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지지율 20% 이상인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이른바 ‘빅3’ 후보가 뛰고 있다. 하지만 세 후보의 공약에 대해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 ‘경제 민주화’, ‘복지 확대’ 등을 거론하는 수준이다.

2002년의 행정 수도 이전이나 2007년 대운하 사업,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 대국 달성)’처럼 굵직굵직한 공약이 없는 데다 이번 대선이 40대·수도권·중도층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이를 노리고 세 후보가 중도로 공약에 몰려 공약 차별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정 시장 경쟁과 대기업 규제를 담은 경제 민주화를 비롯해 0~5세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 검찰 개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정책이 사라지고 후보의 인기몰이 식으로 흐르고 있다. 매일 후보의 동선이나 패션 스타일, 발언 등에 치중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급기야 지난 10월 31일 한 단체가 주최한 오찬 강연회에서 “정책으로 심판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정책을 발표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정책을 발표해도 중학교 비키니 사진 기사에만 댓글이 수천 개 달리더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여의도 생생 토크] 정책과 무관한 이슈로 ‘갑론을박’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선 이슈도 정책과 상관없이 단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처음 시작된 건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 논란이다. 박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과거 5·16 군사정변과 유신 독재 등에 대해 “구국의 혁명”으로 표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야기됐다.

과거사 이슈는 정수장학회로 금세 넘어갔다. 정수장학회는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일으킨 뒤 부산 지역의 사업가인 김지태 씨로부터 헌납 받은 부일장학회가 모태다. 야권은 이에 “장물”이라고 공격했다.

박 후보는 불을 끄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했는데, 그 과정에서 법원도 인정한 국가의 강탈을 “강탈이 아니라고 법원도 판결했다”고 했다가 이를 뒤집으면서 과거사 인식 논란이 재점화됐다. 박 후보가 10월 26일 “이젠 아버지를 놓아드리자”고 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지금도 논란 중이다.

새누리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안 후보에 대해 논문 표절 의혹과 다운 계약서 등을 잇달아 제기하던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과거사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제기했다.

문 후보가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노무현 정권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비밀 대화록을 봤다고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촉발됐다. 이 문제도 이슈화되면서 비밀 대화록 존재 여부와 NLL 포기 발언은 현 새누리당 정권인 노태우 대통령 시절 나온 얘기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이슈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자 11월 2일 현재 이슈로 떠오른 건 투표 시간 연장과 ‘먹튀방지법’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투표 시간을 현재 오후 6시까지로 돼 있는 것을 각각 9시, 8시로 늘리자고 제안했고 박 후보가 이를 “100억 원이나 든다는 데 논란이 있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보이면서 이슈화가 진행 중이다.


김재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