대비 16.8% 증가한 5조2857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민간 재원의 비중은 전체 우리나라 국가 연구·개발 투자의 73.7%를 차지하고 있다.
[2013 한국·세계경제 대전망] 기업 경영 - ‘혁신’이 답…R&D·인재 확보 최우선
이 같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대전제’를 위해 이뤄진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특허 전쟁’도 한 요인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삼성과 애플 특허 싸움은 평결의 편파성을 둘러싸고 전 세계에서 관심이 높다.

미국 말고는 대체로 애플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고 애플의 중요 특허 가운데 화면 튕김(바운스 백) 관련 특허가 미국특허심판원에서 무효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손해배상액이 상당히 조정될 전망이다. 이런 특허 전쟁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 기술 개발에 더욱 투자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육동인 커리어케어 대표는 “특허 전쟁은 단순한 기술 싸움이 아니다. 기술은 물론 국가 간 법률 체계, 일자리를 둘러싼 각국 국민들의 미묘한 감정까지 얽혀 돌아간다. 특허 전쟁의 승부는 기술·법률·국민감정 등을 두루 고려해 판단할 수 있는 ‘멀티플 능력을 가진 글로벌 인재’의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허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은 그래서 이런 전쟁을 진두지휘할 인재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글로벌 감각을 갖춘 핵심 인재’, 다시 말해 사람 싸움인 셈이다.

그동안 국내의 5대 그룹 정도나 글로벌 인재에 관심을 뒀지만 이젠 중견기업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은 확보하려는 인재 대상이 경영진이나 임원급 위주에서 중간 간부나 일반 직원들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그야말로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확보하려고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해외 석·박사 과정에 있는 인재들에 대한 인턴십 과정을 실시하는 등 ‘입도선매’에까지 나서고 있다.
[2013 한국·세계경제 대전망] 기업 경영 - ‘혁신’이 답…R&D·인재 확보 최우선
중소·중견기업 지원 늘어날 듯

한국 경제의 문제점도 있다. 가장 큰 것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성장 둔화의 이면에는 일자리의 감소가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에 돌입하면서 ‘고용’은 단지 기업 차원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이슈가 됐다. 즉, 저성장을 극복함과 동시에 어떻게 ‘고용 창출형 경제’를 만들어 내느냐는 게 경제의 핵심이 됐다.

‘고용 창출형 경제’를 이끌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상생, 동반 성장이 매우 긴요하다.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하고 있는 근원 중 하나는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 하에서 ‘수출-생산-고용-소득-내수’의 선순환에 따라 성장한 우리 경제에서 최근 이 순환 관계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출 10억 원당 취업을 유발하는 취업유발계수는 24.0명(1995년)이었지만 2008년에는 9.5명으로 수출의 고용 유발 효과가 현격하게 떨어졌다. 이유는 수출품에 소요되는 중간재가 국내 생산 중간재보다 수입 중간재 비율이 높아 수출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을 전제로 할 때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용 창출형 경제구조’로 이끌기 위해서는 국산 제품의 중간 투여율을 높이는 일, 즉 중소 부품 생산 업체의 활성화를 의미한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한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도 계속돼야 한다. 미국에서 4%의 고성장 기업이 60%의 일자리를 만든 것처럼 일자리 창출은 벤처의 창업과 고성장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벤처 창업은 스마트 경제 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롭게 약진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보기술(IT) 제조업 중심의 창업에서 이제는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스마트 창업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의 등장은 그 서곡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소셜 플랫폼의 정착은 새로운 혁신적 벤처기업의 시장 진입을 쉽게 해주고 있다”며 “이제는 가벼운 창업이 가능해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어학연수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해지고 그 이상의 가르침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대보증 제도의 개선 등 벤처 재도전 제도가 활성화되면 기존의 연구소와 기업체에서의 기술 창업도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패에 대한 지원이 바로 창업 활성화의 핵심 정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창업의 또 다른 얼굴은 사회적 기업의 창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복지의 확대에 따른 복지의 혁신을 위한 필연적인 요구 사항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