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 경제는 우울했다. 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대까지 주저앉았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은 수출이다. 그러데 수출 침체가 예상보다 골이 깊다. 그 여파로 소비와 투자가 힘을 잃었다. 2013년은 2012년의 연장선상이다. 고난의 행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한국은행 등 국내외 기관들이 예측하는 2013년 경제성장률은 3.3~3.6%에 불과하다.

부문별로 알아보자. 내년 경기는 여전히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햇살 들 날이 많지 않다. 경기 전망은 국내외 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012년 10월 IMF는 201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7월 전망치(3.9%)보다 0.3% 포인트 낮춘 3.6%로 내다봤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유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 추가적인 재정 긴축이 필요하다. 경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뜻이다. 둘째, 미국도 재정 부실에 따른 긴축 기조가 불가피하다. 유로존 위기의 수습과 미국의 재정 절벽 해소가 어려진다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 밑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 등으로 수출 환경도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환경도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가계 부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주택 시장에서의 조정 과정도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도 기대할 게 없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보다 가계 부채와 부동산·자영업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중·장기적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2013 한국·세계경제 대전망] 한국 경제 - 경기 ‘먹구름’ 잔뜩…수출 ‘뒷걸음질’
[2013 한국·세계경제 대전망] 한국 경제 - 경기 ‘먹구름’ 잔뜩…수출 ‘뒷걸음질’
물가 안정세 유지할 듯

국내총생산(GDP)의 53%는 민간 소비다.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 한 경기 회복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민간 소비는 15년째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0~1997년 연평균 소비 증가율은 7.4%다. GDP 증가율 7.5%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1998~2011년 소비 증가율은 3.1%에 머물러 GDP 증가율 4.2%를 크게 밑돌았다. 독일을 제외한 대다수 선진국에서 소비 증가율과 GDP 증가율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도 민간 소비 회복은 필수적이다.

소비 위축의 핵심 원인은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 부채 때문이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가계 부채는 2010년 1분기 873조 원에서 2012년 2분기 922조 원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이자 상환 비율(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도 2.4%에서 3.0%로 상승했다. 가계 부채가 있는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은 2010년 가처분소득의 24.8%에서 2011년 29.0%로 치솟았다.

2012년 1%대의 소비 증가율은 2013년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2%대 초·중반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고 고용의 어려움도 예상되는 데다 4대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높고 노후 준비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경기 침체가 주된 이유다. 경기 침체는 경기 활력을 떨어뜨려 물가 안정을 가져온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융과 실물의 연계가 미약해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여지가 별로 없다.

게다가 국제 원유 가격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수입 물가의 하락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수입 물가 하락은 생산자 물가 하락으로 연결되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3년 예상 물가는 2% 중반이다.

실업률은 올해보다 약간 낮아질 전망이다. 2012년 9월까지 평균 취업자 수는 2464만 명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6만9000명이 증가했다. 제조업 일자리 수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난 덕분이다. 그러나 2013년 고용 사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기업들이 몸 사리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설비투자 지수는 2012년 6월 145.5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9월 현재 120.5에 불과하다. 그만큼 기업들이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가계 부채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2013년 실업률은 2012년에 비해 0.1% 낮아진 3.3%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YONHAP PHOTO-0502> 수출 감소세…부산항 빨간불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달 수출이 작년 동월과 비교해 1.8% 감소한 미화 456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1억5천만 달러로 8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수출은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할 때 3개월 연속 줄었다. 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가운데 대형 크레인이 화물선을 기다리고 있다.    
    2012.10.2.
    ccho@yna.co.kr/2012-10-02 10:42:5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수출 감소세…부산항 빨간불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달 수출이 작년 동월과 비교해 1.8% 감소한 미화 456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1억5천만 달러로 8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수출은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할 때 3개월 연속 줄었다. 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가운데 대형 크레인이 화물선을 기다리고 있다. 2012.10.2. ccho@yna.co.kr/2012-10-02 10:42:5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설비투자는 내년에도 뒷걸음질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계정 내 설비투자를 살펴보면 2012년 2012년 1분기 8.6%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2분기 마이너스 3.5%로 뚝 떨어졌다. 올 초 크게 증가했던 기계류 투자가 2분기 들어 급격히 감소했다. 설비투자 수요를 판단하는 지표는 설비투자 조정 압력이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2분기 1.5%로 급감한데 비해 제조업 생산능력 증가율은 3.3%로 조정 압력이 마이너스 1.8%로 하락했다. 설비투자 선행 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 증가율도 올 들어 감소세다. 자본재 수입 증가율도 역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5.2%로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로 돌아섰다. 약간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수출은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다. 2013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가 점쳐지는데, 연간 약 6%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수출 대상국의 경기변동 불안정성과 수출 제조 단가, 수출 채산성이 모두 기준치인 100 이하로 나타나 수출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선박·철강제품에서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F) 등의 경제 통합 협상이 진전되고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YONHAP PHOTO-0502> 수출 감소세…부산항 빨간불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달 수출이 작년 동월과 비교해 1.8% 감소한 미화 456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1억5천만 달러로 8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수출은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할 때 3개월 연속 줄었다. 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가운데 대형 크레인이 화물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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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감소세…부산항 빨간불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달 수출이 작년 동월과 비교해 1.8% 감소한 미화 456억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31억5천만 달러로 8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수출은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할 때 3개월 연속 줄었다. 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가운데 대형 크레인이 화물선을 기다리고 있다. 2012.10.2. ccho@yna.co.kr/2012-10-02 10:42:5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3 한국·세계경제 대전망] 한국 경제 - 경기 ‘먹구름’ 잔뜩…수출 ‘뒷걸음질’
가계 부채 대책 세워야

환율은 2013년 1100원을 밑돌 것으로 예측된다. 유로 체제는 위기 대응 능력을 점차 키워가고 있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화 가치의 하락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 자금도 순유입 흐름을 보이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연말께 104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

금리는 하향 안정세다. 2012년 7월 이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대로 안착됨에 따라 한국도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선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이에 따른 한국 경제의 부진도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가 종식되기 위해서는 유럽 재정 위기의 해소 또는 중국의 내수 성장 등 2가지 조건 중 적어도 하나는 해결돼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가계 부채라는 큰 고민을 안고 있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 기조가 불가피하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 부채는 한국 경제를 복합 불황의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더구나 주택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부담이 배가된다. 국내 가계 부채의 대부분이 주택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저소득·저신용자의 2금융권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일 가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가계와 2금융권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실물과 금융이 동시에 불황 국면에 빠지는 복합 불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책 당국은 가계에서 높아진 부채를 지탱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가계도 변제 능력을 웃도는 부동산을 과감히 처분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