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후식의 투자 노트


최근 환율과 관련된 뉴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달러 약세는 물론 엔화 강세에 대한 걱정도 많아지고 있다. 환율 이슈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사들의 보고서, 시황 자료, 기업 분석 자료 등에서도 환율에 대한 수혜주와 부정적인 영향의 강도, 환율 변화에 따른 영향 분석 등 다양한 분석과 의견들이 혼재돼 나오고 있다.

필자가 환율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은 환율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식 투자에서의 관념적인 현상에 대한 오류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상승하는(원화 강세) 것은 상대적으로 경제구조가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 환율 급락(원화 약세)을 경험했다. 단기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외화 조달의 어려움을 겪었다.

IMF는 한국의 경제구조에 대한 조정 요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외화 자금을 한국에 빌려줬다. 또 한 번의 급격한 외화 유동성 부족은 2008년 금융 위기에도 겪었다. 달러화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국가 및 중앙은행 간 달러 스와프를 체결하기도 했다.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발현하는 신호였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와 코스피의 변화는 같은 궤적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원·달러 환율 지표만을 과거에 대비해 추적하면 원·달러 강세는 주식시장 강세로 해석할 수 있다.
Attendees try out the new Samsung Galaxy Note II during a launch event, Wednesday, Oct. 24, 2012, in New York. Aside from the 5.5 inch screen, the Note comes with a stylus and runs the latest version of Google's Android operating system, Jelly Bean.  (AP Photo/Jason DeCrow)
Attendees try out the new Samsung Galaxy Note II during a launch event, Wednesday, Oct. 24, 2012, in New York. Aside from the 5.5 inch screen, the Note comes with a stylus and runs the latest version of Google's Android operating system, Jelly Bean. (AP Photo/Jason DeCrow)
한 달 새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 50% 급등

그런데 최근의 주식시장은 원·달러 강세(원화 절상)의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 수출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경쟁력이 원·달러 환율에만 국한한다면 원화 강세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 다른 국가 통화 대비 달러화 변동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수출이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고 유럽·아시아·중국·중동·동유럽·남미·아프리카 각국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쟁 업체들의 국가와도 비교 대상이 되어야 한다.

원·달러 강세가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쟁 제품과 순전히 가격 경쟁력으로 경쟁하는 제품일 경우다. 한국 수출에서 두 번째 제품인 반도체는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지난 한 달 동안 가격이 50% 이상 급등했다. 원·달러 강세로 한국산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 하락이 우려될 것이 아니라 공급 조절에 따른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의 가격이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한국은 전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공급 부족인 상황에서는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전쟁을 치르면서 애플은 부품 공급처 중 삼성그룹의 비중을 축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일본 도시바 등에서 구입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급량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에 공급을 요청했다.

즉 가격변수 중 하나인 원·달러 환율 변화만이 수출 시장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는 대부분이 달러화 혹은 엔화 등으로 해외에서 수입한다. 반도체 생산원가의 30%는 감가상각비로 친다.

설비 투자를 위한 장비는 원화가 강세를 띠면 이익에 기여하는 구조다. 환율 변동성이 100% 기업의 비용과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적인 요인들도 있다. 이를 감안한 투자 전략도 필요하다.

브랜드 가치도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1위 생산 업체는 삼성전자다. 원·달러 강세보다 더 우려되는 엔화 강세가 일본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스마트폰의 기술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는 가격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용자 환경(UI:user interface), 디자인, 제품 기능적인 소비자 창의성 등의 함축적인 의미다. 선도적인 스마트폰 개발 능력과 선도적인 제품 개발 능력은 원화 강세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원화 강세로 내수 관련주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단순히 투자하는 전략으로 주식시장에 접근한다면 보다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테마주의 성격과 같은 군중심리적인 접근법으로 생각된다. 원화가 약세면 수출 관련주에는 분명 가격 측면에서 유리한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곧 수출 관련주 경쟁력 상실이라는 단편적인 분석과 투자 전략은 좀 더 신중히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원화 강세와 주식시장 - 주가는 환율이 아니라 경쟁력이 좌우한다
원화 강세와 주식시장 - 주가는 환율이 아니라 경쟁력이 좌우한다
쏠림 현상은 항상 주의해야

주식시장에는 한 방향에 대한 편향성이 종종 발생한다. 주가가 상승하면 더 많이 오를 것에 대한 성급함이 시장에 반영된다. 주가 강세를 편승해 주식 매수자가 증가하면 기업 이익 규모와 상관없는 상승 국면을 이어가게 된다.

일정 부분 거품이 생성될 때까지 상승 국면에 대한 투자가 투기를 불러일으킨다. 반대로 주가 하락은 더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주식을 서둘러 매도하는 행동들이 발생한다. 진행 방향으로 진행하는 편향성의 법칙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도 같은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2001~2011년의 원·달러 연평균 환율 변화율을 절상 및 절하 변동률이 연간 평균 7.9% 수준이었다. 2001년, 금융 위기 2008년, 2009년 원화 약세를 보였던 시기에는 연평균 원·달러 절하는 13.9%에 이르렀다.

원화 강세 국면에서 지난 10년간 연간 평균 변화율은 6.1%였다. 현재 10월 원화 평균 환율은 달러당 1108원에서 지난 4개월 동안 5%가 웃도는 절상으로 강세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강세 국면이 이어질 개연성도 높은 상태다. 이는 전 세계 경기가 어려운데, 9월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한국 원화 강세를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 원화 강세가 연평균 기준으로 10%를 웃돈 적은 2005년, 2010년 두 번 있었다. 강세 국면이 증폭적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예측은 어렵지만 상승 속도의 둔화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환율은 상대국 통화와의 상대 비교 가치다. 언제든지 스페인 구제금융, 미국 재정 절벽 이슈 등에 따른 달러화 강세의 가능성도 있다.

필자가 투자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원화 움직임으로 단순하게 원화 수혜주 찾기와 수출주 매도 전략보다 기업의 경쟁력, 해외 생산 비중의 변화, 글로벌화 수준 등 기업 가치 변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부양 정책을 기대하는 기대감으로 중국 투자 관련 업종인 화학·건설 등이 지난 1월, 7월 반짝 반등세를 보였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슈 발생 혹은 추세선상에서 투자 전략을 가지는 것보다 ‘주식 투자=기업 투자’ 관점에서 살펴보기 바란다.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검토가 외생변수인 환율 전망에서도 수렴될 필요성이 있다.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더라도 반도체와 같이 글로벌 수요·공급 위치를 살펴본다든지, 기업의 브랜드 가치 상승 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 가능성 등도 평가될 필요성이 있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 hoosik_min@pineinv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