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지점을 통폐합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영업점을 보유한 증권사의 영업소를 포함한 지점은 1년 전인 2011년 6월 말 1796곳에서 1744곳으로 줄었다. 1년 사이 전체의 2.9%인 52개 지점이 다른 지점과 통합되거나 사라진 것이다.

지점 축소 폭이 가장 큰 곳은 동양증권으로 163개 지점이던 것이 128개 지점으로 통폐합됐다. 1년 사이 35개 지점이 사라진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증시 활황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렸던 미래에셋증권도 19곳의 지점을 축소했고 한국투자증권도 3곳의 지점을 통폐합했다.

지점들이 하나 둘씩 줄자 증권가에는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 직원 10명인 지점 두 곳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책상은 10개만 뒀다거나 전무급 인사를 영업 부진을 이유로 부장이 지점장인 지점에 발령했다는 말이 그것이다.

증권사들이 지점 축소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 악화 때문이다. 수익 악화의 1차적 원인은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 부진이다. 유럽 재정 위기로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업 투자자들조차 거래를 쉬고 있다. 거래 수수료가 주수입원인 지점으로서는 당연히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거래 수수료 인하도 수익 악화의 주원인이다. 온·오프라인 증권사들이 수수료 경쟁을 벌이면서 주식거래 수수료가 0.015%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젊은 고객이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주식거래를 하고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어 지점 영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1.2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1.2
거래 부진·수수료 인하로 지점 수익 악화

실제 증권사 지점을 찾으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지점을 통폐합했다. 역삼점·삼성점·선릉점을 합쳐 강남·선릉센터로 재편했고 잠실점과 신천점을 합쳐 잠실·신천점으로, 일산점과 주엽점을 일산지점으로 통폐합했다. 통폐합을 통해 대신증권 지점은 기존 115개에서 104개로 줄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통폐합에 대해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자산 관리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수수료에 의존해서는 더 이상 지점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많은 증권사 지점들이 수익을 매매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수익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럽 재정 위기의 여파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이로 인해 투자 심리는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었다. 그 결과 주식거래가 줄어 지점들의 수익이 악화된 것이다. 수익이 악화되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게 표면적으로 나타난 게 지점 통폐합이다.

증권사 지점 중 실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증권사 지점의 손익은 통상 1차 손익분기점과 2차 손익분기점으로 구분된다. 지점 임차료와 직원 인건비 등 실제 지점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한 게 1차 손익분기점이고, 여기에 본사 공통 비용을 더하면 2차 손익분기점이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직원들이 자기 연봉의 3배 이상 이익을 내야 2차 손익분기점을 맞춘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수익 구조가 약화된 상황에서 이처럼 이익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증권업계 한 종사자는 “투자 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줄고 온라인 수수료 경쟁과 펀드 평가액이 떨어지면서 지점의 수익 기반이 상당히 약화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고정비용이 들어가는 지점을 줄이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도 지점 통폐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수수료가 싼 인터넷으로 거래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점을 찾는 고객은 자산 규모가 큰 고객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에서 자산 관리 중심으로 지점을 운영하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지점을 가장 많이 축소한 증권사의 면면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양증권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많은 지점을 축소한 대표적인 증권사다. 동양증권은 지난해 9월부터 지점 리포지셔닝을 통해 163개이던 지점을 128개로 축소했다.

동양증권이 지난해까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하게 된 배경은 종합 자산 관리 계좌인 CMA의 영향이 컸다. 증권 활황과 CMA의 인기에 힘입어 동양증권은 2006~2007년 사이 지점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계좌 개설을 위해 몰려드는 신규 고객을 위해 지점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8년 외환위기 이후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늘어난 지점들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도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점 통폐합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점 통폐합과 함께 새로운 점포 전략도 수립했다. ‘자산 관리 고도화를 위한 최적화된 점포 육성’이 그것이다.
[비즈니스 포커스] 증권사들은 지금 다이어트 중 - 수익 다변화 포석…자산 관리 강화
지점 운영 전략, 자산 관리로 이동 중

동양증권 관계자는 “업계 최대 CMA 고객 보유라는 강점을 핵심 자산으로 유지하면서 자산 관리 중심으로의 영업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기 위해 지점 재편성 및 프라이빗 뱅커(PB) 인력을 재배치했다”고 말한다.

동양증권은 수년간 CMA 고객 수요에 맞춰 접점을 확대하며 고객 확보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어 현재는 고도화된 자산 관리를 지점 운영 목표로, 주요 거점 형태로 점포를 운영하고 숙련된 PB를 배치해 고객 서비스를 효율화한다는 것이다.

대중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와 함께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W 프레스티지(Prestige)’를 강남과 강북의 주요 거점에 신설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지점 리포지셔닝과 관련된 통합·조정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동양증권과 함께 가장 공격적으로 지점 확대에 나선 미래에셋증권도 지점 통폐합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지점 통폐합을 추진해 온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112개이던 점포를 79로 축소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전제한 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혁명으로 지점을 찾는 고객이 줄었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지점들을 대형화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지점을 운영하기 위해 점포를 통합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동양증권과 마찬가지로 지점 통폐합과 함께 자산 관리에 초점을 둔 서비스를 강조했다. 향후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대비해 ‘시중금리+알파(a)’를 목표로 안정적인 투자 자산을 개발하고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자산 관리에 중점을 둔 지점 운영은 앞으로도 증권가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중 자산 관리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실시한 삼성증권의 지점을 보면 이 같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여타 증권사들이 지점 통폐합에 나선 반면 일찍 자산 관리에 중점을 둔 삼성증권은 오히려 지점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2008년 83개이던 지점이 매년 꾸준히 늘어 현재 105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2003년 이후 자산 관리 영업을 본격화하면서 강남 등 핵심 지역에 대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주요 핵심 상권의 대형 점포화 등의 전략을 진행해 온 결과다. 삼성증권은 2010년 초 강남 제패를 선언하며 지점과 PB를 대폭 늘렸다. 이를 통해 업계 최초 리테일 자산 100조 원 돌파 등의 성과를 거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기존 점포에 대한 축소보다 핵심 상권의 대형 점포 전략을 수년 전부터 시행해 왔으며 이를 통해 최근 불황에서도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