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기 침체로 안정세를 찾았던 전세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많은 실수요자들이 매매 시장 대신 전세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이번 전세 시장의 상승세가 또 다른 전세난의 신호탄이 될지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번 전셋값 상승의 원인과 전망을 살펴보자.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0월 전국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3% 상승했다. 이는 2011년 11월 0.71% 상승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런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곳은 전통적으로 수요가 많아 전셋값이 비싼 지역이다.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더 높게 상승한 지역은 서울에서는 서초구(2.2%)·송파구(1.1%)·양천구(0.9%)·강남구(0.8%), 수도권에서는 광명시(1.9%), 용인 처인구(1.4%), 분당(1.3%)이다. 서초구와 송파구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이 서울과 수도권의 다른 지역으로 점차 확산돼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전셋값이 다시 상승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서초구나 송파구의 재건축 단지들이 이주를 시작하거나 이주 일정이 잡히면서 전세 시장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어떤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 지역에만 전세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단지에 사는 집 소유주는 많은 이주비를 받기 때문에 그 지역의 다른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는 것에 문제가 없다. 자녀 학교 등 생활권 문제로 그 지역에 머무르는 이가 많다.

하지만 세입자는 기존의 전세금으로 그 지역에서 전세를 얻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근의 저렴한 지역에서 전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고가 지역의 이주 수요는 수도권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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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임대인들 월세 선호하며 전세 물량 ‘뚝’

둘째, 올해 봄에 결혼하려고 했던 신혼부부들이 윤달 때문에 가을로 결혼을 늦춘 것도 일부 영향이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봄에는 평년보다 전셋값 상승률이 낮았지만 가을에는 더 높은 것이다.

“그 수요가 얼마나 많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그만 수요 변화에도 민감한 것이 주택 시장이다. 어떤 지역에 1000가구가 살고 있는데, 10가구의 신규 수요가 생겼다고 한다면 불과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 시장에서 보면 기존에 살고 있던 10가구는 집을 비워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발생되는 현상이 전셋값 상승이다. 오른 시세만큼 올려주지 못한 세입자는 그 동네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새로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포기하든, 기존의 누군가가 포기하든 10가구가 그 동네를 떠날 때까지 전셋값 상승은 계속된다는 의미다. 이것이 시장의 냉혹한 면이다.

셋째, 수도권 전체에 전세 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매매가 상승 기대가 줄어들자 상당수의 주택 임대인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기존의 전세 제도는 매매가가 상승한다는 전제하에 형성된 시장이다.

만약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가 매매가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전셋값은 오히려 매매가보다 높게 형성돼야 손해가 나지 않는다. 집을 소유하면 각종 세금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임대인들은 실질적으로 소득이 발생하는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분당 무지개 마을에 있는 한 아파트를 사례로 수익성을 분석해 보자. 69㎡(21평)형의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2억4500만 원이고, 전셋값은 1억7500만 원이다. 차액 7000만 원과 부대비용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하다. 전세를 준다면 시세가 오를 때에만 수익이 발생된다.

하지만 월세를 주면 이와 다르다. 이 아파트를 월세로 주면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80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고 한다. 계산의 편의성을 위해 부대비용을 빼고 계산하면 실투자금 2억1500만 원만 있으면 연 960만 원의 수익이 생기며 이때 투자금 대비 연 4.5%의 수익을 얻는 것이다.

2012년 9월 중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금리가 3.18%, 저축은행의 수신 금리가 3.94%에 불과한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2년이 지나면 전셋값이 오른 만큼 월세도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은 고정돼 있기 때문에) 수익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게 된다.

전세를 놓으면 적은 자본금으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월세를 놓는다면 자본금이 더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는 오히려 주택 담보대출을 받아 월세로 돌리면 수익률이 더 높아진다. 매매가가 2억4500만 원이기 때문에 주택 담보대출 비율(LTV) 60%를 적용하면 1억47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결국 6800만 원(매매가 2억4500만 원, 대출 1억4700만 원, 월세 보증금 3000만 원) 정도면 투자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때 주택 담보대출 4% 정도로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간 이자는 588만 원이며, 이를 월세 수입 960만 원에서 제하면 순수입은 372만 원이다. 결국 6800만 원을 투자해 매년 372만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기에 투자수익률은 5.5%가 되는 것이다.

100%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면 투자수익률은 4.5%이지만 대출을 포함해 투자하면 오히려 투자수익률은 5.5%로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의 임대인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매물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전세가 줄어들면서 전세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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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로 전세 수요·공급 줄어들어

넷째, 불경기로 인해 이사를 가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통상 이사를 간다는 것은 큰 평형이나 좋은 학군 등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위한 것이 많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

이사 비용이나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더 든다는 점 외에도 이사를 가게 되면 시세대로 전세금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살던 집에서 눌러살 때는 통상 집주인들이 주변 시세보다 적게 올려 받기 때문에 불경기 때는 이사를 적게 가게 된다. 올해 9월의 인구 이동은 2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불경기 때문에 주택 매매 수요도 줄어들었지만 전세로 이사 가려는 사람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사를 가지 않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전세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전세 공급도 줄어든다. 한마디로 전세를 놓는 집도 줄어들고 전세를 찾는 사람도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때 외생변수에 따라 시장은 전혀 다르게 반응한다.

어떤 지역에 공급이 과잉되고 있다면 전셋값은 더 떨어지게 된다. 신규 공급에 따라 전세 물량은 많지만 전세를 찾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세로 나오는 물량이 적게 나오는 상황에서 재건축 이주 등 추가 수요가 발생하게 되면 전셋값은 급격하게 오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인구 이동이 줄어들면 전세 수요 과잉이든 전세 공급 과잉이든 지역별 문제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의 전세 시장 상황이 지역별로 온도차가 큰 것은 바로 이런 원인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전세 시장은 어떻게 될까.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11월과 12월이 되면 전세 시장은 비수기에 접어든다. 지난 25년 동안의 통계를 살펴보면 11월에는 전달 대비 전셋값이 0.16% 하락했고, 12월에는 0.48% 하락했다.

물론 올해는 전세 수요가 늦게 움직였기 때문에 적어도 11월까지는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전셋값 폭등 사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역별로 편차가 커서 국지적으로 전세난이 발생하는 지역과 전셋값이 거의 오르지 않는 지역으로 양극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