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숯불구이 한정식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음식점이 있다.
해우리를 운영하는 (주)로가닉에서 2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탄생시킨 ‘숭례문’이다.


강원도 철원 야산에서 각종 산야초를 채집하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완성한 산야초 절임을 숯불구이에 곁들여 낸다. 저녁 메뉴인 한우 프리미엄 코스는 열무김치와 함께 녹두죽이나 호박죽으로 시작된다. 열무김치는 양념과 밥을 돌확에 갈아 김치 국물을 만든 전라도 장흥식으로 참 맛깔나다.

김치가 완성되면 열무 건더기는 건져 놓고 김치 국물이 가장 맛있게 익었을 때 열무 건더기와 함께 상에 낸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정성이 아삭아삭한 열무에서, 잘 익어 깊은 맛을 내는 김치 국물에서 느껴진다.

싱그러운 참나물과 버무려 내는 불고기 샐러드로 입맛을 돋우고 나면 광어 ‘세꼬시(뼈째 썬 회)’가 나온다. 쇠미역에 꼬시래기 몇 가락과 광어 세꼬시를 놓고 전어 젓갈을 쌈장 삼아 쌈을 싼다. 곰삭은 전어 젓갈의 쿰쿰한 냄새가 코끝으로 날아들면 절로 침이 고인다. 다음에는 낙지가 살아 꿈틀대는 남도식 육회가 나온다. 부드러운 육회와 입 안에 찰싹 들러붙는 낙지와의 조화가 별스럽다.

새우전과 구수한 시래기 조림이 차려지면 숯불구이가 시작된다. 소 한 마리에서 3~4kg에 불과한 초특상육인 설화 등심은 마치 붉은 빛 살코기 사이사이에 하얀 눈꽃이 피어 있는 것 같다.

입 안을 적시는 육즙과 특유의 진한 풍미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설화 등심을 산야초 절임으로 쌈을 싼다. 숯불에 살짝 구운 키조개와 설화 등심을 곰취나 고추냉이, 뽕잎 절임에 놓고 산초 절임을 몇 알 얹어 쌈을 싼다. 산야초 특유의 향과 껍질이 톡톡 터지며 향을 더하는 산초가 키조개·설화 등심과 어우러져 그 맛이 일품이다.
[맛집] 산야초와 한우의 만남
곰취는 항암 효과가 있고 꽃이 냉이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고추냉이는 류머티즘과 식중독 예방에 효과가 있다. 뽕잎은 동맥경화, 심장병,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고 산초는 아토피,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런 산야초로 한 쌈 두 쌈 쌈을 싸다 보면 자연의 기운이 서서히 몸과 마음에 스며드는 듯하다.

광주리에 담겨 나온 7종류의 밑반찬도 맛깔나고 숭례문 삼합인 차돌박이·키조개·버섯을 구운 후 끓인 ‘디포리(밴댕이)’ 된장 전골은 맑고 시원한 뒷맛이 별미다. 톳으로 지은 밥을 된장 전골에 넣고 죽처럼 끓여 먹는 것도 좋다.

점심시간에는 단품 메뉴와 점심 특선 메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건강한 음식이 건강한 몸을 만든다는 약식동원의 이념을 바탕으로 특별한 숯불구이 코스 한정식을 차려 내는 곳, ‘숭례문’ 이다.
[맛집] 산야초와 한우의 만남
영업시간 - 10:00~22:00

메뉴 - 점심 특선 한정식 2만8000~3만2000원, 점심 불고기 특선 1만8000~2만2000원, 점심 단품 메뉴 8000~1만5000원, 숭례문 특선 한정식 3만8000~4만 원, 한우 프리미엄 코스 5만8000~6만9000원

위치 -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163길 10, 베드로빌딩 지하 1층
문의- (02)515-5544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